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취약지에 설치된 보건의료원이 지역 의료안전망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환경 변화에 현 기능과 운영 구조가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외래 중심 일차의료 강화와 입원 병상 기능 다변화, 응급실 운영 방식 조정 등 역할 재정립과 함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본부 연구팀은 보건의료원의 법·제도적 지위와 운영 실태를 분석하고 향후 역할과 정책 방향을 제시한 연구결과를 최근 보건행정학회지에 게재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의료원이 보건소와 병·의원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음에도 법·제도상 역할 규정이 불명확하고 공공의료 정책 대상에서도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는 문제 제기로 출발했다.
연구팀은 관련 법령 검토와 함께 실제 운영 현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건의료원 기능과 한계를 점검했다.
이와 함께 전국 15개 보건의료원과 해당 군 지역을 대상으로 인구 구조와 의료자원, 의료 이용 현황을 분석하고, 서면조사와 일부 현지조사를 통해 인력·진료과목·병상·응급실 운영 실태를 점검했다.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보건의료원 역할을 외래 중심 일차의료 기능 강화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연구팀은 우선 “군 지역 대부분이 급속한 고령화 단계로 진입하면서 의료수요는 늘어나는 데 비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의료자원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라며 “만성질환 예방과 건강관리에 초점을 둔 외래 중심 일차의료 강화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과·가정의학과·소아청소년과 등 일차의료 관련 진료과의 안정적 운영이 필수적”이라며 “산부인과, 안과, 피부과, 신경과, 정형외과, 비뇨기과 등 상근 전문의 확보가 어려운 진료과에 대해서는 타 의료기관 전문인력 순회진료, 의료진 파견, 원격의료, 비대면진료, 의뢰·회송 등 협력·연계체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입원 병상은 다변화, 응급은 긴급의료 중심으로
입원 기능과 관련해 연구팀은 “외래 기능만으로는 지역주민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렵고 진료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제약이 따르며, 소규모 병상으로 24시간 입원 진료를 유지하는 것은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급성기 치료를 위한 입원뿐 아니라 관찰 병상, 급성기 치료 이후 회복기 재활치료, 완화의료, 호스피스 등 다양한 성격의 입원 병상이 필요해지며, 지역 인구구조와 인근 의료자원 현황을 고려한 입원 병상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응급실 운영과 관련해서도 기능 전환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 연구팀은 “중증도가 높은 응급의료(emergency care)보다는 긴급의료(urgent care)를 제공하는 ‘야간·공휴일 외래’로 기능을 제한해 평일에는 밤 10시까지, 주말·공휴일에는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방식하는 등 다변화된 응급실 운영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운영 외 시간대에 발생하는 중증 응급환자는 소방서 등과 연계한 환자 이송체계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정책 지원에 대한 문제 인식과 해법도 제시됐다. 연구팀은 “현재 공공의료기관 지원정책은 지역거점공공병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보건의료원이 공공의료체계 내에서 실질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권역·지역 책임의료기관들의 연계·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건소 행정 기능과 병원 기능을 분리할 수 있도록 군립병원이나 지방의료원 설립, 또는 지역보건법상 특례 조항 마련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취약지역 기초자치단체가 의료기관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특별교부세 신설 등 재정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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