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약사, 의료기관 환자안전 '컨트롤타워'"
환자안전사고 최다 '의약품'···한국병원약사회 "수액라벨 통일"
2024.04.02 12:45 댓글쓰기

[기획/上] 의료기관에서 의약품 부작용 등의 사고가 ‘낙상’을 제치고 환자안전사고 비중의 약 55%를 차지하는 1위로 확인되면서 대비책 마련 목소리 등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주)데일리메디는 지난 3월 22일 일선 의료현장에서 약물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헌신하는 한국병원약사회(회장 김정태)와 공동으로 ‘병원약사가 합니다. 환자안전!!’ 정책간담회를 처음 개최했다. 이번 정책간담회에서는 의약품 오·투약 사고 사례, 병원약사회의 ‘환자안전약물관리센터’ 발족 배경과 병원약사들 활동 사항 등이 공유됐다. 병원약사들은 향후 의약품 오·투약 사고 방지를 위해 ‘자동화·표준화’와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뿐만 아니라 중소·요양병원 약사 인력기준 개선, 정부의 약사 전담인력 수가 지원 및 환자 인식 개선 캠페인 등이 빈번한 약물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됐다. [편집자주]


좌장을 맡은 병원약사회 손은선 환자안전약물관리센터장(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약무국장)은 “의료기관에서 의약품 안전사고는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며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할 때는 의약품을 다루는 한 사람으로 가슴이 서늘하기도 하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번 정책간담회 패널로는 환자안전약물관리센터 소속 ▲윤정이 부센터장(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조제팀장) ▲김은영 위원(충남대학교병원 주사조제팀장) ▲두진경 위원(경희대학교병원 특수조제팀장) ▲최혜정 위원(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약무팀장), ▲김효진 중소·요양병원위원회 위원(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약제팀장)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 약물 관련 사고는 수술 시, 약물 치료 시 투여하는 약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다. 유효기간이 지난 수액을 투여하거나 항암제 용량을 잘못 사용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두진경 위원은 “항암제이자 류마티스 관절염·건선 등에 사용되는 ‘메토트렉세이트’의 경우 어떤 적응증에 쓰느냐에 따라 복용 용량과 주기가 다르다”며 “주 2회 복용해야 하는데 매일 복용하는 등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고 예를 들었다. 


이어 “특히 항암제는 계속 신약이 개발되고 적응증이 추가될 뿐더러 새로운 치료법이 추가되기 때문에 다뤄야 하는 양이 방대하고 환자 수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실정을 전했다. 


유사 포장·동일 색상·표기 부재 등 의약품 사용 오류 유발 요인 


이처럼 의약품 사용 오류를 유발하는 요인으로는 ▲유사 포장 ▲함량은 다르지만 같은 색깔로 표기돼 있는 경우 ▲낱개로 잘랐을 때 약품명·용량·유효기간 표기가 없는 경우 ▲동일제약사 동일상품에서 함량 정보 표기에 일관성이 없는 경우 등이 있다. 


최혜정 위원은 “일례로 전신마취제 ‘케타민’은 동일 성분인데 350mg, 500mg 함량 표기 가독성이 떨어지고 동일 제약사 동일 상품일지라도 함량 정보 표기에 일관성이 없어 오류를 자주 일으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암제는 블리스터(열접착) 포장 시 낱개로 잘랐을 때 약품명, 용량, 유효기간 표기가 없어 식별이 어렵다”면서 “의약품 함량에 대한 정보전달이 잘 되지 않으면 투여속도 오류를 일으켜 치명적 위해를 가할 수 있다. 제약사에 포장개선을 지속적으로 포장개선을 요청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오류를 방지하고자 병원 자체적으로 의약품 오·투약 사고를 개선하려는 노력들도 있었다. 


김은영 위원은 “조제오류가 빈번한 다용량 약품의 경우 약품 위치를 조정했다”며 “마약류는 적색, 응급약은 황색, 그 외는 청색 등으로 색을 분류해두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방 오류는 처방 변경 시 새로운 약품을 추가하는 과정에서 잘 발생하는데, 변동 시 오류가 발생하면 처방의사에게 고지해서 이를 유의토록 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환자 약물상담 1위 ‘의약품 부작용’···병원약사 ‘컨트롤타워’ 역할 중요 


대형병원이 아닌 중소·요양병원에서도 의약품 안전사고는 발생하게 마련이다.


김효진 중소·요양병원위원회 위원은 “최근 진행한 위원회 설문 결과, 회원들이 환자들과 약물상담 시 환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부작용이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환자안전법 시행 이후 환자안전사고 보고는 비교적 활성화됐다. 이에 의약품 사용 영역에서 환자안전 강화를 위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병원약사가 이른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의 설명대로 의약품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병원약사들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병원약사는 ▲의약품 구매선정 ▲보관 ▲처방 ▲조제 ▲투여 ▲모니터링 등 모든 과정에서 의약품 관리 정책을 개발하고 시행하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각 의료기관에서 제품 포장 등 오류를 유발하는 요인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기에 소통창구를 일원화하고 체계화하는 주체가 필요하다. 이에 병원약사회는 기존 위원회를 통합, 2023년 환자안전약물관리센터를 발족했다. 


환자안전약물관리 지침 등 공유···금년 기초수액 라벨 색상 통일 성과 


윤정이 부센터장은 환자안전약물관리센터의 사업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센터는 ▲환자안전사고 보고 활성화 ▲환자안전사고 예방 프로그램 개발 ▲환자안전·질 향상 교육 및 홍보, 환자안전문화 개선활동 ▲병원별 환자안전위원회 약사역할 정립 등을 수행한다. 


윤 부센터장은 “병원별로 중앙환자안전센터에 의약품 안전사고가 보고되지만 환자전담인력이나 환자안전활동 수행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센터는 보고된 자료 및 분석결과를 활용한 환자안전사고 예방 주의경보 지침 등을 회원병원과 공유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센터는 최근 첫 성과로 기초수액 라벨 색상 통일을 이뤄냈다. HK이노엔·JW중외제약·대한약품 측과 지난해부터 여러 협의를 진행, 올해 초부터 출하돼 의료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윤 부센터장은 “환자안전약물관리센터는 제약사 및 유관단체 사이 다리 역할을 강화하고 다빈도 부작용 약물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 대상 보고를 활성화할 계획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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