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신약 파이프라인 중단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수년간 연구개발비를 투입한 후보물질이 임상 단계에서 좌초되거나, 후기 임상을 앞두고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아래 개발을 멈추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때 기술특례상장과 바이오 투자 열풍 속에서 다수 파이프라인 보유 자체가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로 작용했지만 최근엔 시선이 달라지는 모습이다.
단순히 파이프라인 숫자가 많은 기업보다는 실패 가능성을 조기에 판단하고 자원을 재배치할 수 있는 기업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 분위기다.
기업별로 전략은 크게 갈린다. 실패한 후보물질을 정리하고 후속 파이프라인에 집중하는 곳이 있는 반면 일부 업체는 주가 급락과 자금조달 난항, 관리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후속 후보물질 및 적응증 전환, 기술수출 재추진, 사업 다각화 등 전략을 다변화 하며 제각기 최선의 결과 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 유일 임상시험 단계 신약 중단
최근 CJ바이오사이언스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면역항암 후보물질 ‘CJRB-101’의 한국 및 미국 임상 1/2상을 조기 종료하고 자진 취하했다.
CJRB-101은 비소세포폐암, 두경부 편평세포암종, 흑색종 등 진행성·전이성 암 환자를 대상으로 면역항암제 펨브롤리주맙과 병용하는 방식으로 개발되던 파이프라인이다.
보유 파이프라인 중 임상 단계에 진입한 대표 자산이었다는 점에서 시장 관심도 컸다.
하지만 회사는 임상 1상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와 개발 경과, 사업 전략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임상 2상으로 넘어가지 않기로 결정, 신약 중심 전략을 일부 수정했다.
매년 적자에 수익성이 안나는 상황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 글로벌 침체, 대규모 임상비용 부담을 감안하면, 임상 2상 진입 전 사업성을 재점검한 것으로 보인다.
임상 중단 발표 이후 CJ바이오사이언스 주가는 발표 전(前) 7450원에서 최근 4825원(6월 4일 종가기준)까지 떨어졌다. 임상 중단으로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프리미엄 웰니스 사업을 병행하되, 검증된 균주 자산과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익성 및 현금흐름 중심 사업구조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제넥신·환인, 연이은 중단…상업화 가능 자산 축소
제넥신은 국내 바이오벤처 1세대 기업으로 꼽히지만 최근 몇 년간 주요 파이프라인에서 지연과 실패를 겪었다.
대표적으로 면역항암 후보물질 ‘GX-I7’은 재발성 교모세포종 임상 2상에서 무진행생존기간과 전체생존기간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GX-I7은 베바시주맙 병용요법으로 개발되며 난치성 뇌종양 치료 가능성을 기대받았다. 그러나 재발성 교모세포종은 임상 성공 가능성이 낮은 영역이고, 결구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
제넥신 고민은 특정 파이프라인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자궁경부암 DNA 백신, 코로나19 백신 등 여러 후보물질이 기대만큼 상업화 성과로 연결되지 못했다.
오랜기간 축적된 기술력에도 실제 매출과 허가 성과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이 시장 불신을 키웠고, 주가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환인제약은 CNS 전문 제약사로서 안정적인 영업 기반을 갖고 있지만, 파킨슨병 치료 후보물질 WID-2101, WII-2002와 조현병 치료제 WID-RGC20 등 주요 연구개발 과제를 중단했다.
파킨슨병 후보물질은 비임상 단계에서 효능 부족과 독성 이슈가 불거졌고, 조현병 치료제는 임상개발 지연 등을 이유로 중단됐다.
앞서 류마티스관절염 등 일부 과제도 효능 부족으로 정리된 바 있다.
다만 환인제약은 바이오텍과 달리 임상 중단이 곧 생존 위기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다. 정신신경용제 분야에서 기존 제품 매출과 영업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오리지널 신약보다는 제네릭, 개량신약, 도입품목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CNS 전문성을 유지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브릿지바이오·파멥신·셀리버리 생존 위기
임상 실패가 기업 존속 리스크로 번진 사례도 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 글로벌 임상 2상서 주요 유효성 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
BBT-877은 회사의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기술수출과 재무구조 개선 기대가 컸던 자산이다.
