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가량 임기를 남겨둔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이 탄핵 위기에 놓였다. 각종 의료현안으로 바람잘 날 없는 의료계가 또 다시 탄핵 추진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의협은 오는 7월 23일 오후 3시 서울 의협회관에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집행부 불신임안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다. 

이번 탄핵안 추진은 김영일 대전시의사회장이 대의원 82명에게 받은 동의서를 지난 7일 제출하면서 본격화됐다. 

박성민 대의원회 의장은 "제41대 집행부가 정부와 다양한 의료 현안에 관한 의료협의체를 구성, 논의하는 과정에서 터져 나온 의대정원 확충 논란이 확산되면서 대의원들이 임시대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의장에게 제출한 임시대의원총회 개최 요구 서류는 정관이 정한 적절한 요건을 충족했고,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의 의결로 임시대의원총회 일시와 장소, 그리고 안건을 확정했다"고 부연했다. 

박 의장은 "임시대의원총회 개최를 공고하며, 전체 지부와 직역을 대표하는 대의원은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석해 대의원으로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임시대의원총회에 재적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자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회장 불신임안이 가결된다. 가결 즉시 회장 직위를 잃게 된다. 

이필수 회장 탄핵이 확정되면 의협 대의원회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을 위한 투표를 실시한다. 비대위 구성을 위해선 재적 과반 참석에 출석자 과반의 동의가 필요하다.

박성민 의장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관한 안건도 면밀하게 파악해 회원과 협회를 위해 어떤 선택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판단하길 바란다"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임시대의원총회는 반목과 갈등을 유발하는 정쟁의 도구가 아니라 회원과 협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끌어가기 위한 화합과 소통의 장(場)"이라고 덧붙였다. 

의협, 복지부와 의대 정원 독단적 합의 ‘문제 제기’

일부 의협 대의원들이 현 집행부 불신임에 나선 이유는 11가지다. 이중 가장 불만이 큰 부분은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의협이 정부와 독단적으로 합의하며 불리한 협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영일 대전시의사회장은 "의정합의 내용에 대해 정부와 집행부 입장이 분분하지만, 정부와 협의체 회의를 할 때 사전에 대의원들에게 뜻을 묻지 않아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신임이 되지 않더라도 현 집행부가 더 각성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코자 동의서를 냈다"고 덧붙였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도 "2000년 의약분업, 2020년 '4대 악 저지' 투쟁 때 모든 의사가 부당한 의대 정원 증원을 막았다. 의협은 복지부의 '밀실 타협'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이필수 집행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회원을 속이고 뒤로 정부와 의대정원 증원에 합의해 회원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며 반박했다.

의료계는 이번 불신임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지만, 현 집행부에 대한 경고로서 여기고 주의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한 대의원은 "탄핵안이 거론됐다는 자체에 대해 이필수 집행부는 반성해야 한다"며 "의료정책에 대한 회원들의 의견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무리수를 둔 부분은 없는지 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보혜 기자 (bohe@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