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독]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제넨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관련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된 비임상시험 자료 중 하나가 실험담당자가 내부 연구용으로 알고 진행한 동물실험을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실험 담당자는 내부 연구용으로 인식해 윤리위원회 심사 등 정식 절차를 밟지 않았지만, 해당 결과는 이후 대학 연구기관장이 발급한 형태의 보고서에 담겨 식약처에 제출됐다. 보고서와 별도 평가보고서 내용을 요약한 동물시험 결과는 이후 5개 병원 임상시험 심사자료에도 포함됐다.
이 같은 내용은 최근 김 후보자가 당시 식약처장에게 제넨셀 임상시험 심사를 신속히 진행해달라는 취지로 연락한 사실이 알려지며 다시 주목받은 제넨셀 창업주 A씨 형사재판 판결문에 담겼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는 지난 2024년 12월 A씨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허위 비임상자료를 제출해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한 바 있다.
바이러스 유사물질 실험 실시…보고서에는 실제 코로나바이러스처럼 게재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0년 6월께 한 대학 부설 센터 소속 연구원 B씨에게 세포실험에서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었다며 간단한 예비 동물시험을 진행해보자고 지시했다.
B씨는 A씨가 구해온 코로나바이러스 유사물질(VLP)을 실험동물에 주입하고 치료제 후보물질을 투여해 체온과 체중 변화를 살펴보는 실험을 진행했다. 바이러스 유사물질은 바이러스 외피를 본뜬 입자로 유전물질이 없어 일반적으로 감염성이 없다.
B씨는 수사기관에서 “A씨가 동물실험을 진행해보라고 했는데 내부 연구용인줄 알았다. 소속 센터에서도 동물실험 실시에 필요한 윤리위원회 심사 등 정식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실험 결과가 공식 비임상자료로 이어진 것은 이듬해부터다. 제넨셀 측은 2021년 1월께 식약처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현황에 관심을 보이며 세포·동물실험 자료 보유 여부 등을 문의하자 보고서 작성에 나섰다.
A씨는 기존 세포실험 결과와 B씨가 진행한 동물실험 결과를 종합해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이후 대학 부설 센터 직인이 찍힌 코로나19 억제 효능 및 작용기전 연구 보고서가 만들어졌다.
보고서에는 햄스터에 ‘SARS-CoV-2를 감염시킨 후’ 후보물질을 투여했다고 적혔지만 실제 B씨가 사용한 것은 코로나바이러스 유사물질이었다. 보고서에는 ‘바이러스 유사물질’이라는 표현은 물론 해당 물질의 제공 경로나 구체적인 성격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법원 “제넨셀 직원들도 실제 코로나 임상실험 진행한 것으로 인식”
세포실험을 수행한 C교수는 이 보고서에 시험담당자로 이름이 올라갔지만 자신의 연구결과가 이 같은 정식 보고서에 사용될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C교수는 “추후 논문 작성과 공동연구를 할 줄 알고 세포시험 결과를 전달했을 뿐 정식 보고서에 본인을 시험담당자로 해 결과를 사용할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보고서는 사건 이전에 본 적도 없다”며 “이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을 모두 본인이 수행한 것으로 생각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특히 보고서에는 C교수 실제 소속이 아닌 과거 겸임교수로 있던 대학 연구소와 ‘BL3’가 함께 기재됐다. BL3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성 병원체를 다룰 수 있는 생물안전 3등급 연구시설이다.
제넨셀 직원들도 해당 실험을 실제 대학에서 진행한 코로나바이러스 동물실험으로 이해했던 것으로 재판부는 판단했다.
직원들은 A씨로부터 동물실험 결과가 대학에서 수행한 예비실험이라는 취지의 메일을 받아 이같이 인식했고, 이후 식약처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동물실험을 전제로 구체적인 실험방법을 물었을 때도 사용 물질이 바이러스 유사물질이었다는 점을 정정하지 못했다.
해당 보고서는 이후 실제 임상시험 심사에 활용됐다. 제넨셀은 2021년 6월 식약처 사전미팅에서 효력시험 자료 보완을 요구받은 뒤 이 보고서를 제출했다. 같은 해 9월에는 별도 비임상 평가보고서와 함께 임상 2·3상 승인 신청자료로 냈고 식약처는 10월 임상시험을 승인했다.
제넨셀은 작용기전 보고서와 별도 치료제 평가보고서 내용을 요약한 동물시험 결과가 담긴 임상시험자료집을 제출해 2022년 3월부터 9월까지 5개 병원에서 인간대상연구 심사 승인을 받았다.
재판부는 “약리작용에 관한 자료를 대학 및 연구기관이 제출한 공식 자료로 한정한 것은 학계에서 요구되는 연구윤리와 논문작성 윤리 수준에 부합하는 진실성과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고서 형식과 체계, 문언을 확인한 담당자라면 동물시험에 사용된 ‘SARS-CoV-2’를 실제 코로나바이러스로 판단하고 보고서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실험시설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는 상황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이용한 동물실험이 가능한 대학 연구소 BL3에서 해당 시험이 수행됐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해당 작용기전 보고서를 허위 자료로 판단했다. 아울러 부작용 내용이 빠진 별도 평가보고서까지 식약처에 제출해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행위에 대해서도 위계공무집행방해와 약사법 위반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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