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실한 의사과학자···'양성체계 대수술' 필요
연구 아닌 진료 몰두 의료환경 극복이 관건···국가적 관심·지원 절실
2023.12.05 12:40 댓글쓰기

[기획/국민들은 ‘연구하는 의사’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필수의료 붕괴는 근래 소아·분만·응급 의료대란으로 국민이 체감하는 현실이 됐지만 이미 30년 전부터 붕괴되기 시작한 기초의학은 국민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유례 없는 팬데믹 상황에서 R&D 강국으로서 백신과 치료제를 자급하지 못한 반성으로 의과학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그러나 현재 임상 위주 교육으로 의사과학자는 매년 의대생의 1% 미만이 배출되고 꿈을 이룬 이들마저 열악한 연구환경에 지쳐 임상으로 돌아간다. 이 가운데 데일리메디는 최근 ‘의사과학자 양성 모색 정책좌담회’를 개최했다. 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좌장을 맡고 패널로는 △한희철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사장 △김하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학과장 △김철홍 포스텍 의과학대학원 책임교수 △이민구 연세대 의사과학자 양성사업단장 △신성식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참여했다. 의사과학자 양성이 왜 부진했는지, 활로가 막힌 상태에서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처럼 새로운 형태의 양성책이 필요한지 기존 의대의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지 등 전문가들이 진단한 문제와 해법을 데일리메디가 2편에 걸쳐 전한다. [편집자주] 


“의학 태동부터 의사과학자 있었지만 진료에 가려져”


강대희 좌장 : 우리나라 의사과학자는 왜 부족한가 


한희철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사장 : 이번에 전세계가 백신 연구자의 중요성을 깨달았지만 그동안 인지하지 못한 이유는 지나치게 진료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의사과학자'라는 직군은 의학이 태동할 때부터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관심을 받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구와 임상 중 임상 분야가 비균형적으로 강화된 상태다. 


이민구 연세대 의사과학자 양성사업단장 : 그간 기초의학 중심으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다 2000년대 후반 들어 카이스트·서울대·연세대를 필두로 의사과학자를 키워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렵게 MD-PHD 과정을 마친 이들이 일할 공간은 많지 않다. 미국은 임상 영역에서 환자를 진료하며 과학기술을 접목해 연구하지만 우리나라의 다수 의대·병원은 진료수익으로 병원 경영을 유지하고, 연구와 교육은 후순위로 밀려 있다. 


신성식 중앙일보 논설위원 : 팬데믹으로 의사과학자 중요성이 부각됐다고 하지만 국민 피부에 와닿는 문제는 아직 아닐 수도 있다. 병원장은 세간에 모습을 자주 드러내지만 의대학장은 잘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은 진료현장에서 임상의사는 자주 봐도 연구하는 의사들은 만나지 못한다. 


강대희 좌장 : 의사과학자들이 임상으로 회귀하는 현실은 어떤가. 이들이 일할 곳이 정말 없나 


이민구 연세대 의사과학자 양성사업단장 : 임상에서 연구하면서 근무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의사과학자가 임상으로 회귀하는 것을 무조건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미국은 독립 연구자가 될 때까지 의사과학자를 지원하는 별도의 프로그램이 있다. 또 월남전 당시 미국 의대생들이 군의관이 아닌 연구 영역으로 갔고, 이들이 다수 노벨상을 수상했다. 우리나라 병역체계에서는 ‘군 전문요원’이라는 의사과학자를 양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를 활성화하는 범부처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신성식 중앙일보 논설위원 : 현재 출산율 저하 등으로 군 인력 자체를 줄이려고 하는데 가능한 것인가. 


이민구 연세대 의사과학자 양성사업단장 : 군의료 분야에서 현재 700~800명 정도가 군의관, 같은 인원이 공보의로 진출하고 나머지가 병역판정 전담의사가 된다. 이중 의사과학자를 하나의 카테고리로 만들어야 한다.    


김하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학과장 : 의사과학자가 갈 곳이 없다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 현장은 사람이 너무 부족하다. 의대 기초의학 분야 교수가 1400~1500명인데 MD는 300명이며 나보다 젊은 사람은 100명 미만이다. 10년 후 기초의학교실이 모두 없어지면 1500명 정도의 자리는 계속 있는 셈이다. 소고기를 먹고 싶은 사람, 팔고 싶은 사람은 있는데 소를 키우는 사람이 없다. 당장 기초의학교실 의사과학자, 교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여기서부터 모든 일이 출발한다. 


한희철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사장 : 과학기술특성화대학에서 의학을 연구하는 환경과 전통의대에서 연구하는 환경은 다르다. 물은 아래로 흐르는 법이다. 기초의학자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자연스럽게 투신한다. 


“의대 시절부터 연구 동기 부여·새로운 실험 요구”


강대희 좌장 : 기존 의학전문대학원 체제는 의사과학자 양성에 실패했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김하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학과장 : 어떠한 기준으로 의전원 체제를 실패와 성공으로 나누는지, 어떠한 새로운 시도를 했었는지 평가하기 어렵다. 의전원 도입 전후가 사실상 동일하지 않나. 의전원이 실패한 게 아니라 제자리 걸음하고 있는 것이다.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은 2009년 개원 후 현재까지 184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최근에는 이들이 스타트업 등으로 향하는 경우도 있다. 연구업적 분위기가 좋아지는 등 큰 파장을 일으켰다고 본다. 


이민구 연세대 의사과학자 양성사업단장 : 의사과학자 양성 기간 자체가 너무 길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의전원에 해당하는 과정을 거쳐 PHD를 따야 하는데, 교육부와 논의해 중복적 교육을 제한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강대희 좌장 : 교육 문제를 짚어보겠다. 의사과학자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한가 


이민구 연세대 의사과학자 양성사업단장 : 기초의학을 제대로 가르치는 게 우선이다. 미국은 의대생들에게 동기 부여를 확실하게 한다. 연세의대에서는 예과 1학년에게 연구 내용, 지원체계 등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더니 학생들의 관심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김철홍 포스텍 의과학대학원 책임교수 : 바이오헬스 분야에서의 활약 가능성에는 이제 이견이 없다. 그러나 처음부터 공학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이를 기르는 것도 필요하다. 의공학자로서 스타트업, 임상연구에 임하면서 활동할수록 아는 깊이가 얕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의대 교육과정의 큰 변화를 통한 실험이 필요한 시점이다. 결과는 10~20년 뒤 성과가 말해줄 것이다. 


김하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학과장 : 교육 이수자들이 교육 자체를 소화할 수 있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예과 재학 시절에는 큰 보람을 느끼지 못했는데 과학자가 된 지금 돌이켜 보니 매우 중요한 시간이었다. 다양성 교육 측면에서는 바로 의학교육에 노출시키기 보다는 학부를 졸업하고 의대에 오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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