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취제로 쓰이는 '에토미데이트'가 향정신성의약품 지정을 앞두면서 해당 제품 수입업체가 공급 중단을 예고했다. 의사들도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데 정부가 선택지를 제한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수입업체 비브라운코리아는 오는 11월 1일부터 에토미데이트 성분 전신마취제 공급을 중단한다.
비브라운코리아는 지난 21일 에토미데이트리푸로 공급 중단을 보고했으며, 최종 공급일은 오는 10월 31일까지로 예정돼 있다.
이 제품은 국내에 유통 중인 유일한 에토미데이트 성분 주사제로 동일 성분 대체 제품이 없다. 회사는 에토미데이트가 향정의약품으로 지정됨에 따라 공급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의료계는 에토미데이트 공급 중단을 우려하고 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최근 "에토미데이트는 50년 전부터 사용된 약제로 환자 의존성도 거의 보고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이 제품을 마약류로 지정된 사례가 없으며, 마약류로 분류할 과학적 및 임상적 근거 역시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환자 상태에 따라 약물을 투여하는 선택지를 줄인다면 환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마약류 지정 시 행정부담이 늘고 응급처치 지연 등에 문제가 생긴다"고 항의했다.
식약처 "의사협회·약사회, 에토미데이트 향정약 지정 결정 참여"
그러나 식약처는 약물 오·남용 방지를 위해선 이 같은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에토미데이트 오남용 사건이 발생하고 있지만, 현재 비마약류라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에토미데이트는 지난해 12월 국내 마약류안전관리심의위원회에서 마약류로 지정됐다"며 "위원회에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보건의약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국가들에서 에토미데이트를 향정의약품으로 분류하고 있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남용 관련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위원들도 관리가 필요하다는데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수면마취제 계열 마약류 투약 등 불법 영업을 한 청담동 소재 의료기관을 적발해 검찰에 넘긴 바 있다.
병원 관계자는 범행 초기 '프로포폴'만 사용했지만 수요가 늘자 마약류로 분류돼 있지 않은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를 함께 투약했다. 투약자만 105명에 달하고 범죄 수익은 41억원에 이른다.
그는 "게다가 프로포폴로 대체 가능하다"며 "이를 위해 프로포폴 허가사항을 3세 미만 금기에서 1개월 이상으로 통일 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학적으로 완벽하지 않지만 향정의약품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 관리가 필요하다"며 "생산실적이 미미하고 대체재도 존재하는 만큼 불편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에토미데이트는 지난해 12월 마약류안전관리심의위원회에서 마약류로 지정된 후 올해 2월 해당 내용을 담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식약처는 이달 8일 '오·남용우려의약품 지정에 관한 규정' 개정 고시로 에토미데이트 성분제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