하지만 임상 2상 실패 후 시장 신뢰는 급격히 흔들렸다.
주가는 하락했고, 관리종목 및 상장폐지 우려가 부각됐다. 브릿지바이오는 후속 외부 투자 유치, 전략적 제휴 등을 모색하고 있지만 임상 실패 충격을 극복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파멥신과 셀리버리도 마찬가지다. 파멥신은 올린베시맙 등 주요 항암 파이프라인 개발이 차질을 빚으며 성장동력이 약화됐고, 이후 재무 리스크와 상장폐지로 이어졌다.
셀리버리 역시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 성과가 가시화되지 못한 가운데 감사의견 거절 등 회계 리스크가 겹치며 상장폐지를 피하지 못했다.
결국 바이오텍의 경우 임상시험 실패 시 후속 라인이나 안정적 매출 기반이 없으면 단순 연구개발 이벤트를 넘어 기업 생존 문제로까지 연결되는 상황이다.
LG화학·한올·오름테라퓨틱, 후속 신약 도전
LG화학은 임상 중단의 성격이 조금 다르다. 회사는 통풍 치료제 후보물질 ‘티굴릭소스타트’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자진 중단했다.
해당 후보물질은 앞선 임상에서 위약 대비 우월성을 확인했지만, 회사는 미국 시장 조사 결과 투자 비용 회수 등 경제성 측면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과학적 실패보다는 사업성 판단에 따른 중단에 가깝다.
신약개발에서는 효능이 확인됐더라도 상업화 가치가 낮다고 판단되면 후기 임상을 접을 수 있다.
특히 글로벌 3상은 비용 규모가 크고 허가 후에도 영업·마케팅·급여등 등을 감안해야 한다. 경쟁 약물과 시장 가격, 처방 환경이 불리하면 개발 지속이 오히려 손실을 키울 수 있다.
LG화학은 통풍 신약 대신 항암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에 나선단 계획이다. 2023년 인수한 미국 아베오파마슈티컬스를 중심으로 항암 개발·상업화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과 맞물린다.
한올바이오파마는 글로벌 3상 실패 이후 후속 약으로 시장 기대를 유지하고 있다.
파트너사 이뮤노반트가 개발 중인 FcRn 억제제 바토클리맙은 갑상선안병증 임상 3상에서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갑상선안병증은 안구 돌출, 염증 등을 유발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바토클리맙은 병원성 IgG 항체를 낮추는 기전으로 개발됐지만, 후기 임상에서 유효성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글로벌 3상 실패는 통상 대형 악재다. 한올바이오파마의 경우 충격이 일정 부분 제한됐다.
바토클리맙 외 후속 FcRn 후보물질 IMVT-1402가 존재했고, 이뮤노반트 역시 향후 개발 초점을 IMVT-1402로 옮기겠다는 방향을 밝혔기 때문이다.
한올바이오파마 사례는 실패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바토클리맙 임상에서 쌓은 데이터는 후속 물질 적응증 선택, 임상 설계에 활용될 수 있다.
실제로 한올바이오파마는 임상 실패 발표 직전 5만7000~9000원대를 유지했는데, 최근 주가도 5만5400원(6월 4일 종가기준)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름테라퓨틱은 임상 중단 이후 후속 파이프라인으로 방향을 틀었다.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및 HER2 과발현 악성종양을 대상 ‘ORM-5029’의 미국 임상 1상을 자진 중단했다.
ORM-5029는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을 항체약물접합체에 접목한 DAC 후보물질이다. 오름테라퓨틱이 내세운 플랫폼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표 자산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임상 과정에서 중대한 이상사례가 발생했고, 이후 약동학·약력학 및 임상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개발 지속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오름테라퓨틱은 곧바로 후속 전략을 제시했다. 회사는 CD123 표적 혈액암 DAC 후보물질 ‘ORM-1153’을 차세대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미약품, 적응증 바꿔 반환 신약 재수출 성공
반대로 임상 중단이나 기술반환이 성공 사례로 바뀐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미약품 에피노페그듀타이드다.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한미약품 랩스커버리 플랫폼이 적용된 GLP-1·글루카곤 수용체 이중작용제다. 한미약품은 이 후보물질을 2015년 얀센에 비만·당뇨 치료제 용도로 기술수출했다.
