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지원체계 정비…“개발 초기부터 함께”
식약처, 지정요건 완화·규제정합성 강화·환자 중심 심사 도입 추진
2026.02.25 11:01 댓글쓰기



2월 28일 ‘희귀질환 극복의 날’을 앞두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희귀질환 치료제 지원 체계를 전면 점검했다. 


개발 초기 규제 상담부터 희귀의약품 지정, 신속심사, 허가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지원 흐름을 한 자리에서 공유하며, 환자 중심 심사 도입 방향도 공식화했다.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이하 식약처) 규제과학정책추진단은 ‘희귀질환 극복의 날’을 맞아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원장 강석연) 의약품심사부 등과 함께 식약처 출입 전문지 기자단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는 연구 현장, 정책, 심사 부서를 모두 연결해 희귀질환 대응 구조를 설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환자 수 적고 데이터 부족”…연구 현장 절박함


한국보건산업진흥원 K-헬스미래추진단 박미선 PM은 희귀질환 연구의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그는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어 기업 입장에서 투자 유인이 낮고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그 사이에서 환자는 치료 기회를 기다리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추진단은 ▲치명적 소아 희귀질환 ▲유전성 망막질환 등 2개 프로젝트를 4.5년간 175억원 규모로 추진 중이다. 


특히 RNA 기반 환자 맞춤형 플랫폼과 유전자 치료 전략을 통해 ‘N-of-1’ 접근을 현실화하는 것이 목표다.


박 PM은 개발 단계부터 규제기관과 협력해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하며 “개발이 상당 부분 진행된 이후 규제 요구사항을 맞추려 하면 되돌릴 수 없는 시간과 비용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개발 초기부터 식약처와 소통해 임상 설계와 자료 준비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희귀질환 연구는 지연이 곧 치료 기회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연구자와 규제기관, 환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 초기부터 규제 관점 진단…‘규제정합성 검토’ 본격화


규제과학정책추진단은 국가 R&D 과제에 대해 연구 초기 단계에서부터 규제 적용 법령, 품목 분류, 안전성·유효성 입증 전략을 안내하는 ‘규제정합성 검토 제도’를 설명했다.


연구 기술은 혁신적이지만 허가 체계 이해 부족으로 제품화 단계에서 좌초되는 사례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작년 본격 제도화 이후 24개 과제를 검토했으며, 줄기세포 기반 인공혈액의 품목 분류, 발달장애 디지털 치료기기 등급 조정 사례 등을 소개했다.


임현진 과장은 “초기 단계에서 규제 관점의 진단을 받으면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결과적으로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과기부 등과 연계해 정부 R&D 예산 심의 단계부터 규제정합성 수요를 발굴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희귀의약품 지정제도 개편…“법상 희귀질환이면 우선 지정”


의약품정책과는 2월 2일 고시 개정을 통해 희귀의약품 지정 요건을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동일 질환에 이미 지정된 희귀의약품이 있을 경우, 개선성을 입증해야 신규 지정이 가능했다. 


개정 이후에는 희귀질환관리법상 확정된 질환에 해당하면 비교 대상 없이 지정 신청이 가능해졌다.


김춘래 과장은 “기존에는 동일 질환에 대해 이미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제품이 있는 경우, 이를 비교 대상으로 삼아 기존 치료제보다 개선된 점을 입증해야 신규 지정이 가능했다”며 “하지만 희귀질환관리법에 따라 질병청이 확정한 희귀질환에 해당할 경우에는 별도의 비교 대상 없이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제 기준과 관련해서는 “자료보호 기간은 일정 부분 보장한 뒤, 그 기간이 종료된 이후 해제를 검토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개발 기업의 투자 회수 구조를 고려할 때, 최소한 10년의 자료보호 기간이 경과한 이후 해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다.



GIFT 성과…희귀질환 허가 40% 이상 차지


신속심사과는 GIFT(글로벌 혁신 제품 신속심사) 운영 현황을 공유했다.


2021년 9월 이후 62개 성분이 지정됐으며, 이 중 허가된 품목은 50개다. 허가 품목 중 약 40% 이상이 희귀의약품이었고, 절반 이상은 기존 치료제가 없던 영역이었다.


특히 항암제가 절반가량을 차지했으며, 내분비·혈액 질환 분야도 포함됐다.


박재현 과장은 “제도 운영 이후 여러 성분이 지정되고 상당수 품목이 허가되면서 기존 치료제가 없던 영역에서 환자 치료 기회를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올해 가장 큰 변화는 ‘환자 중심 심사’ 시범 도입이다. 초기에는 제약사 및 협회를 중심으로 환자 보고 결과 자료 제출을 독려하는 형태로 시작한다.


박 과장은 “희귀질환에서는 환자의 실제 경험과 삶의 질 변화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며 “환자 경험 데이터와 의견을 심사 과정에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환자 단체 참여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모색할 방침이다.


심사의 유연성…3상 대신 2상 허가, 다중 확장 코호트 활용


종양항생약품과는 희귀·항암제 심사 특성을 설명했다.


연간 희귀 지정은 20~25건, 허가는 약 30건 수준이며 이 중 절반가량이 항암제다.


심사 유연성으로는 ▲3상 대신 2상 자료 기반 우선 허가 ▲사후 제출 조건 ▲1·2상 결합 설계 ▲다중 확장 코호트 임상 설계 등이 언급됐다.


안미령 과장은 “심사는 속도와 안전성 사이의 균형을 찾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간담회는 개별 제도 발표를 넘어 희귀질환을 중심으로 연구·정책·심사를 연결하는 자리였다.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어 시장 기능만으로는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은 영역이다. 정부 지원, 규제 유연성, 산업 유인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박미선 PM은 “희귀질환 연구는 지연이 곧 치료 기회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연구자와 규제기관, 환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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