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안내부터 약 배송까지…병원 누비는 로봇
의료진 업무 돕고 환자 편의성 제고 ‘동료’ 역활…스마트병원 주역 부상
2026.07.30 16:17 댓글쓰기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이 뒤섞여 분주하게 오가는 병원. 수많은 진료과와 복잡한 동선 속에서 누구나 한 번쯤 ‘어디로 가야 하지?’라는 막막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예전에는 복잡한 안내 표지판을 살피거나 안내데스크를 찾아 길을 물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로봇을 따라가시면 돼요”라는 짧은 안내와 함께 로봇이 목적지까지 직접 동행한다.


의료서비스 로봇이 방문객 길 안내를 돕고 병동 사이를 오가며 약품을 배송하는 모습은 스마트병원이 이미 현실이 됐음을 보여준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림대성심병원은 11종 78대 의료서비스 로봇을 운영 중이다. 


특히 지난달 기준 누적 서비스 건수 8만 건을 기록하며 국내 최대 규모 로봇 활용 의료기관으로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로봇이 일하는 병원…의료서비스 질 향상까지


가장 많이 활용되는 로봇은 약·검체·물품 등을 의료진 대신 직접 운반하는 ‘나르미’다. 한 달 평균 로봇 사용 건수 2300건 중 약 1700건을 차지하며 314시간 동안 227km를 이동했다.


처방에 따라 병원 약제팀이 입원 환자가 복용해야 할 약을 로봇에 담으면 자율주행 기능을 통해 각 병동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고층 이동을 위해 환자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며 센서와 소통을 통해 병동 문도 자동 개방한다. 인구 밀집도가 높고 복잡한 공간에 활용되기 때문에 고도의 프로세스 정립 과정을 거쳤다. 


마약류 및 고가 의약품은 로봇 배송 대상에서 제외되며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시스템을 통해 보안도 강화했다. 


이 밖에도 실외 배송 로봇 ‘개미’와 고중량 물류 이동 서비스 로봇 등이 의료진을 대신해 이동 업무를 돕고 있다. 

 

이를 통해 병원은 의료진 업무 부담 완화 및 효율화를 추진하면서 환자에게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의료서비스 질 향상까지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의료진 만족도 역시 높다.


병원 관계자는 “업무에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며 “도입 초기에 불신의 시선도 많았지만 이후 실제 로봇이 고장 나자 ‘답답하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고 말했다.


의료서비스 로봇, 환자와 더 가까이


의료서비스 로봇들은 의료진뿐만 아니라 내원한 환자들에게도 효과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앞서 언급한 길 안내 로봇 ‘성심이’의 경우 고령 및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로봇이 직접 동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병원은 로봇 활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고령 환자들을 고려해 직원이 원격을 통해 로봇을 조작하는 시스템으로 변경했다. 환자에 맞춰 이동 속도를 조정할 수 있는 부분도 눈에 띈다.


또한 일부 안내 로봇은 사진 촬영 기능을 탑재, 어린이 환자를 비롯한 많은 내원객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물하고 있다.


원내 카페와 연계해 병동에 음료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도 있다. 인파가 혼잡한 시간을 피해 매일 4~6시 운영되며 각 병실 침대에 부착된 QR 코드를 통해 주문할 수 있다.


병원은 향후 서비스를 원내 의료기나 편의점 등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방안 마련을 논의 중이다. 


비대면 다학제 진료에 활용되는 로봇 ‘만능이’와 바닥 멸균, 헤파필터로 공기 중 세균·바이러스 제거 등 방역 역할을 수행하는 ‘깔끄미’도 환자들에게 많은 신뢰를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만능이’는 수술, 입원, 퇴원 등 각종 안내 영상을 보여주는 역할을 병행하는 데 이에 대한 환자 조사 결과, 응답자 90% 이상이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와 로봇 공존…핵심은 ‘문화 조성’


한림대성심병원은 의료서비스 로봇을 활성화하기 위해 무엇보다 로봇과 사람이 공존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데 집중했다.


문화 조성 자체가 쉽지 않은 만큼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2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한 끝에 현재 단계에 이르렀다. 


구체적으로 병원 바닥과 엘리베이터 내부 등에 안내등 및 스티커를 설치·부착해 환자들이 언제든 로봇을 마주칠 수 있다는 인식을 형성, 거부감을 낮췄다. 쇼츠 영상과 전광판 교육자료 제작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의료진의 로봇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로봇 네이밍 공모전이나 사비를 통한 우수 부서 포상도 이뤄졌다. 아울러 병원 전반에 걸쳐 다양한 현장 목소리를 적극 수렴하고 있다. 


최근에는 로봇 혁신 수당을 신설,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새로운 로봇 실증에 대한 의료진 접근 장벽을 허물고 있다. 


특히 병원은 이러한 문화 형성을 위해 병원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협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김영미 한림대성심병원 커맨드센터 부센터장은 “문화 만들기는 한림대성심병원 혼자 할 수 없다. 다양한 분야가 함께 힘을 합쳐 작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뿐 아니라 전체 의료계가 로봇 활용 현실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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