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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항암신약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치료 가능성’과 ‘치료 접근성’ 사이 간극도 커지고 있다. 최근 소세포폐암 치료제 ‘임델트라(성분명 탈라타맙)’ 건강보험 적용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호소했던 황원민 교수(건양대병원 신장내과)는 환자를 진료해온 의사이자 가족의 암 투병을 직접 경험한 보호자다. 그는 초고가 항암제 치료 과정에서 체감한 경제적 부담과 환자·보호자 심리적 고통, 지방 의료 현실, 건강보험 제도의 구조적 한계 등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편집자주]
황 교수는 최근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초고가 항암제 접근성 문제와 건강보험 제도 개선 필요성을 호소했다. 당시 그는 환자 보호자이자 의사 입장에서 직접 경험한 현실을 전달하며 주목받았다.
황 교수의 아내는 건양대병원 교수 출신으로 현재 소세포폐암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처음 진단을 받았을 때는 놀라거나 무섭다는 생각보다 ‘내가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며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 방향을 찾는 데 집중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인 아내가 더 불안해하지 않도록 일부러 더 담담하게 행동하려고 했다”며 “의사로 살아왔지만 가족이 환자가 되는 경험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고 털어놨다.
황 교수에 따르면 아내는 기존 1·2차 항암 치료 이후 병이 진행되면서 지난해 임델트라 치료를 시작했다.
그는 “처음에는 약을 쓸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기뻤다”며 “실제로 치료 효과가 좋아 환자 상태가 눈에 띄게 호전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황 교수는 당시 자신이 원내 약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었던 점도 치료 기회를 얻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건양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정도만 임델트라 도입을 위한 심의가 진행 중이었는데, 마침 내부에서 심의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약제 코딩과 처방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됐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우연이 겹친 상황이었다”며 “젊은 교수가 먼저 약 도입을 신청했고, 마침 내가 약사위원장을 맡고 있어 심의가 빠르게 진행됐다”라고 술회했다.
현재 그의 아내는 약 17회 정도 투약을 진행한 상태다.
그는 “지금은 등산도 가능하고 일상생활은 거의 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다”며 “암 치료는 결국 환자에게 맞는 항암제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1년에 약값만 5억원”…현실이 된 초고가 치료 부담
문제는 치료 효과와 별개로 감당하기 어려운 약값이었다. 임델트라는 현재 국내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대표적 초고가 항암제다.
황원민 교수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투약을 받는데 회당 약값이 약 2200만원 정도”라며 “1년 치료를 생각하면 최소 5억원 이상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치료를 위해 집을 정리하고 규모를 줄여 현금을 확보했다”며 “직접 겪어보니 ‘집 팔아서 병 치료한다’는 말이 정말 현실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 생활을 오래 하면서 비싼 약도 시간이 지나면 보험이 되거나 약값이 내려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그래서 어떻게든 버텨보자는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현재 지나치게 경직돼 있는 고가 신약 급여 시스템을 지적했다.
그는 “건강보험 재정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효과가 입증된 환자에 한해서라도 선별적으로 급여를 적용하는 등 조금 더 유연한 방식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예를 들어 일정 기간 비급여로 사용한 뒤 실제 치료 효과가 확인된 환자에게 급여를 적용하는 방식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효과가 없는 환자까지 무조건 지원하는 게 아닌 실제 반응이 확인된 환자에게만이라도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특히 환자와 보호자들이 겪는 심리적 부담에 주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환자 입장에서는 ‘효과 좋은 약이 있는데 1년에 5억원 든다’는 말을 듣는 순간 큰 좌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며 “의사들도 그런 설명을 하는 게 굉장히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치료제가 없다고 하면 환자도 포기를 하는데, 치료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비용 때문에 접근하지 못하면 가족들의 죄책감과 상실감이 훨씬 커진다”고 덧붙였다.
“빅5 병원 쏠림현상 지속”…지방의료 현실도 체감
황 교수는 가족 치료 과정을 통해 지방의료 인프라 한계 역시 절실하게 체감했다.
그는 “암은 종류도 다양하고 최근에는 분자병리 기반 정밀진단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이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장비뿐 아니라 해석할 수 있는 전문인력과 시스템이 모두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이런 시스템은 서울 대형병원에 집중돼 있다”며 “지방 병원들은 여전히 전문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결국 환자들이 서울 ‘빅5’ 병원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세브란스병원만 해도 하루 외래 항암환자가 700~800명 수준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필수의료 인력 이탈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예전에는 사명감으로 대학병원 필수과를 선택했다면 지금은 젊은 의사들이 처우와 수입 차이를 훨씬 현실적으로 고민하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이어 “필수의료를 유지하려면 단순히 ‘사명감’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건강보험 재정 운용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증질환이나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약제의 본인부담을 조금 높여 확보한 재원을 정말 절실한 중증환자와 고가 신약에 더 적극 투입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복지부나 심평원 역시 결국 제한된 재정 안에서 판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사회적으로 신약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마지막으로 황 교수는 비슷한 상황을 겪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새로운 약과 치료 조합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담당 의료진과 잘 상의하면서 최대한 치료 기회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와 보호자들이 얼마나 외롭고 힘든지 직접 체감했기 때문에 더 마음이 간다”며 “힘내고, 희망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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