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진’의 제도권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보건복지부도 안전한 사용 기준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기간 멈춰 있던 미프진 품목허가와 제도 정비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국내 판권을 보유한 현대약품 주가는 사흘간 60% 넘게 급등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약품은 전(前) 거래일보다 13.26%(890원) 오른 7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7000원으로 출발한 주가는 장중 8470원까지 치솟았으며, 거래량은 2348만6157주를 기록했다.
현대약품은 이재명 대통령의 미프진 관련 발언이 나온 지난 14일 전 거래일보다 29.84%(1395원) 오른 607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어 15일에도 10.54%(640원) 상승한 6710원에 마감한 데 이어 16일까지 사흘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대통령 발언 직전인 13일 종가 4675원과 비교하면 사흘간 주가가 62.57% 급등했다.
이 기간 거래량도 14일 212만5893주에서 15일 1617만6305주, 16일 2348만6157주로 빠르게 증가했다.
이 대통령 “해외직구 복용·사고 방치 옳지 않아”
이번 주가 상승은 이 대통령이 지난 1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미프진의 적정한 사용을 허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허용을 안 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필요한 여성들이 해외 직구를 통해 복용하고 사고도 나는데 방치하는 게 옳지 않은 것 같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성평등가족부, 법제처에 복용 실태와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상황을 물었다.
이어 “법 밖에 방치하면서 정부는 책임을 모면하겠지만 국민들은 위험에 빠지는 것”이라며 “정부에 좀 어려움이 있더라도 적정하게 투약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기간을 법률로 일률적으로 정하는 논의가 장기화될 경우 의사의 전문적인 재량에 맡기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한성숙 국무총리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관계 부처와 안건을 준비한 뒤 다시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보건복지부 “허가 시 임상진료지침 마련”
대통령 문제 제기에 이어 보건복지부도 미프진이 허가될 경우에 대비해 안전 사용 기준을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하반기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에서 “임신중지 약물과 관련해 낙태에 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고 개선 입법을 하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아직 입법이 미비한 부분에 대해 정부로서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모자보건법 개정 등 필요한 부분을 국회와 논의하면서 진행하겠다”며 “약제가 허가돼 도입될 경우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의료계와 임상진료지침 등 안전한 사용 기준을 마련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가 미프진 도입을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품목허가 이후 의료 현장에서 적용할 기준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 논의가 한 단계 진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향후에는 식약처가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 및 품질을 심사하고, 복지부와 의료계가 실제 처방과 사용에 필요한 임상 기준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투여 가능한 임신 주수와 처방 의료기관, 복용 전 자궁외임신 확인, 복용 후 출혈·감염 관리와 추적관찰 등이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낙태죄 효력 잃었지만 후속 입법은 공백
미프진 논란 배경에는 낙태죄 효력 상실 이후 이어지고 있는 입법 공백이 자리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형법상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20년 말까지 관련 법률을 개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국회가 대체 입법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기존 낙태죄 조항은 2021년부터 효력을 잃었다.
낙태죄는 사실상 폐지됐지만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시기와 방법, 의료기관과 의료인의 역할,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 기준 등은 명확히 정비되지 않았다.
현행 모자보건법도 인공임신중절 방법을 수술로 규정하고 있어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의 명시적인 근거가 없는 상태다.
이 같은 제도 공백 속에서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미프진이 해외직구와 온라인 불법 유통을 통해 거래되면서 제품의 진위와 품질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복용 전 정확한 임신 주수와 자궁외임신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고, 복용 후 과다출혈이나 감염 등이 발생해도 적절한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약품, 세 번째 품목허가 도전
현대약품이 대표적인 미프진 관련주로 분류되는 이유는 국내 독점 판권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약품은 지난 2021년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과 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지미소정’의 국내 독점 판권 및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미프지미소는 임신 유지에 필요한 프로게스테론 작용을 억제하는 미페프리스톤 200㎎ 1정과 자궁 수축을 유도하는 미소프로스톨 200㎍ 4정으로 구성된 콤비팩 제품이다.
현대약품은 2021년 7월 식약처에 처음으로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식약처는 신약 심사기준에 따라 안전성·유효성과 품질 자료 등을 검토한 뒤 일부 자료의 보완을 요구했다.
회사는 보완자료 제출기한을 두 차례 연장했지만 일부 자료를 기한 내 제출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2022년 12월 신청을 자진 취하했다. 이후 2023년 다시 허가를 신청했지만 추가 보완 문제 등으로 허가 절차가 마무리되지 못했다.
현대약품은 2024년 12월 세 번째 품목허가를 신청해 국내 도입 절차를 다시 진행하고 있다.
이번 대통령 발언으로 장기간 이어진 정책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가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통령 발언만으로 허가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식약처 품목허가 심사와 함께 임신중지 허용 범위, 처방·조제 방법, 복용 후 관리체계 등에 대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대화제약·명문제약도 관련주 부각
현대약품과 함께 대화제약도 관련주로 부각됐다. 대화제약은 현대약품 주식 84만4493주를 보유해 지분율이 약 2.6%에 이른다.
대화제약은 전략적 제휴와 사업협력 관계 구축을 목적으로 현대약품 지분을 취득했다. 현대약품이 14일 상한가를 기록하자 대화제약도 같은 날 11.91% 상승했다.
다만 현재까지 대화제약이 미프지미소 개발이나 국내 판매에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확인된 것은 없어 지분 관계에 따른 간접 수혜 성격이 강하다.
명문제약 등 사후피임약 관련 제품을 보유한 업체도 시장에서 관련 종목으로 묶였다. 명문제약은 사후피임약 ‘레보니아원정’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그러나 사후피임약은 배란을 지연하거나 억제해 임신을 예방하는 의약품인 반면 미프진은 성립된 초기 임신을 중지하는 의약품이다.
작용 목적과 허가 체계가 다른 만큼 이들 업체는 미프진 도입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주라기보다 정책 테마로 함께 묶인 성격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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