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통과 무산된 ‘의료법인 인수합병 법안’
의료민영화 논란 야기 시민단체 등 거센 반발, 여야 “오해 빚어져” 곤혹
2016.05.25 17:40 댓글쓰기

의료법인 간 인수합병 허용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 법률안이 지난 19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이를 두고 찬성 측과 반대 측의 희비가 갈리는 모습이다.

최근 해당 법안을 반대한 일부 시민단체는 "국민의 승리"라며 목소리를 높인 반면 법안 필요성을 논의해온 국회의원들은 "공론화되면서 오해가 있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7일 의료법 일부 개정안에서 의료법인 해산 사유와 인수합병 근거를 담은 51조2항부터 5항까지 관련 규정을 삭제한 뒤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시켰다. 
 

해당 법안은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이 지난 2014년 12월 대표발의한 것으로 ‘경영 악화로 정상 운영이 불가능한 의료법인에 대해 법인 신청과 지자체 허가를 통해 의료법인 간 인수·합병을 허용’토록 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의료민영화 논란’으로 흐르면서 거센 반발에 부딪치기 시작했다. 법 개정을 논의해온 여야 국회의원들도 부담감이 역력한 모습이었다.

실제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는 법사위 심의를 앞두고 해당 법안 저지를 위해 6일 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며 저지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이들 시민단체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이 해당 법안에 합의, 통과시키려했다는 데 주목하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결국 '사실상 의료민영화'로 가기 위한 수순이라는 논란에 휘말리면서 해당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국회는 해당 법안을 처리하지 않고 추후 병원 진입규제 강화 등 관련 입법정책과 함께 포괄적으로 논의한다는 방향에서 의견을 모았다는 전언이다.

법안에 제동을 건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과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의료민영화를 막아내고 이윤보다 생명을 우선해야 한다는 국민들이 이뤄낸 승리”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20대 총선에서 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과 3당이 된 국민의당이 병원 인수합병이라는 명백한 의료 민영화 법안에 합의해주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했다”며 “이 같은 행위를 반복해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의료전달체계 구축 위해서도 필요…당초 시나리오와 다르게 논의 흘러가" 

반면, 해당 개정안을 논의해온 여야 의원들은 오해로 빚어진 결과라며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에서 의료영리화저지특별위원장으로 활동해온 김용익 의원은 반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용익 의원은 “마치 의료영리화 법안을 우리 당이 추진한 것처럼 비춰졌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원래 본 취지는 의료법에 의료전달체계 구축 시발점을 만들어 중소병원을 연착륙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는 시각에서 접근한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소병원이 난립돼 있어 이를 점진적으로 감축하는 게 의료전달체계 정비의 전제조건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의원은 “병원은 공급과잉임에도 퇴출절차가 마땅치 않다. 이러한 탓에 중소병원들이 그만 둘수 없어 좀비처럼 운영되고 있는 경우도 많다. 퇴출·청산절차를 마련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즉, 의료법인 인수합병 허용 개정안은 의료전달체계 정비를 위한 취지였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논의가 됐던 의료법 개정안의 밑그림은 ▲병원에 대한 정의를 ‘병원 규모 300병상 이상’으로 하고 ▲중소병원이 더 이상 설립되지 않도록 진입장벽을 만들고 ▲기존 중소병원이 퇴출할 경우에는 이를 원활하게 하도록 하는 방향이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등과의 협의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법안 논의 과정에서 ‘진입, 퇴출, 인수합병’ 3가지를 담고 있는 초안과 달리 병원 인수합병 부분만 통과됐다는 설명이었다.


김 의원은 “인수합병 허용이 필연적으로 영리화로 간다고 볼 수는 없으나 문어발식 확장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법을 만들 때는 대형화로 가는 장점은 허용하되 프랜차이즈로 가는 것을 막는 장치를 넣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일이 꼬이면서 원래 시나리오와 다르게 병원 인수합병 내용만 별도 통과됐고 결국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됐다"고 반박했다.
 

그는 “의료영리화 반대 기조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도 '중소병원의 난립을 해결하고 의료전달체계 구축하는 과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의원은 “중소병원의 M&A를 통한 대형화는 필요하다”며 “영리화나 문어발 확장은 막되 한지역에 100병상 규모의 병원 여러개를 경쟁시키는 것보다는 하나로 합쳐 300병상 규모로 운영케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얘기"라고 밝혔다.
 
이어 “또 농촌 등 소규모 도시는 300병상 이하의 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것이다. 꼭 병원을 세우려면 나머지 지역에 가서 하면 된다. 그리고 요양병원는 포화 상태로 정비해야 하는 단계다. 요양병원의 질적 수준을 좀 더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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