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는 위기 예견 ‘전북 신생아중환자실’
공단 우수 연구성과…서울대병원 박상민 교수팀 ‘접근성·취약성’ 경고
2026.07.16 18:29 댓글쓰기

최근 보건의료계를 뒤흔든 전북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 운영 중단 위기 논란이 빅데이터 연구를 통해 이미 예견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번 사태는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통해 지역 필수의료의 미스매치를 정밀하게 짚어낸 국책 연구 결과가 발표된 이후 임상 현장에서 그대로 재연됐다는 점에서 정책적 시사점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운영실이 최근 진행한 ‘2025년 빅데이터 연구전문위원 우수 연구성과 발표회’에서 서울대병원 박상민 교수 연구팀(발표자 박선재 연구원)은 지역의료 혁신을 위한 빅데이터 기반 기초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전북지역 분만 인프라는 전국 상위권인데 고위험 대응은 ‘낙제점’


그 결과를 살펴보면 전북지역 분만 인프라는 전국 상위권인데 고위험 대응은 낙제점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이 같은 분석은 전북대병원 NICU 중단 사태로 고스란히 적중했다.  


당시 연구팀이 전북특별자치도 코호트를 바탕으로 분석한 지표에서 이를 입증하는 수치가 확인됐다. 전북 출생아 1000명당 분만 가능 기관 수는 2.3개소로 전국 평균(1.6개소)을 웃돌았다.


분만실 병상 수(30.7개)와 산부인과 전문의 수(28.2명) 역시 전국 평균(각각 7.6개, 26.2명)을 상회하는 구조였다.  


외형적인 인프라 지표만 놓고 보면 전북 모자보건 환경은 풍족해 보인다.  하지만 빅데이터가 조명한 이면의 현실은 낙제점에 가까웠다. 


전북은 저소득층(소득 1계층) 산모 비율이 전국 17개 시도 중 2위를 차지할 만큼 취약 계층 비중이 컸다.  


여기에 출생아 1000명당 고령 산모 수는 2012년 174.53명에서 2024년 320.21명으로 1.8배 폭증했고, 조산아(93.36명)와 저체중아(71.24명) 역시 동반 상승 곡선을 그리며 고위험군 발굴과 중증 대응이 시급한 지역으로 분류됐다.  


진짜 붕괴 지점은 이 고위험군을 수용할 ‘응급 대응체계’에 있었다. 전북 신생아중환자실(NICU) 병상 수는 출생아 1000명당 7.9개로 전국 평균(8.0개)에 미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지역 산모가 분만 입원(72.0%) 및 고위험 분만 입원(67.6%), 신생아 입원(54.8%), NICU 입원(62.2%) 서비스를 골든타임인 ‘60분 기준시간 내’ 이용한 비율이 모두 전국 평균 수치를 크게 밑돌았다.  


고위험 신생아를 제때 치료할 필수 인프라 접근성이 심각하게 차단돼 있음을 빅데이터가 이미 경고했던 셈이다.  


결국 분만실 병상이 아무리 많아도 중증 신생아를 살려낼 NICU와 전문의가 부족한 ‘풍요 속 빈곤’ 모순이 이번 전북대병원 사태로 고스란히 증명됐다.


박선재 연구원은 “전북지역 분만 인프라가 평균 이상으로 구축돼 있더라도 신생아 중환자실이나 고위험 분만 등 필수적인 진료 접근성은 여전히 취약하다”며 “조산과 저체중아 부담 대비 영유아 사망률이 높게 나타나는 양상을 고려할 때, 취약 산모 지원과 고위험 분만 및 중증 신생아 진료 연계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표 개선과 정면 배치된 진료현장 ‘민낯’


공교롭게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신생아중환자실 적정성 평가 결과를 공개하며, 전담전문의 1인당 병상 수가 1차 평가 당시 14.91병상에서 4차 평가 6.77병상으로 감소하는 등 비수도권의 인력 확보 수준이 개선됐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번 전북대병원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내세운 평균적인 지표 개선 성과가 임상 현장 실제 인력 공백을 전혀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수치상으로는 전담 인력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밤샘 당직을 서며 미숙아 생명을 지켜낼 숙련된 전문의를 구하지 못하는 비수도권 대학병원의 현실적인 한계가 ‘평균의 함정’에 가려져 있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 같은 괴리는 평가 결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심평원이 지난달 발표한 ‘신생아중환자실 적정성 4차 평가’ 보고서에서 전북대병원은 당당히 1등급을 획득했다.


심지어 1차 평가(2018년)를 제외하면 2·3·4차 평가에서 연속으로 1등급을 유지해 왔다. 평가지표상으로는 ‘모범 병원’이지만, 정작 그 안에서 곪은 인력 시스템은 읽어내지 못했다는 의미다. 


의료계 역시 김 교수가 최근까지 주당 약 90시간 근무와 장시간 연속 당직을 감당해 왔다는 점을 들어 특정 개인에게 의존해 온 지역 신생아중환자 진료체계가 한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초극소 저체중아와 중증 신생아 진료는 24시간 장기 집중 관찰과 즉각적인 대응이 필수적인 영역으로, 숙련된 세부전문의 단 한 명의 이탈만으로도 권역 전체 의료안전망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신생아학회는 “신생아중환자실 미래를 책임질 신생아 분과전문의 신규 공급 라인이 완전히 끊겼다”며 “현장은 급속히 고령화돼 남은 교수들이 진료와 당직을 떠안으며 버티는 형국”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학회는 보건복지부 등 단일 부처 대응을 넘어선 정부 차원의 결단과 긴급 조치를 요구했다. 


무너지는 NICU 숨통을 틔울 수 있는 긴급 지원책과 함께 젊은 의사들이 신생아 분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후속 육성책을 국가 최우선 과제로 수립해 달라는 주문이다.


지방 대학병원 교수는 “지방에서는 의사 한 두명이 사직하면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해 곧바로 NICU 병상을 축소하거나 타 지역으로 환자가 전원되는 한계 상황”이라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 기피마저 고착화돼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지방 분만 인프라는 붕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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