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 중 사망자 발생하면 책임 '제약사 or 병원'
중대재해처벌법 실시, '안전보건 확보 중요, 제조자 책임 물으면 제약사 해당 가능'
2022.02.03 12:3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부터 시행되면서, 의‧약계가 긴장에 떨고 있다. 기존 출시한 약물에 대한 부작용뿐만 아니라 임상시험 진행 중에 발생한 사망 및 중과실 피해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향후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당장 사업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거나 의약품으로 인한 인명사고가 생기면 대표이사가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란 5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사망이나 일정 인원 이상 부상‧질병 등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면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에게 징역 및 과징금 등 책임을 묻는다. 지난해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9월 시행령 의결을 거쳐 금년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상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뉜다. 중대산업재해는 사업장 내에서 업무 관련 건설물 설비‧원재료‧가스‧증기‧분진 등으로 발생한 피해다. 중대시민재해는 특정 원료‧제조물‧공중시설‧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 결함으로 발생한 피해다.
 
현재 제약업계는 중대산업재해를 우선적으로 막겠다는 분위기다. 중대시민피해의 경우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라 기업 차원에서 관리하기 어렵고, 특히 임상시험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정부 부처의 유권해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그동안 공장에만 안전관리 부서가 있었는데, 대형제약사를 중심으로 본사 차원에서 안전관리 부서를 신설해 사업장 내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있다. 사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현재로서는 중대시민재해까지 제약사에서 감당하기는 어렵다. 약품 특성상 사고 발생 시 쟁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임상시험 도중 발생한 사고는 더더욱 그렇다. 책임소재가 누구에게 있는지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을 정부에서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조물에 대한 중대시민피해 유관부서인 환경부는 "임상시험 과정에서 의료진 과실이 확인됐을 때를 제외하면, 임상시험으로 인해 부작용 발생 시 일차적으로는 제약사에 책임이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모든 상황에서 제약사 책임이 부과되지는 않는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환경부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일단 중대재해처벌법은 제조자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임상시험 중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중대시민피해 포함 사고 발생 시 일차적 책임은 제약사에 있다. 다만 의료과실로 인한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서 제외된다”고 말했다.
 
이어 “의약품 부작용에 따른 사망도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은 대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지키면서 진행한 경우라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의도적으로 제조과정을 바꾸거나 허가 과정에서 부작용 사실을 은폐하는 등 안전관리에서 제약사의 명백한 과실이 발견돼야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한 의약품 임상 중 피험자가 사망했다고 가정하면, 제약사가 의약품 설계 결점을 알면서도 은폐하거나 식약처에 신고한 것과 다른 원료를 임의로 사용하는 등 제약사의 명백한 위반 사유가 있는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처벌 대상이라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도 임상시험 중 발생한 사고의 경우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 여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서경 변호사(김앤장법률사무소)는 “우선 임상시험 중 사망 또는 중대 후유증이 발생할 경우 중대피해에 해당한다. 제약사에서 책임져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 피해 발생과 안전보건확보 의무 미이행 등 두 조건이 모두 성립해야 적용된다. 따라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고 관련 증빙을 갖추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우선 변호사(법무법인 윈스)는 “임상시험의 경우 약품 설계‧제조‧관리상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제대로 갖추고 시행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사고 발생 시 회사에서 이를 신고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이행해야 한다. 관계부처의 개선‧시정 명령에도 따라야 한다. 법령에 따른 관리상 조치를 충실히 수행했는지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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