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대선 후보들이 잇따라 공약집을 발표하면서 바이오 산업 정책 변화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바이오 산업이 국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분야인 만큼 대선 후보들은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일제히 정부 투자 확대와 규제 개선을 공언했다.
특히 새로운 정부의 정책 방향은 향후 산업 경쟁력 등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정책의 변화 등에 산업계에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개혁신당 대선 후보 공약을 중심으로 바이오 산업 정책 방향을 살펴봤다.
이재명 "국가 투자 확대·전국 단위 바이오벨트 조성"
이재명 후보는 제약·바이오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정부 주도의 투자 확대와 공공 환원형 R&D 시스템 구축을 핵심 축으로 내세웠다.
업계가 꾸준히 요구해온 ▲바이오 특화 펀드 조성 ▲전문 인력 육성 ▲약가 보상체계 개선 등을 통해 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AI·빅데이터와 융합한 글로벌 신약개발 생태계 육성, 의약품 접근성·혁신성 제고를 위한 위험분담제(RSA) 확대, 필수의약품 국산화 및 자급화 등도 주요 공약에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필수·퇴장방지 의약품의 생산시설 지원 및 비축 확대, 필수 원료약·백신의 국산화 및 자급화 기술개발을 추진하며, 국산 원료 사용 완제의약품에 대한 인센티브도 확대할 방침이다.
여기에 혁신형 제약기업 지원체계도 정비한다. 인증제도를 개편하고, 제약기업 R&D 투자비율과 연동된 약가보상체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의료서비스 측면에서는 비대면 진료를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는 방침을 내세웠다. 대면 진료를 보완하는 형태로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무분별한 시범사업은 중단할 계획이다.
지역 전략 역시 구체적이다. 대구·경북은 ‘한국형 바이오·백신 산업 클러스터’로 육성하고, 화순·홍릉·송도·제주·충북 등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전국 단위 바이오벨트를 조성할 방침이다.
특히 제주에는 관광·공공의료·치유 기능이 결합된 ‘제주형 바이오헬스 클러스터’ 조성을 제안했다.
김문수 "글로벌 협력 중심·민간생태계 조성 강화"
김문수 후보는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협력 전략에 방점을 뒀다.
한·미 공동연구 기반 첨단바이오기술 개발, 바이오 파운드리 구축, 바이오 전용 펀드 조성을 통해 민간 중심 생태계 조성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제도적 기반으로는 ▲바이오헬스 데이터 활용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 도입 ▲연구개발비 회계기준 개정 ▲코스닥 상장 요건 개선 등을 통해 기업 성장을 지원할 방침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 설치, 원격의료 및 모바일 헬스 확대, 보험 적용 추진, AI 기반 의료기기 R&D 지원, 인허가 제도 정비, 필수의약품 수급 안정화 등도 공약으로 제시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김 후보의 공약 다수가 윤석열 정부의 기존 정책 연장선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바이오위원회는 윤 정부에서 이미 기획·출범한 바 있고, 바이오 파운드리 구축과 디지털 헬스케어 인프라 확충 또한 동일한 맥락에서 추진돼 왔다.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 역시 윤 정부 시기 과기부와 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추진한 사업으로, 이미 연간 수백억 원대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 후보 공약이 기존 정책과 얼마나 차별화되며, 실제 현장 적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준석 "규제기준국가제 도입, 민간 자율 기반 혁신"
이준석 후보는 제약·바이오 산업을 별도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인 규제 혁신과 민간 주도 성장 기반을 강조했다.
‘규제기준국가제’를 도입해 미국·영국 등 선진국의 규제 수준을 국내에 동일하게 적용, 바이오를 포함 신산업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신기술 산업에 대한 구체적 공약은 상대적으로 부족하지만, 규제 완화 및 민간 자율 확대라는 큰 틀은 바이오 산업 전반에도 일정 수준의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제약바이오업계 "성과 기반 투자·국산 신약 보상 절실"
바이오산업은 고부가가치 창출은 물론, 국가 보건안보 측면에서도 핵심으로 꼽힌다. 때문에 미국은 의약품 관세는 물론 생물보안법 재추진 등 중국 견제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산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산업계는 차기 정부에 과감한 정책 전환과 지원책 마련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선 후보들도 투자 확대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신약 개발은 평균 9∼17년 개발 기간과 수조 원대 비용이 소요되는 고위험 산업”이라며 “성과 중심 R&D 투자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협회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산업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 국가 신성장동력이다. 정부가 전략적 R&D 및 약가정책을 설계하고 민간 혁신 역량을 뒷받침한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