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방공무원의 특화 진료와 지역 필수의료 거점을 표방하며 문을 연 국립소방병원이 개원 넉 달이 지나도록 심각한 의료진 공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대비 열악한 보수체계와 비수도권 근무 기피, 연구환경 미비 등이 맞물리며 정상 진료가 힘든 상황이다. 긴급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병원 오픈 취지에 맞는 역할 수행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최근 국립소방병원과 소방청이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실(행정안정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302개 병상 중 3분의 1 수준인 108개 병상만 가동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병상가동률을 65% 수준으로 내다봤으나, 개원 초기 하루 입원 환자가 30명을 밑도는 등 운영 규모를 대폭 축소해 유지하는 실정이다.
의료진 수급난은 위탁 운영 체제마저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병원의 의사 정원은 48명이지만 현재 확보 인력은 30명대 중반에 그쳐 정원의 약 7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소화기내과, 호흡기내과, 정형외과, 영상의학과 등 필수의료 과목 전반에서 결원이 이어지고 있으며 신장내과는 전담 의사를 단 한 명도 채용하지 못했다.
소방병원은 위탁기관인 서울대병원은 수십 차례에 걸쳐 교수 및 전문의 채용 공고를 냈으나 상당수가 지원자 미달로 마감됐다.
공백 최소화를 위해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주 1~3회 순환 진료를 돌거나 파트타임 의사를 투입하는 파견 방식으로 버티고 있으나, 진료 대기 장기화 등 환자 불편은 갈수록 누적되는 양상이다.
인력난 장기화의 주된 요인은 정부 예산에 묶인 낮은 인건비다.
민간 의료기관과의 현격한 임금 격차에 더해 교통 인프라 취약에 따른 접근성 한계, 열악한 임상 연구 환경 등이 인재 유입의 구조적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의료진 공백은 곧바로 병원 재정 악화로 직결되고 있다. 진료 인프라가 온전히 작동하지 못하면서 당초 300억 원대로 책정됐던 내년도 의료 수입 전망치는 190억 원대 수준으로 100억 원 이상 하향 조정됐다.
운영비 조달의 큰 축인 진료 수익이 꺾인 데다 내년도 정부 지원금마저 당초 기대치를 밑돌아 재정 부담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소방 가족과 지역 필수의료 지원이라는 정책적인 설립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실효적 보수 인상과 인센티브 설계 등 근본적인 인력 수급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정춘생 의원은 “국립소방병원이 개원 초기임을 감안해도 의료진 확보와 진료체계 안정화가 더디게 진행는 것은 우려스럽다”며 “소방공무원과 지역주민의 안정적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인력 충원 등 운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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