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자동 의약품 불출기(ADCs)'를 이용한 마약류 관리 시스템을 도입한 결과, 야간 시간대 조제 오류가 줄어드는 등 마약류 안전관리에 기여했다는 경험이 소개돼 눈길을 끈다. 

양산부산대병원 약제부(황은정·권지은·문지원·하동경·신희진·오세린)는 최근 한국병원약사회지 42권 2호에 ADCs 시스템 도입 관련 업무개선 사례를 발표했다. 

지난 2015년 '마약류 취급보고 제도' 시행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이 개정되고 ADCs에 대한 관심이 높던 상황에서 병원 약제부는 해당 제도와 기기를 연계하는 시스템을 고민했다.

약제부는 "당시 병원 내 마약류가 필요한 병동 간호사와 마약류를 조제·관리하는 약사 간 갈등이 있었다"며 "해결책을 찾던 중 호스피스 병동에서 비치마약류 재고관리를 하던 병동간호사 업무를 우연히 보며 시스템 개발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 ADCs를 이용한 마약류 관리 시스템은 각 부서에 마약류를 비치할 때 장비 내 개별 마약류별로 제조번호 및 유효기간, 일련번호를 연동해 추진한다. 사용 시 환자정보와 사용된 마약류 정보가 연계될 수 있는 구조다. 

병원은 2017년말 의료장비도입심의위원회를 열고 병원 내 마약류 사용량이 가장 많은 마취준비실을 시작으로 중환자실, 호스피스 병동까지 3개 부서에 ADCs를 설치키로 했다. 

특히 마취준비실에서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의사 협조가 필수적이었다. 의약품을 먼저 사용한 후 의사가 병원 전자의무기록(EMR)에 처방을 입력해 비치약을 다시 구비하는 방식에서, 의사 처방을 바탕으로 간호사가 ADCs에서 의약품을 불출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약제부는 내부 구성원 설득에 나섰다. 2018년 4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와 마취준비실 간호사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의약품 사용 前 처방을 입력해서 바꾸는 방식으로 최종 합의했다.  

마취준비실·중환자실·호스피스 병동에 기기를 도입한 후 마약류를 쓰는 여러 부서에서 설치 요청이 있었고, 2022년 6월 성인 항암 병동에 추가 도입됐다. 2023년 10월 마취준비실은 기존 장비에 모듈을 증설했다.

주사용 마약류 사용비율 27%→57%···"야간시간 조제 오류 예방 도움" 

양산부산대병원 약제부는 마약류 관련 ADCs 사용 비율이 점차 높아지면서 조제 오류 예방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ADCs를 이용한 주사용 마약류 사용 비율을 모니터링한 결과, 사용을 막 시작한 2019년의 사용비율은 전체 27%(주간 20%, 야간 33%)였다.

이후 활용도가 높아지며 2021년에는 사용비율이 41%(주간 30%, 야간 49%) 등으로 늘었고, 2024년 57%(주간 47%, 야간 63%)까지 올라섰다. 

이어 ADCs를 이용한 마약류 관리 시스템 장점으로 ▲수시로 발생하는 조제 업무를 사전 계획해 진행할 수 있는 업무로 변경할 수 있는 점 ▲야간시간대와 조제실에서 직접 조제량이 감소해 마약류 조제 오류를 예방할 수 있는 점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도 한계로는 ▲마약류관리료가 최소한의 수가도 보전되지 않는 상황에서 기존 마약금고보다 고가 장비를 사야 하는 비용 문제 ▲병원 내 설치 공간 확보 어려움 등을 짚었다. 

약제부는 "병원약사는 마약류 관리자로서 전반적인 관리체계를 검토해 필요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해야 한다"며 "마약류 ADCs는 병원 상황에 맞게 설치된다면 마약류의 안전관리를 위한 관리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