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국회·언론 '중소병원 살려야 한다' 절대 공감
데일리메디 주최 정책간담회서 한 목소리, '가성비 좋은 중소병원 육성 시급'
2019.09.09 05:4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기획 上] 환자의 대형병원 쏠림 차단을 위한 정부의 ‘의료전달체계 개선 대책’이 공개되면서 진료현장의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다소 파격적인 방안이 대거 제시, 단기대책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이번에도 중소병원은 소외되는 모습을 보이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각종 규제와 국민들 외면으로 위기에 직면한 중소병원이 가져야 할 역할, 소생을 위한 묘책을 찾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데일리메디는 최근 서울 그랜드앰배서더 서울호텔에서 정부, 국회, 언론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한민국 중소병원 살리기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대한중소병원협회 정영호 회장[사진 右]을 위시한 참석자들은 대한민국 의료의 나아갈 방향과 중소병원 경영난 해소를 위해 허심탄회한 의견을 개진했다.


안순범 데일리메디 대표는 “당장의 거창한 결과보다는 병원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데 있어 이번 행사가 작계나마 일조하길 바란다”며 “연속성 있는 자리로 안착, 미미하지만 국민건강과 병원계의 역할 정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의 긍정적 방향 설정에 기여토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복지부·여당 “의료전달체계 개선,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사안”


행사 시작과 함께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이번에 발표된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소개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 및 보상체계 개선 ▲적정 의료기관 진료 위한 1·2차 병·의원 의사 ‘직접 의뢰’ 내실화 ▲경증환자의 지역 병‧의원 회송 활성화 및 적정의료 이용 유도 ▲지역 내 의료 해결 역량 제고 및 지역 병‧의원 신뢰 기반 구축 등이 골자다.


정경실 과장은 “최근 전반적으로 의료 이용이 상급종합병원, 소위 대형병원 위주로 증가했다”며 “질병 경중에 상관없이 선호도가 높아짐과 동시에 교통발달로 대형병원 쏠림이 가속화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환자가 몰리다보니 상급종합병원는 중증환자 살필 여력이 없어져 적기에 치료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이용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더 이상 늦출 수 없게 됐다”고 상황을 전했다.


정 과장은 “오랫동안 의료서비스 제공과 이용에 있어 관행이 굳어지고 문화화 되면서 한 가지 대책으로 개선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무엇보다 상급종합병원에 경증환자가 몰리는 것을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단기대책이라고 명명했다”고 부연했다.

 

박대진 데일리메디 취재부장은 “중소병원 경영난은 해묵은 얘기”라며 “인력을 포함한 제도 변화들이 중소병원을 힘들게 하는 구조”라고 우려했다.


그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대책에 대해서는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대형마트 휴무 등을 시행했지만 실수요자들은 재래시장을 이용하지 않는다”며 “상급종합병원 경증환자 이용 통제 기전을 만든다고 환자들이 중소병원을 이용할 것인가는 생각해 볼 문제”라고 덧붙였다.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전문위원은 “의료에 있어 병원은 병원답게 의원은 의원답게라는 모토로 정책을 추진해 왔다”면서 “의료기관별 기능에 맞는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영호 대한중소병원협회장은 “이번 단기 대책을 포함한 대부분의 논의에서 중소병원은 핵심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부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중소병원장들에게 발언권을 넘겼다.


중소병원계 “2차 의료기관은 항상 소외, 경영 어려움 가중”


