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사 책임 안물어” 합의했지만 ‘1억4930만원’
병원, 수술 6주후 천만원 지급…法 “환자 후유장해 예측 어려워 추가 배상 인정”
2026.06.18 06:43 댓글쓰기

양악수술 후 부작용을 겪은 환자가 병원과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작성했음에도 법원으로부터 추가 손해배상을 인정받았다. 재판부는 해당 합의가 이후 확인된 손해까지 효력이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판사 박찬석)은 지난달 22일 양악수술 등을 받은 환자 A씨가 성형외과 원장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1억493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23년 12월 서울 강남구 소재 성형외과에서 양악수술과 돌출입수술, 광대뼈성형술, 앞턱성형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 직후부터 안면부 감각저하와 이상감각, 신경통증, 아래턱이 다물어지지 않는 증상 등을 호소했다. 이후 여러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은 끝에 이듬해 6월 삼차신경 손상 진단과 함께 영구적인 후유장해가 예상된다는 진단서를 발급받았다.


다만 A씨는 그보다 앞선 2024년 2월 병원 측으로부터 1000만원을 지급받고 ‘향후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서에는 추후 이의를 제기할 경우 수술비의 10배를 위약벌로 지급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쟁점은 해당 합의가 이후 확인된 영구적 신경 손상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까지 제한하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합의 효력을 제한적으로 해석했다. 재판부는 “합의는 수술 후 약 6주 만에 이뤄진 것으로 원고가 후유증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시점이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합의 당시 병원 직원이 “3~6개월이면 회복된다”, “무조건 돌아온다. 걱정 안 하해도 된다”는 취지로 설명한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영구적 고착화가 예상된다는 후유장해진단서는 합의일로부터 약 4개월 후 발급돼 원고로서는 영구적 후유장해를 예견하기 어려웠다”며 “합의금 1000만원은 이후 확인된 손해액에 비해 현저히 적고 영구적 신경손상과 주요우울장애 등에 이르는 중대한 손해가 발생했다”고 했다.


이어 “앞선 합의는 원고의 영구적 신경손상으로 인해 나중에 확인된 손해에 대한 배상청구까지 막을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수술동의서에 포함된 ‘향후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조항도 재판부는 “의료과실에 따른 책임까지 면제된다고 본다면 의사가 환자보다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는 결과가 될 수 있어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 “의료과실 있었고 설명의무 위반, 수술 후 경과관찰 과정도 문제”


재판부는 의료과실도 인정했다. 신체감정 결과와 진료기록 등을 토대로 수술 과정에서의 주의의무 위반과 삼차신경 손상 및 부비동염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특히 사실조회 결과 드릴링에 의한 안와하신경 손상 가능성이 제기됐고, 재수술 기록에서도 나사에 의한 신경 압박 및 손상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판단했다.


설명의무 위반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의사가 아닌 상담 직원이 수술동의서를 받고 부작용 상담을 진행했으며, 의사가 직접 충분한 설명을 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봤다.


수술 후 경과관찰 과정도 문제로 지적됐다. 재판부는 부작용을 호소하는 A씨에게 의료진이 직접 진료하지 않고 직원 등을 통해 “시간이 지나면 괜찮다”는 설명만 반복했다며 경과관찰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A씨가 과거 안면성형술 병력이 있었고 수술 후 다른 병원에서 재수술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해 B씨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이에 법원은 “치료비와 위자료 등을 고려해 병원 측이 A씨에게 1억493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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