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디지털 치료기기 처방…수익성 주목
에임메드 '솜즈' 서울대병원 시작…성공 핵심 관건 '대중적 인식'
2024.01.10 11:49 댓글쓰기

국내에서 디지털 치료기기(DTx)가 환자에게 정식으로 처방된 첫 사례가 나왔다. 다만 실제 처방이 이뤄지더라도 '수익화'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다.


서울대병원은 "만성 불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치료기기 '솜즈(Somzz)' 정식 처방을 시작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그동안 디지털 치료기기가 임상연구 등에서 환자에게 사용된 적은 있지만 정식으로 처방된 것은 처음이다.


솜즈는 에임메드가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고대안암병원 협력으로 개발한 디지털 치료기기다. 지난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 승인을 받은 국내 1호 디지털 치료기기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말한다.


솜즈는 만성 불면증 환자를 위한 표준치료법인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법(CBT-I)'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구현했다. 


CBT-I는 수면시간을 처방해 수면 효율을 높이고, 불면증을 만성화시키는 인지적 오류를 수정해 환자들이 가진 잘못된 수면 습관을 개선하는 치료법이다.


첫 처방을 받은 사람은 40대 직장인 A씨로, 5년 전부터 수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다. 직장에서 스트레스와 가족 상황 악화로 불면 증상이 더 심해지며 가끔 술을 마시고 잠을 청하고 있다.


A씨 등 솜즈 처방을 받는 환자는 6~9주간 피드백, 행동 중재, 수면습관 교육 등을 통해 맞춤형 비약물적 치료를 받는다. 


환자는 매일 솜즈 앱에 '수면일기'를 기록하며, 주간 단위로 자신에 맞는 수면시간(잠자리에 누워있는 시간)을 의사로부터 처방받는다.


앱은 실시간으로 수면 습관을 교육하고, 행동 개선과 수면에 대한 잘못된 생각 교정 등을 돕도록 피드백을 제공한다.




솜즈는 건강보험 체계에는 편입되지 않아 비급여로 이용할 수 있다.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20~25만원으로, 비급여 검사비를 포함해 50~60만원 수준인 기존 인지행동치료 비용의 절반 수준이다.


솜즈는 조만간 행정절차를 거쳐 삼성서울병원, 고대안암병원, 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등에서도 처방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디지털 치료기기 처방이 시작되면서 후속 사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은 디지털 치료기기는 솜즈 외에 웰트가 개발한 인지치료 소프트웨어 '웰트아이(WELT-I)'가 있다.


웰트아이도 불면증 환자가 입력하는 '수면 일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별 맞춤형 적정 취침 시간 ▲수면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환자의 행동 중재 ▲수면 방해 습관 분석 ▲긴장과 불안을 줄이는 이완 요법 등을 제공하는 제품이다.


웰트도 현재 국내 처방을 준비하고 있다. 강성지 웰트 대표는 "웰트아이도 상반기 안으로 의료기관처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디지털 치료기기가 실제 처방이 이뤄지더라도 수익화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실제 지난해 세계 최초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기업 페어 테라퓨틱스가 파산한 가장 큰 이유는 처방과 별개로 수익화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성지 대표도 "국내 수가 체계가 바뀌지 않는 한 만족할 만 한 수익을 낼지는 미지수다. 이를 위해 에임메드와도 부족한 부분이나 예상하지 못한 점을 긴밀히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웰트는 국내 시장을 비롯해 미국과 독일 등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무엇보다 디지털 치료기기라는 개념을 대중에게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비만약과 같이 환자가 먼저 찾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디지털 치료기기도 인식이 없다면 다짜고짜 써보라고 권유할 수 밖에 없다"며 "우리만의 언어로만 소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대중들의 인식을 높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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