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숙원이었던 ‘아동건강기본법’이 입법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 궤도에 진입했지만 전망은 밝지 않은 분위기다.
성인 위주 의료법과 별도로 어린이 건강을 위한 별도 법(法) 제정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기존법과의 중첩 우려로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한 탓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는 최근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각각 발의한 ‘아동건강기본법’과 ‘소아청소년 건강 기본법’을 심의했다.
두 법안 모두 의사 출신 의원들이 발의했으며,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위해 태아부터 성인까지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골자다.
기존에 없던 법을 새로 만드는 제정법으로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아동병원협회 등 소청과 의사들의 숙원이기도 했다.
하지만 입법 첫 단계인 상임위원회 법안소위 심의부터 우려가 제기되며 험로가 예고됐다. 의료법, 아동복지법 등 기존법과의 중첩에 대한 우려가 주를 이루면서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
아울러 소아청소년과 의료인력 양성과 주치의제 도입 등 의료진 수급과 직결된 문제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잖았다.
먼저 국가 및 지자체가 소아의료 전문인력 양성 및 자질 향상을 위해 학비 지원, 교육훈련 실시 등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지적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동찬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특정 진료 분야를 위한 전문인력 양성 및 지원은 타 진료과목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소청과 의료진 양성 및 지원사업은 의료법 등 타 법령과의 관계 검토 역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소청과 전문인력 양성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제도적 지원, 재정 투입 등은 구체적 정의와 역할에 대한 공론화 및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신중론을 견지했다.
소아청소년 주치의 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기대 보다는 우려가 많았다. 가뜩이나 소청과 의사들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치의제를 도입할 경우 의료 불균형이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10년간 소아청소년과 신규 전문의 배출 현황을 살펴보면 2015년 194명에서 2025년 24명으로 급감했다.
전문위원실은 “소아청소년과 신규 전문의 급감, 수련병원의 수도권 쏠림현상으로 인한 지역 격차 발생 현실 등을 고려해 제도 도입 필요성에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소청과 전문의를 중심으로 한 일차의료 체계가 사실상 자유선택형 주치의 기능을 상당 부분 수행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이어 “소아청소년 주치의 제도가 의료 접근성 개선 등을 실질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근거가 우선 마련돼야 하고, 이러한 검증과정을 거친 후 제도적 안착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간호협회는 “소아청소년 주치의 제도는 의료접근성 및 여건을 고려해 차등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급진적 제도 도입을 우려했다.
학교와 의료기관 연계 강화 차원에서 의료인이 학교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에 대한 우려도 적잖았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 내 의료를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이를 고려, 진료를 포함한 의료서비스 범위, 방법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환자 또는 보호자 요청에 따라 의료기관 외 의료행위가 가능하지만 진료를 포함한 의료서비스 범위, 방법 등에 대해서는 관련단체 등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법상 방문진료 대상이 아닌 일반 학생 등을 대상으로 교육기관을 방문해 불특정 다수에게 진료를 수행하는 것은 의료법과의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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