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응급실 뺑뺑이’ 긴급대책···속 터지는 의료계
경증환자 강제 퇴원 등 비현실적 해법 제시…"의료진 확보 안되면 공염불"
2023.06.05 05:44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일명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정부와 여당은이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지만 의료현장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팽배한 모습이다.


작금의 응급의료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 여론을 의식한 언발에 오줌누기식 정책을 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여당은 최근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을 헤매다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자 긴급회의를 열고 응급의료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응급실 과밀화 문제 해소 방안으로 경증환자의 상급종합병원 이용을 제한하기로 했다. 병상이 없으면 경증환자를 빼서라도 응급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는 중증도 분류를 통해 경증환자를 수용하지 않고 다른 병원으로 분산토록 의무화 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지역응급상황실을 설치해 응급환자 이송과 전원을 지휘토록 하고, 중증도에 맞는 각 병원별 환자 수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에 대해 의료계는 응급의료 현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경증환자와 응급실, 풀기 어려운 숙제


경증환자로 인한 대형병원 응급실 과밀화는 의료계에서 해묵은 과제다. 권역응급의료센터조차 경증환자로 넘쳐나는 탓에 분초를 다투는 응급환자를 받을 여력이 없다는 얘기다.


실제 응급의료통계연보에 따르면 2021년 응급실 내원환자의 72.5%는 자동차, 1.2%는 도보로 내원했다. 정작 119 구급차로 내원한 환자는 22.1%에 그쳤다. 


응급실 중증도 분류 및 진료 결과를 살펴보면 기형적인 통계수치 배경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한국형 응급환자분류도구(KTAS) 4~5레벨로 꼭 응급실이 아니어도 되는 환자가 50.5%로 절반이 넘고, 74.3%가 증상이 호전돼 응급실에서 귀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진 역시 경증환자로 인한 응급실 과밀화에 공감하고 있지만 단순 시진이나 문진만으로는 중증도 분류에 한계가 있는 만큼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가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니다.


한일병원 조인수 원장(응급의학과)은 “육안 상으로 경증환자라고 판단해 돌려보냈다가 잘못되는 경우 의료진은 난감한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다”라고 토로했다.


응급의료 현장에서 즉각적인 중증도 분류를 통해 그에 합당한 의료기관에 이송하는 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크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병상이 없으면 경증환자를 빼서라도 응급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도 의료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조인수 원장은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은 스스로 경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없다”며 “결국 이송이나 퇴원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과 갈등은 오롯이 의료진 몫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달갑잖은 밤 손님 주취자 대책도 필요


응급실 의료진이 밤마다 전쟁을 치러야 하는 주취자 문제도 심각하다.


응급환자를 돌보는 응급실에는 매일 밤 술에 취한 사람들이 실려 오면서 야간 응급실은 환자와 보호자, 주취자, 노숙자가 뒤엉키는 게 다반사다.


술에 취해 응급실을 주기적으로 찾는 ‘단골 노숙자’들도 적잖다. 주취자 응급센터로 지정된 서울시 공공병원 응급실에서 매일 밤 반복되는 모습이다.


서울특별시 서북병원 이현석 원장은 “생사가 위중한 응급환자들이 부지기수인 응급실에서 주취자까지 감당하다 보니 응급환자 치료에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어 “물론 주취자 중 신체 이상으로 의료인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이송돼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그러한 이유가 아니라면 술이 깬 후 진료를 받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응급실 의료진이 가장 고충을 토로하는 폭력 및 폭언으로 인한 위협도 주취자 응급실 이송으로 그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현석 원장은 “주취자의 의료진 위해나 소란 가능성이 높은 만큼 경찰의 보호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송이 불가피하다면 응급실 치안유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기승전 ‘인력’…“병상 아닌 의사”


전문가들은 여러 요인을 차치하더라도 작금의 대한민국 응급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결국 ‘의사인력’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송 시스템을 개편하고 응급실 병상을 늘리더라도 결국 응급환자를 치료할 의사인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발생한 응급실 뺑뺑이 문제 역시 의사인력난에 기인했다. 


여러 병원을 전전한 끝에 응급실에 도착하고도 수술할 의사가 없으면 또 다시 구급차에서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아야 하다보니 골든타임을 놓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119구급대 1차 재이송 건수는 3만1673건, 2차 재이송은 5545건으로 총 3만7218건에 달했다.


재이송 사유를 살펴보면 전문의 부재가 1만1684건(31.4%)로 가장 많았고, 병상 부족 5730건(15.4%), 환자 변심 1722건(4.6%) 순이었다.


최혜영 의원은 “최근 대구, 서울, 경기 등 잇따른 응급실 뺑뺑이 사건으로 온 국민이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를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복지부는 응급의료 인프라 확충 계획을 내놨지만 이미 운영되고 있는 응급실도 의료진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설만 늘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최우선으로 의료인력 확보부터 시급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범부처 차원에서 응급의료체계 문제점을 파악해 조속히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특별수당 등 중증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에 대한 처우 개선을 예고했지만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단기적으로 중증 응급의료센터 의사에게 특수근무수당을 준다든지 비번인 의사가 수술을 집도할 경우 추가 수당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결코 유인책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힐난했다.


한 지방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수당 몇 푼 받겠다고 응급의료 현장에 뛰어들 의사가 몇이나 되겠냐”며 “보다 궁극적인 해결책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댓글 2
답변 글쓰기
0 / 2000
  • 남용 06.05 07:14
    해결책은 매우 간단 해

    경증환자 응급실은 건보적용 안해주면 싹 해결됨.

    다음날 외래에서 다 해결 가능한데, 경증들이 빨리 낮은 비용 때문에 남용하는것은 말이 안됨.

    경증 응급실 수가 100배 올리고, 본인 부담금 100배 올리면 그 다음날부터 중증만 오게 싹 정리 될것임.
  • 멍청 06.05 11:27
    멍청한 소리하고 자빠졌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같은 것들 쓰러지기 직전까지 심각한 증세 없는거 모르냐?

    치료비 걱정하다가 내원안해서 사망자 늘어난다.

    근본적인 대책은 기피과 바이탈과들 지원늘려서 의사 수를 늘리는 거지 내원환자를 줄이는건 근본적인 대책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