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 년째 찬반 공방만 거듭해온 임신중지약물이 이재명 대통령의 ‘전향적 도입 검토’ 지시 이후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법무부, 성평등가족부 등 관계부처가 임신중지약물 도입 방안 검토에 착수했고, 법적근거도 속속 마련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정부는 지난 달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신중지약물 도입을 언급한 이후 관계부처 협의를 진행하며 허가 및 제도화 방안 검토에 착수했다.
보건당국은 약물 도입을 전제로 임상 진료 가이드라인과 건강보험 적용 여부까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임신중지약물이 도입됐을 때 어떤 방식으로 보험급여를 적용할 것인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등 의료계 역시 임신중지약물 허가를 전제로 약물 복용 가능한 임신 주수, 처방 및 투약 방식 등이 담긴 임상 진료지침 마련을 논의하고 있다.
임신중지약물이 허가 요건을 갖췄다면 정부가 수입을 승인해야 한다는 법제처의 법령해석도 나왔다. 임신중지 약물 허가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가진 법령해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제처는 ‘모자보건법 개정 전 임신중지 약물에 대한 수입품목허가가 가능한지’를 묻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질의에 “임신중지약물 허가를 모자보건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수입품목허가를 위해 제출된 자료가 안전성, 유효성 등 허가에 필요한 요건을 갖춘 경우 식약처가 임신중지약물을 수입품목 허가하는 것은 기속행위에 해당한다는 해석이다.
기속행위는 법에서 정한 조건이 맞다면 행정기관이 반드시 해야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4일 국무회의에서 미프진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한 지 한 달여 만에 나온 정부 측 첫 공식 의견이다.
법제처는 모자보건법에서 규정한 임신중지 방법은 의사의 수술에 한정돼 있어 식약처가 임신중지약물을 승인하는 것은 수술에 해당되지 않아 품목허가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아울러 안전성 등이 확인된 의약품까지 허가를 금지해 일반 국민이 사용할 수 없다면 오히려 모성의 생명권 및 건강권 보호라는 모자보건법 입법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앞서 복지부와 식약처가 진행한 법률 검토에서도 같은 맥락의 의견이 제시됐다.
복지부와 식약처가 지난 2021년 받은 법률자문에서는 형법·모자보건법 개정 여부와 별개로 약사법상 허가기준에 따라 임신중지 의약품을 승인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이 제시됐다.
최근 한국법제연구원도 약사법에 임신중지약물 허가를 명시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이 없어 안전성·유효성 등 기준을 충족하면 승인할 수 있다는 취지의 검토결과를 내놨다.
범정부 차원의 논의 착수에 법제처 법령해석까지 이어지면서 그동안 답보 상태에 있던 임신중지약물 승인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임신중지약물 품목허가가 한 차례 추진됐지만 무산된 바 있다.
현대약품은 지난 2021년 7월 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 복합제인 ‘미프지미소정’의 품목허가를 신청했으나 식약처의 보완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2022년 12월 자진 취하했다.
공식 허가 제품이 없는 가운데 온라인을 통한 음성적 유통이 이어졌다. 식약처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임신중지약물 불법 유통 적발 건수는 총 3189건에 달한다.
국내 도입이 지연되는 동안 해외에서는 임신중지약물 사용이 이미 보편화됐다. 성평등가족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경구용 임신중지 의약품은 전 세계 101개국에서 허용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임신중지약물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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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7 2022 12 .
. 2021 5 3189 .
. 2024 101 .
(WH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