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교수 피습…‘임세원 비극’ 재현 우려
2018년 강북삼성병원 사건과 유사…의료진보호법 시행 7년됐지만 ‘안전 위협’
2026.11.05 06:11 댓글쓰기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과거 진료받았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의료진 보호를 위한 이른바 ‘임세원법’이 마련, 시행 7년이 지났지만 대학병원 진료실에서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면서 의료현장 안전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이번 사건은 지난 2018년 강북삼성병원에서 환자 흉기에 숨진 고(故) 임세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건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의료계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4일 서대문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30분께 신촌세브란스병원 5층 외래진료실에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흉기로 공격한 54세 피의자(여성) A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9년전 진료기록 50대, 외래진료실서 공격


A씨는 지난 2013년과 2017년 두 차례 해당 교수에게 진료받았던 환자로 알려졌다. 마지막 진료 이후 약 9년 만에 다시 병원을 찾아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이날 A씨는 세브란스병원 진료 일정이 없었음에도 외래진료실에 들어가 미리 준비한 흉기를 꺼내 교수에게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교수 K씨는 손의 인대를 비롯해 머리, 얼굴 등에 상처를 입었으며, 약 5㎝ 길이 자상을 입고 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 받았다.


당시 K교수 비명을 듣고 진료실에 들어온 간호사가 A씨를 제압했으며, 이후 비상벨을 눌러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를 특수상해 혐의로 체포하고 범행 동기와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역시 갑작스러운 사건 발생에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 중이다.


현재까지 A씨가 과거 진료와 관련해서 특정 불만으로 범행을 저질렀는지 등 구체적인 배경은 확인되지 않았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저희도 갑작스레 들은 소식이라서 경황이 없는 상황”이라며 “사고가 난 경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세원법’ 시행 7년…진료실 안전 사각지대 여전


이번 사건은 약 8년 전 발생한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 피살 사건을 떠올리게 만드는 모습이다.


지난 2018년 12월 31일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는 외래진료 과정에서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당시 가해자는 임 교수에게 진료받은 이력이 있는 환자로, 흉기를 준비해 병원을 방문했고, 임 교수는 공격을 피하는 과정에서도 다른 의료진에게 위험을 알리고 대피를 유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인에 대한 폭력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으며, 결국 2019년 4월 국회에서는 의료인 폭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 이른바 ‘임세원법’이 통과됐다.


개정안에 따라 진료 중인 의료인에게 폭력을 행사해 상해를 입힌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7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처벌 수위가 높아졌다.


의료인이 폭행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의료기관의 보안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도 마련됐다. 2020년 4월 개정된 의료법 시행규칙은 100병상 이상 병원과 종합병원 등에 보안인력과 비상경보장치 등을 확보토록 규정했다.


정부는 비상경보장치 설치와 보안인력 배치에 필요한 비용을 입원환자 안전관리료에 반영하는 등 안전시설 확충을 위한 지원책도 마련했다.


그러나 제도적 장치가 강화된 이후에도 의료기관 내 폭력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신촌세브란스병원 사건에서도 간호사가 피의자를 제압하고 비상벨을 눌러 신고했지만, 그에 앞서 의료진이 흉기에 부상을 입는 상황은 막지 못했다.


특히 의료진과 환자가 밀접하게 접촉하는 외래진료실 특성상 위험 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피와 보안인력 투입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까지 흉기 피습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의료현장 안전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는 셈이다.


의료계에서는 단순히 의료인 폭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수준을 넘어 진료실 출입관리, 위험 상황 사전 인지, 긴급대응체계 등 예방조치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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