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물류망 불안이 커지고 있다. 원료의약품(API)과 주요 부자재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도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섰다는 전망이다.
특히 바이오 종목은 대외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어 주가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4일 코스피는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5100선 아래로 밀려났다. 이날 코스피는 전(前) 거래일보다 698.37P(12.06%) 급락한 5093.54로 장을 마감했다.
하락률 기준으로도 사상 최대 기록이다. 기존 기록은 2001년 9·11 테러 직후인 9월 12일(-12.02%)이었는데, 이번 하락으로 그 기록을 넘어섰다.
코스닥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59.26P(14.00%) 급락한 978.44로 마감하며 역대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전 최대 하락률은 2020년 3월 코로나 충격 당시(-11.71%)였다.
이날 코스피에서는 프로그램 매도 사이드카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발동됐고, 코스닥에서도 약 4개월 만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또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동시에 8% 이상 급락하면서 두 시장 거래를 20분 동안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도 한때 발동됐다.
국내 증시 급락 여파로 제약업종도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이날 제약 업종 지수는 전일 대비 12.19% 하락하며 시장 전반의 약세 흐름이 반영됐다.
제약업종 전체 171개 가운데 상승 종목은 단 한 곳도 없었으며, 보합 8개 종목을 제외한 163개 종목이 일제히 하락했다. 이는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와 글로벌 증시 급락 영향으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바이오 업종은 성장주 성격이 강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때 낙폭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특징을 보인다.
해상 물류 불안 현실화되나…‘호르무즈 해협 봉쇄’ 최대 변수
시장에서는 이번 급락의 배경으로 중동 정세 악화를 꼽는다.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에너지·물류 동맥으로 불리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핵심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당장 전면 봉쇄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선박 전쟁보험료 인상, 항로 우회에 따른 운송 기간 증가, 해상 운임 상승 등 간접 비용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이는 곧 수입 원가와 수출 채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역시 예외는 아니다. 다수 기업이 원료의약품(API)을 중국·인도 등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으며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일부 특수 소모품과 부자재도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다.
물류 지연이 현실화될 경우 생산 일정 차질과 재고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바이오주 변동성 확대…성장주 중심 조정 압력
자본시장에서는 특히 바이오주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바이오 기업은 임상 결과, 기술이전 계약, 규제 이슈 등 개별 이벤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강하다.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면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며 낙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에도 글로벌 리스크가 부각될 때마다 성장주 전반에 매도세가 집중되는 양상이 반복돼 왔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한 대형 제약사에 비해 연구개발(R&D) 중심의 중소 바이오기업은 외부 충격에 더 취약하다는 평가다.
이번 사태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구조적 과제를 다시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비용 효율성을 이유로 해외 조달 비중을 확대해왔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복되면서 공급망 안정성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에 따르면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22년 11.9%로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고, 2023년에도 25.6%에 그쳤다
특히 수입 구조가 특정 국가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2022년 기준 원료의약품 수입액 가운데 중국이 37.7%, 인도가 12.5%를 차지해 두 나라 비중만 약 50%에 육박한다.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발생할 경우 국내 필수의약품 생산 기반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는 의미다.
생산 구조 역시 완제의약품 중심이다. 2024년 국내 원료의약품 생산액은 4조4007억 원으로 전체 의약품 생산액의 13.4% 수준에 머물렀다. 수출용 바이오 품목을 제외하면 실질 비중은 더 낮아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원료의약품 자급률 제고, 전략 품목 비축 체계 강화, 조달선 다변화 등을 중장기 과제로 제시한다. 산업 차원의 대응뿐 아니라 정부의 산업안보 관점 지원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중동 정세가 실제 물류 차질로 이어질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K-제약·바이오 산업이 대외 변수에 얼마나 취약한 구조인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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