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학교육의 가장 기초가 되는 해부학 실습이 기증 시신은 물론 학생들을 지도할 교수인력 부족으로 우려를 키우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관련 문턱을 대폭 낮추기로 했다.
최근 대학이 기증받은 시신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의과대학에도 제공할 수 있도록 법령이 개정된데 이어 이번에는 시체 해부자 자격 완화가 예고됐다.
의학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원활한 해부학 실습 교육을 위해 시체 해부 지도자 자격을 합리적으로 정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시체 해부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우선 기존 법령에서 종합병원 전속 전문의 5년 이상 재직 요건을 삭제하고, 의과대학 또는 의료기관에 재직 중인 의사로 자격 범위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대학병원 교수가 아닌 일반 병원에 재직 중인 의사도 의대생들의 해부학 실습을 지도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해부학, 병리학, 법의학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유사 분야의 석사학위 이상 취득했거나 관련 교과목 이수 또는 연구·교육 경력을 갖춘 경우에도 시체 해부 자격을 부여한다.
세부적으로는 △의과대학에 개설된 해부학, 병리학, 법의학 관련 과목을 9학점 이상 이수한 경우 △연구실적 또는 교육·해부 경력 합산이 4년 이상인 경우 자격을 인정 받을 수 있다.
해부학 실습의 전문성을 유지하면서도 교육 현장의 유연성을 확보해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전공자와 비전공자 등 투트랙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취지다.
물론 자격 범위 확대로 비의사 참여가 증가할 수 있어 기관별 관리 감독 체계의 복잡성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관련 학계에서도 지도인력 부족 문제 해소를 위해 동의했다.
실제 대한해부학회, 대한병리학회, 대한법의학회 등은 올해 초 시체 해부자 자격 완화와 관련해 복지부와 의견을 나눴고, 관련 과목 일정 학점 이상 이수를 전제로 법 개정에 동의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해부학, 병리학, 법의학 전공자 외에도 실질적인 역량을 갖춘 자에게도 시체 해부 지도자격을 부여함으로써 해부실습 교육 공백 문제를 해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동안 시신 기증이 특정 대학에 쏠리거나 부족하더라도 이를 대학끼리 나눌 수 없어 교육에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법 개정을 통해 대학 간 시신 공유가 가능해졌다.
기존 시체 해부 및 보존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시신을 기증받은 의과대학이 남는 시신을 다른 대학에 제공할 수 있는 명확한 조항이 없었다.
기증자가 특정 대학을 지정해 기증했을 경우 해당 기관에서만 시신을 활용해야 했기 때문에 시신이 부족한 다른 학교는 실습 인원이 과도하게 밀집되는 현상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률 개정안이 지난 2025년 11월 11일 통과됐으며 지난 12일 본격 시행됐다.
기증자 또는 유족이 동의하고 의학 전공 학생의 교육을 위한 목적에 한정한다면 기증받은 시신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의과대학에도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특정 대학에 기증이 몰려 실습 환경이 열악해지는 불균형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시신 여유가 있는 대학이 부족한 대학과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전국 어디서나 의대생들이 교육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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