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차기 이사장을 선임하는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관련 법령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노사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1일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을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현 이사장의 퇴진과 부적격 임추위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함과 동시에 이사회 의결 효력정지 가처분 등 법적 대응도 예고하고 나섰다.
건보노조는 “오는 7월 퇴임을 앞둔 건보공단 이사장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규정을 무시하고 차기 이사장 선임을 위한 임추위원을 일방적으로 임명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공운법 제29조와 동법 시행령 제23조 제4항은 이사회가 선임하는 임추위 위원은 법조계, 경제계, 언론계, 학계, 노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 선임토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해당 기관 구성원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 1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재정경제부의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경영에 관한 지침’과 건보공단 내부 규정에도 구성원을 대변하는 위원은 직급별 대표자회의나 구성원 투표 등 전체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절차를 거쳐 추천된 후보자 중에서 위촉하도록 명시돼 있다.
이처럼 공운법령은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핵심 임원 선임 절차에 구성원의 목소리를 반영토록 강제하고 있지만, 건보공단은 그동안 관련 지침을 무시한 채 경영진이 추천한 위원을 이사회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해 왔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2017년부터 이어진 공운법 위반 논란…노조 추천 인사 배제
건보노조는 지난 2017년부터 이 같은 공운법 위반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해 왔다.
그러나 건보공단 경영진은 지난 5월 21일 과거와 동일한 방식으로 임추위원을 추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같은 달 28일 이사회에서 경영진이 지명한 위원을 노조에 기습 통보했다.
건보노조는 경영진 추천 1인과 노조 추천 1인을 각각 선임해 전체 투표를 진행하자고 긴급 제안했으나 현 이사장은 이를 거부했고 이후 노조는 적법한 절차 준수를 위해 5월 27일 전체 조합원 대상 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체 구성원 1만6495명의 과반인 1만95명이 참여한 가운데 92.8%의 압도적 찬성률로 노조 추천 후보 위촉이 결정됐다.
그럼에도 28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노조가 추천한 후보 대신 한국경영자총협회 소속 공단 비상임이사가 추천한 보건복지부 전직 차관이 구성원 대변 임추위원으로 최종 의결됐다는 지적이다.
차기 이사장 선임을 위한 임추위는 총 5명으로 구성되며,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을 포함한 비상임이사 3인과 외부 인사 2인으로 꾸려진다.
이 중 구성원을 대변해야 할 외부 인사 자리에 복지부 전직 차관이 선임됨에 따라 복지부 출신 고위 관료가 임추위의 40%를 차지하는 과표집 현상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공운법 제정 당시 구성원을 대변하는 자를 포함하도록 한 입법 취지가 낙하산 인사 방지와 경영 투명성 제고에 있다”며 “특정 정부 시절 복지부 차관을 역임한 인사가 과연 건보공단 구성원을 대변할 수 있는지 강한 의문이 든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편, 건보노조는 지난 28일 비상 중앙집행위원회를 개최해 현 이사장의 경영권 일탈 행위에 대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1일부터 이사장 퇴진 투쟁에 돌입함과 동시에 전직 복지부 차관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임추위원 재선임을 위한 이사회 의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전방위적인 법률 투쟁을 병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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