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의료비 증가”…국내·외 돌봄서비스 논의 활발
고령화 따른 노인의료 최대 화두…수발보험·돌봄세 도입 등 노력
2022.08.22 12:11 댓글쓰기



[기획 2] 급성기 입원환자에게 필요한 간호·간병 서비스부터 요양병원 및 장기요양시설에 이르기까지 간병 수요는 폭넓게 존재한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대부분의 국가들은 고령환자의 돌봄서비스를 사회가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깊다. 이에 간병비 문제 또한 고령환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요양시설 위주로 접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병원에서의 의료서비스와 함께 통합적인 돌봄 서비스를 정부가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 중이다.


일본, 개호보험 운영…40세부터 이용


우리나라보다 고령화가 일찍 시작된 일본은 장기요양보험 제도와 비슷한 '개호보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개호보험 가입자는 만 65세 이상과 40~64세까지로 구분된다. 만 65세 이상인 경우는 ‘제1호 피보험자’로 분류되는데, 개호 필요 인정 또는 지원 필요 인정시 개호 서비스를 제공한다.


만 40~64세인 2호 피보험자는 암이나 류마티스, 골 절을 동반하는 골다공증, 초기치며, 뇌혈관질환, 만성폐쇄성 페질환 등 특정 질병으로 개호가 필요할 때 가능하다. 본인부담은 10~30%다.


제2호 피보험자는 소득과 관계 없이 10%를 부담하고, 제1호 피보험자는 총소득 160만엔 이상일 경우 20%, 220만엔 이상일 경우 30%를 부담해야 한다. 나머지는 정부 및 지자체가 책임진다.


이용 서비스는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방문간호와 통원재활, 단기입소, 특별요양 등 다양하다.


자택 요양이 어려운 노인의 경우 특별요양 양로원에 입소한 뒤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료 양로 원이나 단기 요양시설에 입소한 경우에도 각종 훈련 및 일상 생활 지원 서비스가 가능하다.


방문이나 통원 개호 서비스도 있다. 자택에서 요양생활을 할 수 있도록 간호사가 방문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휠체어 및 침대 등의 복지용구를 대여해 주기도 한다.


이 밖에도 통원하며 재활치료 시설을 이용할 때 지원 및 수시 방문 간호 등 다양한 서비스가 있다.


일본 개호보험은 해외 돌봄서비스 가운데 체계적인 정책 지원 사례로 자주 언급되지만, 막상 내부에서는 재정문제 및 개호 종사자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개호보험 재정이 보험 제도 창설 이후로 3배 이상 규모가 커졌으며, 2025년부터는 개호보험료를 부담하는 40세 이상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험료 인상 및 납부 개시 연령 인하, 환자 본인부담률 인상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여론의 반발로 시행이 쉽지 않다.


또한 개호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반면 이를 담당하는 인력은 이직률이 높고 대우가 좋지 않아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개호보험 제도가 갈수록 복잡해져 실제로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구조가 돼 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일본 닛세이 기초연구소에 따르면 개호보험은 2015년 이후 방문개호와 통원개호를 분리하고 이를 개호 예방자와 통합하는 개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보험료로 운영되는 서비스와 더 넓은 범위의 지원사업이 혼재돼 자신이 제대로 된 서 비스를 받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가 된 상태다.


이에 따라 서비스 코드도 복잡해졌다. 당초 1745항목이던 코드가 2020년 2만4970개로 늘어나 관리마저 어렵게 됐다.


보험 가입자들 입장에서는 본인부담률을 파악하기 어려우며, 서비스 종류를 정확히 알 수 없어 자기결정권이 사라진채 전문가에게 일임하는 상황이다. 정부도 행정업무 부담이 폭증했다.


닛세이 연구소는 재정 문제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개호보험의 총 예산은 2000년도 3조6000억엔에서 2018년도 기준 10조4000억엔까지 증가했다.


연구소 측은 "고령자가 지불하는 보험료도 월 5869엔으로 제도 창설 당시의 상한액을 이미 초과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보험료 체납자까지 늘고 있어 정부로서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 각종 가산·감산 규칙을 계속 추가하다 보니 정책이 지나치게 복잡해졌다는 분석이다.


