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도·췌장질환 진단과 치료에서 내시경역행담췌관조영술(ERCP)은 핵심 역할을 한다. 하지만 X-ray에 나타난 담즙 통로 모양을 토대로 병변을 추정해 치료하는 방식인 만큼 조직검사 결과가 불확실하거나 큰 담관결석을 제거하기 어려운 환자에게는 한계가 있다. 이런 환자에서 담관과 췌관 내부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담췌관 내시경이 새로운 선택지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스파이글래스 DS’ 카테터는 지난 8월부터 환자 본인부담율이 80%에서 50%로 낮아지면서 비용 부담도 줄었다.
담도·췌장, 간접 관찰→직접 관찰
송태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사진]는 “스파이글래스의 가장 큰 가치는 기존 방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웠던 환자에게 새로운 진단과 치료 방법을 제공한다는 데 있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내시경역행담췌관조영술(ERCP)와 스파이글래스 차이를 ‘간접 관찰’과 ‘직접 관찰’로 설명했다.
ERCP는 십이지장까지 내시경을 넣은 뒤 담관이나 췌관에 조영제를 주입하고 엑스레이 영상을 보면서 담석을 제거하거나 스텐트를 삽입하는 시술이다. 일부 환자에서는 조직검사도 시행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의료진이 확인하는 것은 담관과 췌관 내부 자체가 아닌 조영제를 통해 드러난 형태다.
스파이글래스 DS는 여기에 가느다란 일회용 내시경 카테터를 추가해 담관이나 췌관 안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했다.
ERCP에 사용하는 내시경 안쪽 통로를 따라 카테터를 넣으면 끝부분의 카메라를 통해 내부 병변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송태준 교수는 “ERCP가 담관 ‘그림자’를 보는 검사라면 담췌관 내시경은 담관 안을 직접 보는 검사라고 할 수 있다”면서 “병변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의심되는 부위를 골라 조직검사를 하고, 치료도 보다 정확하게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확진 어려운 담관 협착·난치성 결석 등 활용
현재 스파이글래스 DS 선별급여 적용 대상은 크게 세 가지다.
▲악성종양이 의심돼 ERCP 조직검사나 세포진검사를 했지만 확진되지 않은 경우 ▲난치성 담관·췌관 결석이나 거대 담관결석에서 기존 결석 제거술에 실패해 재시행하는 경우 ▲담관·췌관 협착으로 가이드와이어가 통과하지 않아 추가적인 진단이나 치료가 어려운 경우다.
특히 원인을 명확히 알기 어려운 담관 협착에서 직접 관찰의 장점이 크다.
CT나 MRI, 초음파내시경, ERCP까지 시행했지만 진단이 어려운 경우 병변을 직접 확인하고 원하는 위치의 조직을 채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연구에서는 담관내시경 조직검사의 첫 검체진단 민감도가 68.2%로 높게 나타났다. 기존 ERCP 세포검사(21.4%)보다 3배 넘게 높았다. 담췌관 내시경 검사결과를 토대로 34% 환자에서 수술계획이 변경됐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됐다.
송 교수는 “직접 협착 부위를 보고 가장 의심스러운 곳에서 조직을 채취하면 악성종양을 진단해 치료로 이어지기도 하고, 반대로 양성임을 확인해 불필요한 수술을 피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ERCP로 제거하기 어려운 큰 담관결석도 주요 활용 영역이다. 스파이글래스 DS로 결석을 확인하면서 쇄석한 뒤 제거할 수 있어 반복적인 ERCP나 다른 침습적 치료를 줄일 수 있다.
심한 협착으로 가이드와이어 진행이 어려울 때도 담관 내부를 직접 보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송 교수는 “쉬운 환자를 더 쉽게 치료하는 기술이라기보다 기존 방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웠던 환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주는 기술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파했다.

환자 본인부담 50% 인하…반복 시술 부담도 완화
스파이글래스는 일반 ERCP보다 추가 비용이 필요한 고가 장비지만, 송 교수는 경제성을 판단할 때 한 번의 시술비가 아닌 전체 치료과정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단이 되지 않아 ERCP와 조직검사를 반복하거나 결석 제거 실패로 재입원과 추가 시술을 거듭하면 의료비와 의료자원 사용이 오히려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송 교수가 참여한 국내 경제성 연구에서는 담췌관 내시경 사용이 전체 치료과정의 비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기존 치료와 경구 담췌관 내시경 치료를 각각 1000명의 환자에게 시행한다고 가정해 의사결정모형으로 비교했다.
원인이 불명확한 담관 협착에서는 담췌관 내시경 도입으로 초기에는 2억85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지만 재검사와 불필요한 수술 감소를 반영하면 추가 비용은 7100만원으로 낮아졌다.
난치성 담석에서는 초기 비용이 2억7000만원 증가했으나 반복 시술 265건이 감소하면서 최종적으로 3억6900만원의 순비용을 절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2~3번 해야 할 시술을 한 번으로 줄이고 정확한 진단을 통해 후속 치료를 빠르게 시작할 수 있다면 환자뿐 아니라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1일부터 본인부담률이 80%에서 50%로 낮아진 것도 이런 환자들의 치료 부담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급여 적용 대상은 기존과 동일하다.
송 교수는 “기존에는 임상적으로 필요하더라도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부담이 낮아지면 경제적인 이유로 진단이나 치료를 미루는 상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2029년 재평가까지는 국내 실제 진료현장 근거를 충분히 쌓는 게 과제다.
진단 정확도 향상과 반복 ERCP·수술 감소, 입원기간과 의료비·합병증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송태준 교수는 “근거가 충분히 축적돼 임상적·경제적 가치가 확인된다면 환자 본인부담율 추가 인하나 급여 범위 확대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기를 많이 쓰는 게 아니라 필요한 환자에게 필요한 시점에 가장 정확하고 덜 침습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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