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숙증 억제제, 진단기준 맞는 사용 중요”
보건의료연구원, ‘GnRH 유사체’ 효과 연구…“키 성장 근거 불충분”
2026.08.04 09:09 댓글쓰기



GnRH 유사체가 성조숙증으로 정확히 진단된 아동에서는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된 표준치료이지만 진단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일반 소아청소년에서의 사용은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보건당국 평가가 나왔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원장 이재태, NECA)은 최근 성조숙증 억제 치료제인 ‘GnRH 유사체’ 효과성·안전성과 국내 치료 현황, 보호자 및 의료진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성조숙증은 사춘기가 또래보다 비정상적으로 빨리 시작되는 질환이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성인이 되었을 때의 최종 키가 줄어들거나 심리·사회적 어려움을 초래한다.


GnRH 유사체는 현재 국내외 임상진료지침에서 성조숙증으로 진단된 아동에게 사춘기 진행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준 치료다. 


하지만 최근에는 성조숙증 진단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조기사춘기 또는 정상사춘기 아동에서도 키 성장을 기대하며 치료하는 사례가 보고되면서, 과학적 근거를 확인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연구진은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 건강보험 청구자료 분석 및 보호자·의료진 설문조사를 함께 수행해 국내 사용 실태와 근거 수준을 살폈다. 연구의 전(全) 과정은 대한소아내분비학회의 추천으로 구성된 연구자문위원회를 거쳤다.


2020년 1월부터 2025년 6월까지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성조숙증으로 진단받고 성조숙증 억제 주사제를 처방받은 환자는 21만5628명, 청구금액은 약 6215억원이었다. 


2022~2023년 이후 환자 수는 안정화되거나 소폭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으며, 전체 환자 약 86%는 여아였다. 진료의 약 87%는 소아청소년과에서 이뤄졌다.


국내외 임상진료지침을 검토한 결과, GnRH 유사체는 성조숙증으로 정확히 진단된 아동에서 효과와 단기·중기 안전성이 확인된 표준 치료라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이번 연구에서는 성조숙증 진단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조기사춘기 또는 정상사춘기 소아청소년에서 키 성장을 목적으로 GnRH 유사체를 사용한 경우를 체계적 문헌고찰 방법으로 분석했다.


“진단 기준 충족하지 않는 아동의 최종 성인키 관련 근거는 제한적”

“의료 현장, 사춘기 진행 속도와 골 연령 등 종합 판단해야”


국내외 문헌 9편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성조숙증으로 진단되지 않은 조기사춘기 또는 정상사춘기 소아청소년에서는 GnRH 유사체 치료가 최종 성인키를 유의하게 증가시킨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안전성 지표로 평가한 체질량지수(BMI)는 치료군과 대조군 간 유의한 차이가 없는 반면 초경은 평균 1.5년 늦어졌다. 하지만 연구 간 결과 차이가 커 해석에는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결과는 진단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대상에서는 키 성장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치료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5년 이내 성조숙증으로 병원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아동 보호자 1000명을 조사했다. 복수 응답을 받은 결과,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한 정보는 주사 치료 시작 및 종료 시기(48.1%), 성조숙증 검사 시기(47.4%), 진단 기준(42.7%) 순이었다.


의료기관을 처음 방문하게 된 계기는 2차 성징 발현 지연이 49.2%로 가장 많았고, 비만·과체중(17.2%), 키 성장 기간 연장(14.2%), 키가 작아서(12.6%)가 뒤를 이었다. 치료 주된 목적으로도 ‘2차 성징 지연’(58.0%)에 이어 ‘최종 신장 증가’(24.9%)가 두 번째로 많이 꼽혔다.


반면 성조숙증 진단 기준을 알고 있다는 응답은 59.4%, 성조숙증 치료와 성장호르몬 치료 차이를 알고 있다는 응답은 51.2%에 그쳤다. 


또 응답자의 48.0%가 치료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었으며 주요 우려 사항은 부작용(62.7%), 정서·심리적 영향(41.4%), 치료 비용 부담(33.6%) 순이었다.


성조숙증 치료제 처방 경험이 있는 의료진 17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78%는 골 연령이 역연령보다 최소 1년 이상 앞선 경우를 성조숙증 진단기준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급여 기준에는 포함되지 않더라도 치료 결정시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으로는 사춘기 진행 속도와 골연령 차이가 가장 많이 선택됐다. 


또 61.6%는 성조숙증 진단 이후에도 경과 관찰 등을 이유로 치료를 연기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해, 임상 현장에서 치료 시점을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월 시행된 건강보험 요양급여 고시 개정에 대해서는 60.5%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진단 및 치료 기준이 보다 명확해졌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들었다. 동시에 임상 현장을 반영한 기준 보완과 환자 대상 안내 자료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됐다.


연구책임자인 NECA 윤지은 연구위원은 “성조숙증 치료 효과를 평가한 연구가 아니라 성조숙증 진단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소아청소년에게 키 성장 목적으로 GnRH 유사체를 사용하는 경우의 근거를 체계적으로 검토한 연구”라고 의미를 전했다.


그는 “진단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일반 소아청소년에서 GnRH 유사체 사용은 현재까지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면서 “이번 연구가 보호자와 의료진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합리적인 치료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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