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협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위탁심사가 의과 진료비는 억제한 반면 한방 진료비 폭등은 막지 못했다고 비판했고, 한의협은 환자 치료 선택권과 자동차보험 특수성에 기인한 결과라고 맞섰다.
이와 함께 학계와 심평원에서는 자동차보험 심사 전문성 확보를 위해 법적 권한 강화와 거버넌스 개편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태현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자동차보험 진료비 위탁 심사 평가 및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한의계를 관리하는 심평원 위탁 심사 제도 형평성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부회장은 2013년 심평원 위탁 심사 도입 이후 의과 진료에 대한 관리는 성공적이었으나 한의계를 보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과 진료의 경우 건강보험 기준을 준용하거나 척추 신경차단술, 입원료 산정 등에서 엄격한 삭감과 조정을 받아온 반면 한방 분야는 상대적으로 관리가 느슨했다는 주장이다.
이 부회장은 구체적인 통계 수치를 근거로 한방 진료비의 비정상적인 증가세를 꼬집었다.
그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4년 간 자동차 사고 건수와 경상자 수, 의과 진료비가 모두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방 진료비만 68% 급증했다.
이 부회장은 “사고가 줄었는데 특정 분야 진료비만 매년 10% 이상 늘어난 것은 의학적 필요성보다는 의료 외적인 문제가 개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즉, 의과에 대한 강력한 규제로 입원 등이 어려워진 환자들이 한방으로 쏠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한의협, 진료비 증가→과잉진료 매도 ‘반박’
이에 대한한의사협회 송인선 보험이사는 진료비 증가를 과잉진료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송 이사는 자동차보험은 건강보험과 달리 피해자 원상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이므로, 비용 효율성만을 따지는 건강보험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통사고 대다수를 차지하는 경상 환자는 영상 검사에서는 이상 없어도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근골격계 질환에 강점이 있는 한의 치료를 환자들이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또 송 이사는 “건강보험에서는 높은 본인부담금 때문에 한의원 이용 장벽이 높지만, 본인 부담이 없는 자동차보험에서는 환자들이 비용보다는 치료 효과를 기준으로 의료기관을 선택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날 발제를 맡은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심평원 자보 심사 전문심의기구 신설 등 추가적인 개선 필요성을 역설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연평균 3.6명 심사위원이 11만9006건에 대한 심사 자문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자동차 보험 위탁심사를 시작한 이후 12년간 7300억원의 진료비 절감을 이뤄냈지만, 법적인 근거 부족 등으로 추가적인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 교수는 건강보험과 비교할 때 시장 변화에 대한 자보 진료비 심사 제도의 대응은 매우 더디며 심평원 역할에 대한 법적 지위와 권한이 제한적이라며, 이런 여건 속에서 심평원의 자보 심사 관리 역할 기대는 무리라고 진단했다.
홍 교수는 구체적으로 한방 다빈도 진료에 대한 보장 제한과 심사기준 강화, 합의금 산정 기준 개선, 형식적인 진단서 제도의 실효성 제고 및 장기치료 관리 강화, 적정성 평가 도입 등을 핵심 개선 사항으로 꼽았다.
특히 진료수가 및 심사 기준 설정을 위한 전문심의기구 신설과 심평원 위탁 심사 역할에 대한 법적 권한 강화, 심사기능 강화를 위한 안정적 재원 마련과 재원 부담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자동차보험 관리의 이원화 추진 필요성도 제기했다.
현행 자동차보험 관리 구조는 국토교통부를 주관 부처로 물적 손해 중심의 제도 운영에 치중돼 있다. 하지만 사람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인적 손해 영역은 복지부 정책 영역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에도 부처 간 조정 및 관리 기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홍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물적 손해는 국토부가, 인적 손해는 복지부가 각각 분리해 관할하는 이원화 체계 구축이 바람직하다”며 “본격적인 이원화에 앞서 단기적으로는 국토부와 복지부의 공동 고시 제도를 도입해 한의과 수가 및 심사 기준 설정 과정에서 복지부의 적극적 개입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심평원, 자보심사 업무 법적 안정성 필요
김애련 심평원 자동차보험심사센터장은 심사 업무의 법적 안정성을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현재처럼 심평원이 민간 보험사와 직접 심사 수수료를 계약하는 방식은 심사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우려가 있다”며 “건강보험처럼 부담금 형태로 징수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예산 편성에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현재 자보 심사 실무와 심사 기준 마련 과정 사이에 구조적인 단절이 있어 전문성을 보유한 심평원이 이해충돌 우려로 기준 개정 논의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며, 심평원이 기준 설정 거버넌스에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센터장은 “지난 12년간 진료비 심사와 조정 업무에 주력해왔다면 이제는 의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적정성 평가를 도입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 복지부로 자보 업무 이관설 ‘일축’
이에 대해 백선영 국토교통부 자동차보험팀장은 홍석철 교수가 제안한 자동차보험 업무의 보건복지부 이관설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심사 위탁의 법적 근거에 대해서는 법률상 전문 심사기관으로 명시돼 있고 시행령에 그 기관을 심평원으로 지정한다고 이미 규정돼 법적 근거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심평원 법적 권한 강화와 재원 부담 법제화에 대해 심평원이 강력히 원하고 있는 만큼 진지하게 고민하고 들여다보겠다고 답했다.
백선영 국토부 자보 팀장은 “자동차보험은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건강보험과 달리 사고 수습이 핵심인 제도이다. 대인뿐만 아니라 대물 보상이 복합적으로 얽혀 소비자가 보험사를 선택해 가입하는 경쟁 시장이라는 점에서 건강보험과는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며 “대인과 대물을 통합 관리하며 사고 충격량 등을 종합 고려할 수 있는 국토부가 관장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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