연구소 측은 “이대로라면 제도 복잡화는 계속 이어질 것이고, 대부분의 이용자가 무지·무관심 상태에 빠져 개호보험은 일부 전문가만 알고 있는 제도로 통제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독일, 재택 중심 '수발보험' 주목


독일은 연금·질병·사고·실업보험과 함께 ‘수발보험 (Pflegeversicherung)’제도를 운영 중이다. 가장 큰 특징은 재가 서비스 위주이며 돌봄을 제공하는 측이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정재훈 교수 연구에 따르면 수발보험은 시설보다는 재가서비스, 가족 수발자 지원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개정되고 있다.


정재훈 교수는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수발보험 급여 수급자가 증가하는 추세는 불가피하다. 고비용의 시설 보호 중심으로 운영하면 재정 부담이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 수발자 중심의 수발 급여 제공으로 정책 지향점을 바꾸면 재정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2000년대 이후 가족 수발자 지원 중심으로 변화를 모색한 중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독일 수발보험은 2016년까지 17억 유로에 달하는 흑자를 보였지만 수급자가 2017년에 55만 명 이상 급증하면서 적자로 전환됐다. 2017년에는 24억 유로, 2018년에는 35억 유로 가량 적자다.


수발 욕구자는 현금, 현물, 혼합 급여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현금 급여는 돌봄비용을 직접 현금으로 받는 셈인데 소득으로 추산하지는 않는다. 돌보는 가족에게 이를 지급하고, 수발보험조합에서 정기적으로 현장점검을 실시한다.


수발 서비스를 영리 혹은 비영리 기관에게 받는 현물 급여도 있다. 가족에게 돌봄을 받으면서도 외부기관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혼합 방식도 가능하다.


수발보험은 2013년 치매환자 지원을 강화하도록 개정됐다. 치매환자도 수발보험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수발보험조합이 지속적으로 서비스 이용자와 가족에게 정보와 상담을 제공해야 한다.


정재훈 교수는 “현재 400만명 정도인 수발보험 수급자가 30년 후에는 600만명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등급 조정으로 생긴 적자, 인구 고령화에 따른 수요 증가가 독일의 과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은 요양보호를 필요로 하는 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시설보호 중심으로 대응을 할 경우 막대한 재정부담이 예상되는 만큼 지역사회를 기초로 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의 가족 수발자 기념은 비전문적 요양보호를 할 수 있는 지역사회 구성원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고령화 대비 ‘돌봄세’ 도입


영국의 경우는 고령인구 돌봄서비스 제공을 위한 ‘돌봄세’ 를 도입하기로 했다.


영국은 2018년과 2040년 사이에 65세 이상 인구가 1020만명에서 1450만명으로 43%, 85세 이상은 7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20~65세 인구는 3% 증가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장애 및 복합질환을 가진 노인인구도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2018년 기준 85세 이상 인구 중 21%가 5개 이상의 질환을 갖고 있으며, 일상생활 수행에 도움이 필요한 65세 이상 인구는 350만명에서 2038년 520만명으로 4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중간 또는 높은 필요도를 가진 노인의 수가 2015년 130만명에서 2035년 160만명으로 증가할 것이며, 이 중 106만명이 24시간 돌봄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더불어 지방정부에 대한 정부 자금 지원은 2010년도 대비 2019년에 절반 이상 줄었다. 이에 영국 정부는 4월부터 3년 간 매년 120억파운드씩 총 360억 파운드의 건강·돌봄세를 거두고 있다.


또 배당소득에 대한 세금을 1.25% 인상했다. 이렇게 해서 확보한 예산은 코로나19 대응에 우선 지출하고, 사회 복지시스템의 광범위한 개선에 활용할 예정이다.


향후 배당세 인상 등 고소득자 증세를 통해 재원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자산평가에 따른 자부담 기준을 완화하는 등 소외계층의 돌봄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팀은 “향후 우리나라 노인인구 건강 및 돌봄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며, 이로 인한 의료비 및 돌봄 비용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실제 85세 이상 고연령층 가운데 40%가 장기요양시설 및 재가 이용자다. 또 한국의 1~2차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되는 2040년 이후에는 의료 및 돌봄 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예측된다.


연구팀은 “우리나라도 세계에서 제일 빠른 고령화 속도와 높은 노인빈곤율을 고려할 때 적정한 의료 및 돌봄 제공 및 지속적인 재정안정성에 대한 정책 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해외 사례를 둘러볼 때 노인을 대상으로 한 간병 지원 문제를 건강보험을 통해 공적인 해결책을 찾는 고민은 이미 시작됐다. 우리나라 또한 실무적인 논의를 추진해야 할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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