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원가 생존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생계를 위해 전문과목을 전환하거나 비급여 영역으로 뛰어드는 개원의들이 늘고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 개원가 현실은 전문과목 붕괴와 비급여 확산으로 요약된다. 여기에 의정사태를 계기로 대학병원을 떠나 개원한 교수들까지 합세하면서 그야말로 개원의들은 처절한 생존 경쟁에 놓여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역파괴는 물론 기존 틀을 깨는 차별화 바람이 거세다. 살아 남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개원가 현실을 조명한다.
기폭제 된 의정사태…개원가 진출 러시
개원가 생존 경쟁은 해묵은 주제가 된지 오래지만 지난해 의정사태로 그 심각성은 더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의정 갈등으로 병원을 떠난 의사들이 개원가로 유입되면서 주춤했던 의원급 의료기관의 신규 개설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신규 개업 수는 총 1996개로, 전년(1798개) 대비 11% 증가했다.
이는 의정 갈등이 본격화되기 전인 2022년(2078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023년의 감소세에서 반등한 수치다.
지난해 의과대학 증원 논란으로 촉발된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병원을 떠난 의사들이 개원으로 방향을 틀면서 특정 진료과를 중심으로 개원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일반의 개원은 2023년 665개에서 지난해 759개로 14.1% 늘었다.
외과는 31개에서 56개로 80.6% 급증했고, 신경외과는 36개에서 51개(41.6%), 마취통증의학과는 75개에서 96개(28%), 정신건강의학과는 100개에서 110개(10%)로 증가했다.
특히 비급여 중심의 피부·미용계 진료과목에 개원 수요가 집중됐다. 성형외과는 58개에서 68개(17.2%), 피부과는 44개에서 78개(77.2%)로 증가폭이 컸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숙련도가 덜 필요한 시술에 전공의들이 대거 진입하면서 시술 단가가 하락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최저가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일부 전공의들은 기존 개원의 소개를 통해 피부·미용 진료 분야로 유입되거나 수련을 이어가기 위한 경력 확보 차원에서 해당 분야에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개원가 내부에서는 인력 유입이 오히려 급여 하락과 경쟁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허물어지는 진료영역 경계로 진료과 내홍 격화
개원가 경쟁 심화는 영역파괴, 탈전문과목 열풍 등 다양한 부작용을 야하는 모습이다.
도수치료, 영양주사 처방 등 고전적 방식을 넘어 최근에는 아예 전문과목 간판을 떼거나 간판에 간판을 추가해 비급여 진료에 나서는 경우도 흔하게 목격된다.
실제 전문과목 미표시는 이미 개원가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았다. 산부인과나 외과, 흉부외과 전문의가 전문과목 간판을 내리고 미용시술이나 비만클리닉 등을 운영하는 게 대표적 사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은 5500곳을 넘었다.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 수가 3만여 곳인 점을 감안하면 동네의원 5곳 중 1곳이 전문과목 명칭을 지웠다는 얘기다.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 숫자는 가정의학과 1800여 곳, 외과가 1000여 곳, 산부인과가 600여 곳, 비뇨기과가 400여 곳 등 개원가에서 고전하는 분야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급여과목에서도 탈전문과 바람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실제 내과와 소아청소년과에서도 전문과 미표시로 전환한 곳이 각각 150곳을 넘는다.
이들 중 상당수는 미용성형 등 비급여 진료과목으로 전업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전문과 진료를 유지한 채 타 진료과의 비급여 진료를 추가하는 사례도 적잖다. 기존 간판에 ‘피부미용’, ‘체형관리’ 등을 추가하는 식이다.
허물어지는 진료영역에 의료계 내홍도 격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비교적 낮은 진입장벽과 높은 수요로 타 전문과목 의사들 진출이 잇따르는 피부·미용 분야는 매일이 전쟁이다.
대한피부과의사회에 따르면 비전문의 피부과 진료 비중이 10여 년 전부터 50%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동네 피부 관련 의료기관 절반이 피부과 전문의가 하는 곳이 아니라는 의미다.
한때 피부과 개원가를 지탱했던 점 빼기를 시술하는 곳이 늘어나며 그 비용이 기존 2만~3만원에서 1만원대로 떨어졌다.
아예 다른 진료 패키지에 묶어 무료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피부과, 성형외과 등 전문과목 단체들은 타 진료과목 의사들의 영역침범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상황은 개선의 여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심화되고 있다.
비급여 통제 등 개원시장 먹구름 가득
주목해야 할 점은 개원가의 고난은 이제 시작이라는 사실이다. 제도권을 중심으로 개원가 옥죄기 정책이 잇따라 예고되면서 우려를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부분은 실손보험이다. 그동안 개원가의 든든한 수입원이었던 실손보험에 대한 규제가 심화되면서 ‘이제 호시절은 끝났다’는 분석이다.
2023년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는 전 국민의 78%인 4000만명에 이르며, 한해 지급된 실손보험비만 14조원을 기록했다. 이 중 비급여 항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57%에 이른다.
실손보험은 고가의 비급여 진료까지 보장하면서 수요가 높아졌지만, 과다·과잉진료라는 부작용을 양산하며 의료현장과 건강보험 체계를 왜곡하는 주된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실제 감사원에 따르면 실손보험 탓에 연간 최소 12조9400억원의 추가 의료비가 유발되고, 이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에서 최소 3조8300억원의 추가 지출이 발생했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주로 이용한 의료 서비스는 물리치료, 백내장 수술, 발달지연 치료, 갑상샘 절제술, 자궁·유방 수술 등이었다.
부당청구 사례도 상당수 적발됐다. 지난 5년 동안 환자가 실제와 다른 병명으로 실손보험을 청구한 건수는 5183만건으로, 10조6000억원이 지급됐다.
이처럼 비급여·실손보험 확대와 병행진료 팽창으로 건강보험 재정과 의료환경에 피해가 누적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융당국과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실손보험에 의한 과잉진료로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된다고 판단, 경증진료에 한해 본인부담률을 높여 보장을 축소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보건당국은 비급여 남용 방지를 위한 ‘관리급여’를 신설키로 했다.
도수치료, 미용성형 등 남용 우려가 큰 비급여 항목을 관리급여로 전환해 건강보험 체계에 편입시키고 본인부담률을 90%에서 최대 95%까지 적용하는 방식이다.
제한적으로 관리급여 대상을 선정하고 항목별 가격·진료기준 등을 최종 확정한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항목별 평가를 통해 관리급여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미용성형이나 라섹 등 신체 필수기능 개선 목적이 아닌 경우 실시·사용되는 행위·약제·치료재료는 실손보험 청구를 위해 불필요하게 급여를 병행하는 경우 급여를 제한키로 했다.
한 개원가 원장은 “가뜩이나 과잉경쟁으로 힘겨운 상황에서 실손보험, 비급여에 대한 옥죄기 정책이 잇따르면서 개원가는 더 힘겨워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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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 (1798) 11% .
2022(2078) ,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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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665 759 14.1% .
31 56 80.6% , 36 51(41.6%), 75 96(28%), 100 110(10%) .
. 58 68(17.2%), 44 78(7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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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0 . 3 5 1 .
1800 , 1000 , 600 , 400 .
. 1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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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50% . .
2~3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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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78% 4000 , 14 . 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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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400 , 383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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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5183, 106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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