이후 얀센은 임상 과정에서 내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권리를 반환했다.
하지만 한미약품은 해당 후보물질을 포기하지 않고, 임상에서 확인된 체중 감소 효과와 대사질환 분야 가능성에 주목해 적응증을 NASH, 현재의 MASH 치료제로 전환했다.
그 결과, 한미약품은 2020년 MSD와 에피노페그듀타이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얀센이 반환한 후보물질을 새 적응증으로 재설계해 다시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수출한 것이다.
한미약품은 올해 또 다른 랩스커버리 기반 후보물질인 소네페글루타이드를 일라이 릴리에 최대 2조원 규모로 기술이전하며 플랫폼 경쟁력을 재확인했다.
소네페글루타이드는 단장증후군 치료제로 개발 중인 후보물질이다. 단장증후군은 전체 소장의 60% 이상이 손실돼 음식물과 영양분 흡수가 어려워지는 희귀 소화기질환으로, 환자 수는 인구 100만명당 1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한미약품은 외부 도입이나 공동개발만 의존하지 않고, 축적된 연구개발 역량과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자체 신약 후보물질 발굴 및 개발에도 지속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유한양행·대웅 등 기술반환 신약 ‘자체 개발’ 주목
유한양행은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했던 MASH 관련 후보물질 권리를 반환받았다. 다만 기존 안전성 데이터와 미충족 수요를 바탕으로 자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한양행은 해당 후보물질 YH25724 자체 임상을 진행 중으로, 최근엔 해당 후보물질에 대해 식약처로부터 임상 1상 시험계획도 승인 받았다.
YH25724는 FGF21, GLP-1을 동시에 겨냥하는 이중작용 바이오신약 후보물질이다. 유한양행의 단백질 엔지니어링 기술과 제넥신의 지속형 항체융합 플랫폼 ‘HyFc’ 기술이 적용됐다.
전임상에선 지방간염 개선과 항섬유화 효과, 간세포 손상 및 간 염증 감소 효과 등이 확인됐다. MASH는 지방간 질환 중 염증과 간세포 손상이 동반돼 섬유화 위험이 높은 단계다.
김열홍 유한양행 R&D 총괄 사장은 “다양한 용량에서 안전성과 내약성을 평가하고 약력학 지표를 기반으로 가능성을 탐색할 계획”이라며 “연내 임상 대상 모집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 역시 자가면역질환 후보물질 기술수출 계약 해지 이슈가 있었지만, 반환 이후 자체 개발에 나서고 있는 상황으로, 추후 다른 파트너링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베르시포로신은 중국 권리를 보유했던 파트너사의 R&D 전략 변경을 이유로 계약이 해지됐고, 대웅제약은 유효성과 무관하다는 이유로 자체 임상 중이다.
베르시포로신은 금년 5월 특발성 폐섬유증 글로벌 임상 2상 환자 모집을 완료하며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반환이 곧 개발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은 사례다.
이들 유한양행과 대웅제약은 글로벌 제약사의 전략 변경, 우선순위 조정, 포트폴리오 재배치에 따른 임상이 중단됐던 사례다.
때문에 임상중단 자체가 후보물질의 과학적 가치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기업이 어떤 설명을 내놓고, 실제 후속 전략을 어떻게 실행하느냐가 관건이다.
자체 임상을 이어갈 자금력이 있는지, 다른 파트너를 찾을 수 있는지, 적응증을 바꿔 개발할 근거가 있는지에 따라 반환은 실패로 끝날 수도, 재도약 발판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제약바이오 투자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은 광범위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두 개의 핵심 치료 분야에 자원과 투자가 점점 더 집중되고 있다”면서 “축적된 시간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성과들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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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Rn IMVT-1402 , IMVT-14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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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000~9000 , 55400(6 4 ) .
. HER2 HER2 ORM-5029 1 .
ORM-5029 DAC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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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H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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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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