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력 부족과 지역 간 의료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 도입이 논의되는 가운데, 김유일 대한의학회 정책이사(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가 "공공의대보다는 기존 의과대학의 지역의사 전형을 활용한 접근이 더 실효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오늘(13일) 서울 플렌티컨벤션에서 열린 '2025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지역의료는 여전히 의사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단기 순환근무에 그치는 의사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며 제도적 개입 필요성을 밝혔다.

지역의사제는 장학금 등 혜택을 받은 의대생이 의료취약지에서 일정 기간(최대 10년) 의무복무하는 구조다.

정부는 현재 4개 광역지자체(강원·경남·전남·제주)를 대상으로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시범사업을 준비 중이며, 복무 대상 과목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신경과, 신경외과 등이다.

김 이사는 일본 지역의사제 사례를 소개하며 제도의 실효성을 강조했다. 

일본은 지난 2008년부터 의과대학 내 지역정원제를 도입해 국비로 학생을 교육하고, 졸업 후 일정기간 지역 의료기관에서 의무복무토록 하고 있다. 

이 제도는 전국 80개 의대 중 71개 대학에서 시행 중이며, 국립대학뿐만 아니라 사립대학에서도 지역정원제를 적용하고 있다.

김 이사는 "일본의 경우 국비 지원과 체계적인 연수 프로그램 덕분에 이탈률이 5% 이하로 관리되고 있다"며 "교육비 외에도 결혼, 육아, 학력 향상 등 생활 전반에 대한 국가 지원이 이뤄져 비교적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의대가 장점 있지만 설립 비용·운영 부담 예상보다 크다"

반면 공공의대 모델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김 이사는 일본 자치의대, 대만 양명의대 등 공공의료 중심 의과대학 사례를 언급하며 "전원 지역의료 종사를 전제로 모집하고 지역 친화적 커리큘럼을 운영하는 장점이 있으나, 병원 설립과 운영, 교육 기반 마련까지 초기 투자비용이 막대하다"고 지적했다.

2022년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국내 공공의대 설립에는 약 2000억 원 이상 필요하며 입학정원과 부속병원 여부에 따라 한 곳당 3000만~4000만 원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김 이사는 "기존 지방의료원을 수련기관으로 활용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대다수 의료원이 막대한 적자 상태인 만큼 운영 효율성 확보도 쉽지 않다"고 부연했다.

"의무복무 종료 후 이탈은 공공의대·지역의사제 공통 극복 과제"

김 이사는 공공의대든 지역의사제든 핵심적인 문제는 동일하다고 짚었다. 

그는 "의무복무 종료 시점에 이탈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은 공통적"이라며 "우리나라 군의관 제도처럼 복무 기간이 끝나면 대다수가 민간으로 이직하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의무복무에 따른 거주·이동 제한, 진로 선택권 침해 문제 등은 법적 분쟁 소지까지 내포하고 있으며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선 병역혜택 부여, 재정 인센티브 확대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공공의대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사회적 합의와 법령 개정이 전제돼야 하는 반면, 지역정원제는 기존 의과대학을 활용해 즉시 시행이 가능하다"며 "현실적으로 보다 실현 가능성 높은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새 정부에서 지역별 공공의대 설립을 고려한다고 했는데 재정적인 부분이 다 국민 세금이지 않느냐. 정치적인 논리로만 해결을 했을 때는 여러 문제가 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끝으로 김 이사는 "의료불균형 해소를 위해선 단순한 의사 수 확대가 아니라 이탈률을 낮추고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 세부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여러 논의를 통해 잘 다듬어가면 세계에서 부러워하는 K-지역의료가 구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