먼저 이성규 대한중소병원협회 부회장은 “중소병원은 수가, 인력 등 의료전달체계에서 완전히 소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선 1차 의료기관에서 중소병원으로 환자를 보낼 유인이 없다는 지적이다. 정상적인 의료전달체계가 이뤄지려면 각 역할이 분담 및 배분될 수 있도록 현재의 적은 유인비용이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성규 부회장은 “개인적으로는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병원계 내부 희생이 필요하다. 큰 맥락에서 중소병원, 종합병원, 만성기병원 등의 제도화를 통한 진입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관 대한중소병원협회 총무위원장은 “근래 우리나라에서 중소병원은 자본 투입이 되지 않아 양질의 서비스가 제공되기 어려워지면서 대형병원에 인수합병되는 게 경영 목표인 듯 보여진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의료인의 의료기관 중복개설을 금지하는 일명 ‘1인1개소법’이 합헌 결정이 나오면서 자본 투입 여지가 사라졌다. 상급종합병원은 지속적으로 병상을 늘려가면서 규모의 경영을 펼치고 있는데 이로 인해 2차 의료기관은 씨가 마를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대형병원 환자 쏠림현상은 이전 정권의 3대 비급여 해소정책이 큰 작용을 했다. 정책에 있어 환자의 직접적인 선택권을 제한하지 않는다면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한 대한중소병원협회 대외협력위원장은 본인이 운영 중인 50병상, 전문의 7명 규모의 척추관절 전문병원의 사례를 제시했다.


그는 “이곳은 장기입원보다는 빠르게 수술하고 퇴원시켜 회전율이 높아야 생존할 수 있다”며 “사업으로 보면 스타트업이라는 표현이 맞다. 잘되기 위해선 서비스와 기술력을 갖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지원을 받고 새로운 가산제도에 포함되려면 규모에 있어서 이를 충족시킬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익이 창출돼야 재투자하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준한 위원장은 “중소병원들이 나태해져서가 아니다. 규제 계단을 만들어 놓고 여기에 들어온 기관만 가산점 및 혜택을 부여하는 기존 행태를 이번 대책에서도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진한 기자 "지속성의 문제, 중소병원도 양질의 정보·서비스 제공해야”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사진 左]는 “대형병원과 의원 사이에 중소병원이 끼어 있지만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판단했다.
 

전문병원은 상대적으로 이해되기 쉽지만 이에 속해있지 않는 2차 기관은 애매모호하다. 대형병원은 관련 전문가들이 갖춰져 있지만 중소규모에선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진한 기자는 “생명을 다루는 의료에선 신뢰할 수 있는 큰 병원만 찾아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의료전달체계를 강화하면서 비용이 아니라 환자의 목마름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는 결국 소비자다. 가격과 함께 대형병원과 중소병원의 서비스, 신뢰도를 따질 수 밖에 없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제공과 함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양문술 대한중소병원협회 정책부위원장[사진 下]은 “중소병원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살아남아야 할 이유는 분명한데 대기업, 학교재단과 달리 투입할 재원이 한정적이어서 대형병원 투자를 따라가기엔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고 어려움을 피력했다.


그는 “넓고 깨끗한 호텔로만 가고 싶어하는 건 자연스러운 욕구지만 전국민 보험체계 아래서 환자들에게 들어갈 재화는 한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위 가성비가 좋은 허리부분의 중소병원 활성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살아남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겠지만 정책적으로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원준 전문위원 "상급종병에 경증환자 쏠림 제어는 당위적"


이성규 부회장도 “결국 지속성의 문제다. 비용절감과 동시에 퀄리티를 높이자면 어느 정도의 적당한 통제, 즉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며 “짐을 나눠가지면서 급작스럽게 누군가가 붕괴되고 처절히 망가지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원준 전문위원은 “동일한 환자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병원급의 무리한 투자로 시설, 장비, 인력 등 자원의 비효율성이 야기됐다”며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경증환자 쏠림을 강하게 제어할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만들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 여당, 국민 누구도 현 상황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오랫동안 논의된 내용이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도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적극적인 의견 개진으로 타협점을 만드는데 도움을 달라”고 당부했다.


정경실 과장은 “이번 대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 세세하게 챙겨 나갈 계획”이라며 “항상 상급종합병원, 의원급 역할만 얘기했지, 중소병원 역할이 모호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를 잘 정리해서 명확한 역할을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약속했다.


이성규 부회장은 “복지부와 여당 이야기를 듣고 적게나마 희망을 봤다. 크게 흠잡을 부분이 없을 정도로 합리적이고 고심해준 부분이 느껴져 기대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며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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