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운전 단속 강화 취지 공감, 기준 모호 우려”
신경과의사회 “의학적 가이드라인 마련, 치료 중단에 2차사고 위험”
2026.03.27 18:16 댓글쓰기

대한신경과의사회가 오는 4월 시행을 앞둔 약물 운전 관련 도로교통법 개정과 경찰청의 집중 홍보 계획에 대해 우려 목소리를 냈다. 


제도 도입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의학적 기준이 불분명한 상태에서의 집행은 자칫 환자의 정당한 치료권을 침해하고 또 다른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신경과의사회는 26일 경찰청에 보낸 질의서를 통해 “현재 논의 중인 약물 운전 단속 기준이 실제 진료 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무엇보다 약물 복용 여부와 운전 능력 저하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마약 및 향정신성 의약품을 복용하더라도 환자 체질이나 복용 기간, 내성 여부에 따라 운전에 미치는 영향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의사회는 실무적인 문제점으로 혈중 농도 기준의 부재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특정 약물이 검출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할 것인지, 아니면 운전에 지장을 주는 특정 농도 이상의 기준인 이른바 ‘컷오프(Cut-off)’를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법적 및 의학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점을 비판했다. 


또한 혈액 검사 없이 식약처의 투약 이력 조회 시스템만으로 단속이 이뤄질 경우, 전날 복용한 감기약이나 정상적으로 처방받은 유지 약물로 인해 선량한 환자가 범죄자로 몰릴 수 있다는 정당성 논란도 제기했다.


특히 의사회는 처벌 강화에 부담을 느낀 환자들이 자의적으로 약물 복용을 중단하는 상황을 가장 경계했다. 


생업을 위해 운전이 필수적인 환자가 단속을 피하고자 뇌전증이나 불안 장애, 통증 완화제 등의 복용을 임의로 중단할 경우, 질환 증상이 악화되어 도로 위에서 더 큰 안전사고를 일으키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대한신경과의사회는 정부와 경찰청에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의사회는 “단순 복용 여부가 아닌 운전 능력 상실을 판단할 수 있는 의학적 및 법적 용량 기준을 명시해야 하며, 의료진이 환자 처방 시 수행해야 할 설명의무 범위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어떤 약물이 단속 대상인지와 정상 처방 환자의 대처 방안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홍보, 불필요한 공포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원 대한신경과의사회장은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약물 운전 근절에는 적극 협조할 것이나 그 과정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며 “정부는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환자 건강권과 도로 안전을 모두 지킬 수 있는 세밀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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