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상] 1년 6개월 의정사태가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일선 전공의 수련현장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정부가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선언했지만 관련 전공의 복귀·충원과 수련 개선은 갈 길이 멀다. 데일리메디는 최근 ‘전공의 복귀와 수련 전상화 진단’ 정책좌담회를 열고 전문가들과 함께 진료지원인력(PA)와의 상생 방안, 전공의법 개정안 시행 준비사항,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책 등을 진단했다. 박중신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이 좌장을 맡았고, 패널로는 ▲유희철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위원장 ▲한동우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정책부회장 ▲이덕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고문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김찬규 대한의료정책학교 공보·홍보이사 ▲곽순헌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등이 참석했다. 데일리메디는 총 3회에 걸쳐 전문가들이 내놓은 대한민국 수련 정상화 해법을 전한다. [편집자주]
“수련병원 정상화와 수련환경 정상화는 다른 사안”
Q 박중신 좌장 : 의정사태가 표면적으로 마무리됐다. 수련현장 상황은 어떤가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 : 대부분 이전과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수련이 이뤄지고 있다.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에 참여해 수련시간이 줄어든 경우도 있지만 아직 전공의 교육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
한동우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정책부회장 : 전공의들이 복귀할 때 양질의 수련 계기로 삼는 분위기였지만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기존 수련평가 자체가 양적·외형적 인프라에 한정돼 있었다. 질적인 수련에 대한 보장이 돼야 하고 지도 전문의들의 역량 강화도 큰 과제다.
유희철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 위원장 : 전공의 복귀율이 100%가 아니다. 빅5 병원은 90%에 달하고 수술도 늘었지만 지방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전북대병원의 예를 보면 수술 건수는 75%, 입원환자는 80%, 외래는 80% 정도 회복됐다. 정부는 의료현장이 정상적으로 돌아왔다고 하지만 대국민용이 아니라 환자·의료진 중심 의료정책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이덕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고문 : 수련환경 정상화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명백한 정상화가 아니다. 전공의가 돌아올 것을 충분히 예상하고 수련병원 관계자들도 준비를 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의정갈등을 통해 전공의들의 정체성에 대해 사회적 인식이 혼란스럽다.
이들은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이들인가, 수련을 받는 이들인가. 국민 입장에서는 여전히 전공의가 어떤 정체성을 갖고 있는지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수련을 받는 전공의와 수련을 시키는 교수 사이 간극도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동상이몽이 개선 가능성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전공의 수련은 혼란 속에 있다.
김찬규 대한의료정책학교 공보·홍보이사 : 정부가 말하는 수련정상화와 전공의들이 말하는 게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병원 운영 정상화는 어느정도 달성됐지만 수련 정상화가 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데는 어떤 게 결여됐기 때문인지 살펴야 한다.
복귀율, 숫자, 전체, N수, 병원의 재정 건전성을 얘기하기 보다는 구체적인 내용, 질적인 문제를 다루고 차후 수련이 지속되고 이것을 약속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정부가 말하는 꼭 필요한 과목이 충원되지 않은 상황, 지역의료가 위기라고 말하는 의료진이 충원되지 않은 상황을 비정상적이라고 규정해야 한다.
곽순헌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 전공의 신분이 수련생인지 병원 운영에서 이익을 창출하는 의사인지 논쟁이 있다. 수익에 기여하는 존재라는 시각이라면 병원 정상화가 기준이 되겠지만 수련생 입장에서는 수련환경이 지속가능한 것인지를 기준으로 삼을 것이다. 정부도 두 측면을 고려해서 보고 있으며, 이 자리에서는 수련환경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토론하겠다.

“제도권 진입한 PA, 전공의 수련과 상생 방안 모색”
“전공의 교육권 확보 노력, 자연스러운 관계 형성”
Q 박중신 좌장 : 의정사태 과정에서 간호법이 통과됐고 진료지원인력(PA)가 양성화됐다. 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성존 회장 : 수련을 재개하기 전 엄청난 우려가 있었던 것에 비해서는 현장에서 잘 지내고 있다. 갈등이라는 것은 어느 직장에나 있고, 기존에도 있었다. 환자를 향해 공동의 목표를 갖고 함께 일하는 팀이다. 갈등이 조명받는 것은 아쉽다.
병원 운영에 필요해 PA가 존재하는 것은 알지만 그들에 대한 명확한 정립이 필요하다. 최소한 수련병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에서는 업무 효율성 보다는 수련이 우선시돼야 한다. 수련병원들은 여전히 병원이 잘 굴러가길 원하는지, 아니면 전공의들이 잘 수련받길 원하는지 무엇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상황인지 묻고 싶다.
김찬규 공보·홍보이사 : 응급의학과 2년차까지 수련하고 사직한 뒤 미복귀한 상황이다. 주변에서 복귀 후 PA와의 관계 형성에 큰 문제가 있다고 들은 바는 없다. 지금은 PA가 처음 양지화됐기 때문에 조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처음 배우는 전공의보다 10년차 PA가 ‘더 빠르게 일처리를 한다’고 여겨져 수련환경이 점차 축소되지는 않을지 우려감이 있다. 의료기관 종별로, 지역별로 PA와 전공의 각각에 기대하는 기능이 다르다. 전공의 교육권 확보에 힘쓴다면 자연스럽게 두 직역의 관계와 역할이 현장에서 자리잡을 것이다.
한동우 정책부회장 : 정부가 추진한 게 ‘전문의 중심병원’이었다. PA가 많은 부분에서 로딩을 덜어줄 수 있고, 교수들이 붙박이로 있다 보니 의존도 또한 높아지니 PA가 있어 병원이 잘 굴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진료적인 부분에 한한 것이다.
수련과는 별개의 상황으로 봐야 한다. PA가 일을 해서 병원이 너무 잘 돌아가는 것 자체가 수련에 큰 도움이 될지 의문은 든다. 다만 현 시점에서 PA와의 단순 관계를 결론내리거나 여러 문제를 논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희철 위원장 : 지방에서는 20년 전에도 외과 전공의가 없어 PA들 지원을 받으며 운영됐다. PA가 한 곳에 오래 정착하면 다른 내부 문제도 생기곤 했다. 그래서 순환제를 시행하고 전공의들을 받으면 PA를 한 쪽으로 제치고 전공의들을 교육해야 했는데 그 또한 문제가 있었다.
PA가 법적으로 허용되는 단계가 됐다. 이젠 그동안 진료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보완장치, 그들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조치가 필요하다. PA와 전공의 문제는 이미 20년 이상 된 사안이다. 갈등화하기보다는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수련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PA 역할을 감시하면서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덕환 고문 : PA가 제도권 바깥에서 운영되고 있었다는 게 놀라웠다. 국민 입장에서는 PA가 전공의를 대체하기 위한 존재로 여겨지기도 했는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득이 필요하다. 이에 PA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병원마다 상황이 다르다. PA가 절실히 필요한 병원이 있고, 현재 시스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병원이 있다. PA 양지화와 전공의 수련이 양립할 수 있는 후속조치가 필요하고, 병원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거론하고, 갈등 가능성을 부풀려 문제를 분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곽순헌 보건의료정책관 : 일부 하위법령 정비가 남아 있지만, PA 제도화 자체가 기존 수련병원 전공의들 교육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련병원 고유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데 집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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