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시급한 과제는 형사절차 특례를 제한한 ‘12대 중대 과실’ 모호성이다. 현행 개정안은 과실에 따른 자동 개시 문제는 물론 1회용 의료기구 재사용이나 전공의 감독 소홀, 전원 조치 미흡 등을 중과실로 규정하고 있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가 ‘의료사고 피해 구제 및 의료 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임상 현장과의 괴리감을 지적하며 하위법령 개선에 총력전을 예고했다.
“의료분쟁 조정법, 진료현장과 괴리된 맹점 많아 하위법령서 개선 총력”
법률안 자체에 현장과 괴리된 한계가 있는 만큼 대통령령 등 세부 규정을 통해 실질적인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제도의 맹점을 고쳐야 필수의료 기피를 막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에서다.
정의석 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기획홍보위원장(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은 5일 춘계학술대회 토론회에서 법안의 구체적 문제점을 짚고 하위법령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정 위원장은 “하위법령을 통해 중과실 여부를 단순히 나쁜 결과론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사고 당시 의학적 불확실성 및 시간적 압박, 병원 자원 한계, 그리고 기록된 의사결정 과정을 종합적인 기준으로 삼아 평가토록 세부 지침을 명확히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만성적인 수급난 탓에 수술용 캐뉼라(Cannula) 등 필수 기구를 불가피하게 재소독해 써야 하거나, 촌각을 다투는 수술실에서 완벽한 타 직역 감독이 어려운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 위원장은 비현실적인 설명 의무와 비전문적인 심의 구조 역시 주요 개선 대상으로 지목했다. 개정안은 사고 인지일로부터 7일 이내에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도록 강제해 현실성이 결여됐다는 분석이다.
그는 “수술 후 패혈증 등 경과가 수시로 변하는 중증 환자의 경우 7일이라는 기한을 기계적으로 적용키 어렵다”며 “하위법령에는 1차 설명과 원인 분석 후 이뤄지는 2차 설명을 구분하고 불확실성을 고지한 경우 이를 보호하는 객관적 사실 설명 의무화 규정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20명 중 의사가 5명에 불과한 의료사고 심의위원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당 진료와 술기를 직접 경험한 전문가의 참여를 의무화하고 이해충돌을 배제하는 장치도 하위법령에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정 자동 개시 규정→의료진 부담 증가 등 현장 우려감 큰 실정
정 위원장은 ‘고위험 필수 의료 행위’ 지정에 따른 조정 자동 개시 규정에 대해서도 심각한 딜레마를 호소했다.
심낭압전이 있는 급성 대동맥박리 응급수술이나 대량 폐동맥색전증 쇼크 환자의 에크모(VA-ECMO) 치료 등 생명과 직결된 행위들이 고위험 필수 의료로 지정되면 형사 면책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역설적으로 조정 자동 개시 범위에 들어가 의료진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진행성 폐암 환자의 폐전절제술이나 말기 폐질환 환자의 응급 폐이식처럼 성격과 난이도가 각기 다른 흉부외과 수술들이 향후 하위법령에서 어떻게 분류될지 등 불확실한 점도 문제로 지목했다.
정 위원장은 “하위법령 제정 시 대동맥 응급수술, 에크모, 폐이식 등 고위험 행위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되, 위험한 수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징벌적 심의에 휘말리지 않도록 합리적인 예외 조항이나 방어망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령 등 하위법령 위임 사안 ‘과다’
법안 시행을 위해 대통령령 등 하위법령에 위임된 사안이 과다하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고위험 필수의료 범위, 의료사고 심의위원회의 전문성 확보, 책임보험 의무화와 비용 국가 지원 문제 등 핵심 쟁점들이 대거 하위법령으로 넘겨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학회는 하위법령 제정 시 해당 진료와 술기를 경험한 전문가의 위원회 참여 의무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학회 차원에서도 소모적인 갈등을 최대한 지양하고 독소조항을 중화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세부 시행령 및 시행규칙 마련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필수 의료 붕괴를 막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끝으로 정 위원장은 “흉부외과가 진정으로 요구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면책이 아니라 공정한 구분”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급성 대동맥박리나 에크모, 폐이식, 흉부 외상 수술 등은 시행하지 않으면 환자가 사망하고 시행해도 사망과 장애 위험이 극도로 높은 영역”이라며 “모호한 중과실 기준과 불투명한 심의, 부족한 보험 방치 시 방어적 설명과 진료를 유발해 실패한 제도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위험한 수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해서는 안 되지만, 위험한 수술이라는 이유만으로 의료진 기본 의무까지 면책해서도 안 된다”며 “책임보험 의무 가입에 따른 보험료 폭탄을 막기 위해 국가 차원 지원과 보장 한도, 한도 초과 시의 보완 장치 등도 구체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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