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소아청소년과 연구자들의 국제학술대회가 14년 만에 서울에서 다시 열렸다. 소아청소년과가 인력난과 연구환경 악화 등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국제 공동연구를 확대하고 젊은 의사들에게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는 의미가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제19차 아시아소아청소년과학연구회(ASPR) 국제학술대회와 제76차 추계학술대회를 공동 개최한다.
이번 대회에는 34개국에서 약 1300명의 전문가와 연구자가 참석한다. 32개국에서 총 627편의 초록이 접수됐으며, 이 중 구연 133편과 포스터 396편 등 529편이 발표된다.
ASPR은 2005년 일본 도쿄에서 출범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소아청소년과 연구 교류를 이어왔다. 한국에서는 2012년 제8차 대회가 열린 데 이어 14년 만에 두 번째로 개최된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온라인 개최 등을 거쳤던 만큼 이번 대회는 각국 연구자 간 대면 교류를 활성화하고 국제 공동연구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국제 교류 취지를 반영해 개막일인 21일 기조세션에는 ▲조이스 하비에르 미국소아청소년과학연구회(SPR) 회장 ▲빌럼피터르 더 보더 유럽소아청소년과학연구회(ESPR) 회장 ▲준코 다키타 일본소아과학회(JPS) 회장이 연자로 나섰다.
이들은 국제 공동연구와 학술 네트워크 구축, 차세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및 의사과학자 양성 등을 주제로 발표하며 아시아·미국·유럽 간 연구 협력 확대 방안을 모색했다.
“어려운 소청과 현실, 젊은 의사들에게 미래 보여줘야”
학회는 이번 대회를 어려운 국내 소아청소년과 현실 속에서 후속세대에게 연구와 교육의 가능성을 알리는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문진수 학회 기획‧정책이사(서울대병원)는 기자간담회에서 “어려운 여건에서도 국제학술대회를 유치한 이유 중 하나는 젊은 세대에게 진료뿐 아니라 연구와 교육 미래 비전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젊은 의사와 의대생들이 소아청소년과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의대생에게 무료 등록 기회를 제공해 젊은 연구자들의 참여를 지원했다.
김한석 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은 “현안은 여전하지만 소아과학 미래를 보여주면서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며 국제학술대회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국제 공동연구도 핵심 의제다. 소아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어 단일 국가에서 연구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학회는 유전적·사회환경적 공통점이 있는 아시아국가 간 연구 네트워크 확대를 강조했다.
최창원 학회 학술이사(분당서울대병원)는 “기존에는 미국 연구 결과를 주로 활용했지만 아시아는 유전적 특성과 질병 양상, 사회 환경이 유사하다”며 “한국이 아시아 소아청소년과 연구 네트워크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희귀질환 국제 공동연구부터 2027 성장도표 개정까지
‘어린이 건강 증진, 과학과 사회를 잇다’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정밀의료, 유전자치료, 소아암 면역치료 등 최신 연구 성과가 공유된다. 22일에는 호주·일본·대만·한국 연구자들이 소아 희귀질환 공동연구 방안을 논의한다.
질병관리청과 학회는 21일 공청회를 열어 ‘2027 소아청소년 성장도표 개정’ 방향과 통계 산출 방법 등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 현행 성장도표의 36개월 구간 불연속성을 개선하고 국제 기준과 차이가 있는 비만 판정기준을 조정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문진수 이사는 “우리나라 성장도표는 국제 기준에 비해 비만을 상대적으로 적게 진단하는 측면이 있었다”며 “새 성장도표가 적용되면 통계상 비만 유병률이 높아질 수 있지만 실제 상황을 더 정확하게 반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 성장도표는 2027년 하반기 발표가 목표다.

가당음료 부담금 공론화 촉구…제로 음료도 쟁점
소아 비만 예방을 위한 가당음료 부담금 도입도 주요 정책 의제로 다뤄진다. 학회는 21일 별도 성명서를 발표하고 어린이 건강 보호를 위한 가당음료 부담금 도입 논의를 촉구했다.
학회는 부담금 도입 목적이 단순한 세수 확보가 아니라 가당음료 소비를 줄이고 제조업체가 제품 내 당 함량을 낮추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확보된 재원은 소아 비만 예방과 치료, 만성질환 예방 및 소아청소년 건강 증진 등에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진수 이사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0% 이상이 부담금 도입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다만 부담금 도입을 위한 입법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관련 법안 초안은 마련됐지만 증세 논란 등으로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학회 측은 부담금 도입 시 연간 약 9000억원의 재원이 마련될 것으로 내다봤다.
학회는 이른바 ‘제로 음료’에 사용되는 인공감미료도 부담금 부과 대상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문진수 이사는 “인공감미료 역시 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미쳐 비만과 만성질환 등 가당음료와 유사한 건강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인공감미료도 가당음료와 함께 부담금 대상으로 포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공감미료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구체적인 부과 기준과 범위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한석 이사장은 “14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되는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우리나라 소아청소년과학의 연구 역량을 세계에 알리고 국제 학술 협력을 한층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며 “아시아·미국·유럽의 주요 학술단체가 함께하는 이번 만남을 계기로 지속적인 국제 공동연구와 차세대 연구자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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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1300 . 32 627 , 133 396 5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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