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비만치료제 열풍 속에 논란이 지속돼 온 자가주사제 원내 조제·판매에 대해 정부가 결국 현장조사에 착수한다.
그동안 의료기관에 의약분업 원칙 준수를 안내하며 경고해 왔지만 원내에서 비만치료 자가주사제를 직접 판매하는 사례가 급증하자 실태 파악과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조사 결과 위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 형사처벌은 물론 의사면허 자격정지까지 가능한 만큼 실제 처벌 사례가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보건복지부(장관 정은경)는 22일 의약분업 원칙을 위반해 비만치료 자가주사제를 원내 조제·판매한 것으로 의심되는 의료기관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와 현장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비만치료 주사제 공급량이 많은 전국 상위 의료기관이다. 의약품 공급 내역을 토대로 원내판매 가능성이 높은 기관을 추려 의약분업 원칙 준수 여부를 살펴볼 예정이다.
이번 조사는 최근 일부 의료기관에서 환자에게 직접 주사하지 않고도 비만치료 자가주사제를 상당량 판매하는 사례가 늘어난 데 따른 조치다.
자가주사제는 환자가 스스로 투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전문의약품이지만 약사법상 원칙적으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사의 조제를 거쳐 환자에게 전달돼야 한다.
즉, 의료기관에서 진료 후 처방전을 발급하고 환자가 약국에서 약사의 조제를 받아 의약품을 수령하는 의약분업 원칙이 적용된다.
다만 예외는 있다. 환자에게 주사 방법 등을 교육하기 위해 의료기관에서 실제로 주사제를 투여하는 경우에는 의약분업 예외 사유로 인정된다.
약사법 제23조 제4항은 의약분업 원칙에도 불구하고 ‘주사제를 주사하는 경우’ 의사가 직접 조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만치료 자가주사제 역시 환자에게 투여 방법을 교육하는 등의 목적으로 의료기관에서 실제 주사가 이뤄지는 경우에는 원내 조제가 가능하다는 게 복지부 판단이다.
반면 의료기관에서 실제 투여하지 않은 채 환자가 집에서 사용할 자가주사제를 직접 판매하는 행위는 의약분업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경고’ 넘어 ‘단속’…공급량 많은 의료기관 ‘정조준’
자가주사제 원내 조제 논란은 오래 전부터 의료현장에서 이어져 왔다.
당뇨치료제와 성장호르몬제 등을 중심으로 원내 조제 사례가 있었지만 최근 비만치료 자가주사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논란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특히 일부 의료기관이 사용법 교육을 명목으로 원내에서 한 차례 투여한 뒤 여러 회분의 제품을 한꺼번에 판매하거나 아예 의료기관 내 투여 없이 제품만 판매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복지부는 앞서 의료기관 등에 자가주사제 역시 원외처방이 원칙이라는 점을 안내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의료기관에서 직접 조제할 수 있는 경우는 교육 목적 등을 위해 실제 ‘주사제를 주사하는 경우’에 한정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정부의 지속적인 안내에도 불구하고 환자에게 직접 주사하지 않으면서 상당량의 비만치료 자가주사제를 판매하는 사례가 급증하자 결국 현장조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단순 계도나 유권해석 제시 수준을 넘어 공급량 자료를 토대로 의심 의료기관을 직접 조사한다는 점에서 기존 대응과는 결이 다르다.
특히 정부가 ‘전국 공급량 상위 의료기관’을 조사 대상으로 특정한 만큼 비만치료 자가주사제를 대량으로 공급받아 원내에서 판매해 온 의료기관들이 우선 점검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조사 과정에서는 실제 환자에게 주사가 이뤄졌는지, 원내에서 조제·판매한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 처방전 발급 의무를 준수했는지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년 이하 징역’ 형사 처벌에 면허정지
현장조사에서 위법 사실이 확인될 경우 처벌 수위도 상당하다.
약사법 제23조 제4항에 따른 의약분업 원칙을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의료법상 처방전 발급 의무 위반에 해당할 경우 행정처분도 뒤따른다. 1차 위반 시 자격정지 15일, 2년 이내 2차 위반 시에는 자격정지 30일 처분이 가능하다.
때문에 이번 현장조사 결과에 따라 비만치료 자가주사제 원내 판매와 관련한 첫 본격적인 처벌 사례가 등장할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무엇보다 정부는 이번 조사를 일회성 단속에 그치지 않고 비만치료 자가주사제 유통에 대한 상시 관리체계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현장조사가 끝난 이후에도 의료기관별 공급량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의약분업 위반 여부를 관리·감독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비만치료제 시장 확대와 함께 그동안 사실상 제도적 사각지대로 지적돼 온 자가주사제 원내 조제·판매 관행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의료현장에서는 자가주사제 특성을 고려한 보다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자가주사제는 일반적인 경구 전문의약품과 달리 최초 투여 과정에서 환자 교육이 필요하고, 의료진 지도 아래 사용법을 익혀야 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동안 현장에서는 약사법상 예외 규정을 놓고 의료진이 직접 투여해야만 인정되는지, 의료진의 지도 아래 환자가 직접 투여하는 경우까지 포함되는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려 왔다.
정부가 이번 조사를 통해 ‘실제 주사가 이뤄진 경우’와 ‘단순 원내 판매’를 어떻게 구분하고 판단할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곽순헌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비만치료 자가주사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이러한 수요가 의약분업 원칙을 벗어난 불법적인 의약품 판매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의약분업 원칙이 현장에서 충실히 지켜지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안전한 의약품 사용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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