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중심 발전 '디지털 치료제'→환자·의사 '외면'
강동화 서울아산병원 교수 "의료진 등 사람 편의성 배제돼 제품 개발 기업들 고전"
2022.06.20 05:27 댓글쓰기

디지털치료제(DTx)를 비롯한 디지털 헬스케어 지속 가능성은 결국 ‘사람’에 있었다. 환자와 의료진의 마음을 사는 서비스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강동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1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2022 아산미래의학심포지엄’에서 “그동안 기술 중심으로 발전한 디지털 치료제는 사람 편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들이 사용을 고려할 만한 동기를 부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디지털 치료제 기업들이 이로 인해 위기를 겪고 있다”며 “기술적 측면에서 전도 유망한 디지털 치료제 기업들이 실제로는 사업적으로는 점점 경영이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강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 산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규제 완화와 플랫폼 확보 등 기술적 지원 외에도 환자와 의료진 입장을 고려한 디지털 치료제 개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강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적극 지원하면서 저위험도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조건부 품목허가를 신설하고, 소프트웨어 특성을 반영한 신규 규제 계가 필요하다. 또한 소프트웨어를 배포할 전용 플랫폼 부재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현재 상황은 상비약과 전문약이 모두 편의점에서 파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사실은 기술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사용자에게 큰 장벽을 만들 수 있다”며 “의료진도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뿐더러 그들을 움직일 강력한 임상데이터도 없다. 그들을 설득하려면 기존 업무 흐름과 통합할 수 있는 디지털 치료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좋은 해결책은 페어테라퓨틱스라는 미국 디지털 치료제 기업이 갖고 있다. 페어테라퓨틱스는 중독 치료제, 불면 치료제 등 디지털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갖춘 기업이다.


이와 관련, 이날 의사 출신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상무는 “페어테라퓨틱스는 설립할 때부터 대상 영역을 기존 의료에서 잘 받아들여질 만한 것을 선정한 뒤 개발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족보’가 있는 영역을 중심으로 개발을 진행하면,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규제당국을 비롯해 의료진들을 설득해 처방을 유도하는 데도 훨씬 쉬워진다”며 “의료진과 규제당국이 잘 받아들여질 만한 것을 잘 선별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아산병원, 금년 가을경 AI 환자 케어 플랫폼 적용 추진”

 

한편 디지털 헬스케어는 단순히 디지털 치료제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통합 플랫폼’ 구축이 지목됐다.


김태원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은 특히 암 진단 세분화가 통합형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의 필요성을 더욱 높였다고 역설했다.


김 병원장은 “2004년에는 폐암 관련 돌연변이가 약 2개 정도만 분류됐지만, 현재는 수많은 돌연변이가 발견됐다”며 “이제 점점 암은 포괄적인 질병에서 희소성이 강한 질병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중요한 점은 병원마다 나오는 임상 정보와 유전체 정보, 임상시험 정도 등 다양한 정보를 통합할 수 있는 의료현장 데이터의 통합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서울아산병원에서도 인공지능을 적용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환자 케어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시제품이 현재 나왔고, 가을 중에는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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