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재난의료 등 '재발 방지' 대책은
해외는 의료진 교육까지 지원…우리나라는 '책임론' 급급
2023.01.02 10:19 댓글쓰기



[기획 4]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두 달이 있지만, 사고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는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지난 11월 꾸려진 경찰정 특별수사본부는 현재까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등을 소환해 조사했다.


또 증거인멸 의혹 및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으로 서울경찰청 및 용산경찰서 관계자들을 추가로 입건하는 등 수사를 이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여론은 좋지 않다.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 윗선 수사가 아닌 실무진 위주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태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의료진에게도 책임 소재 논란이 번지고 있다. 특수본은 재난의료지원팀(DMAT)을 대상으로도 조사를 진행했다.


참사 당시 서울·경기 14개 재난거점병원에서 출동한 총 15개 DMAT 중 서울권역 병원 소속 2개팀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컨트롤타워를 맡았던 중앙응급의료센터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이 국정조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의료계에서도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씁쓸함이 전해진다. 


응급의학과 A전문의는 “현장에서 한 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의료진에게 결국 책임이 전가되고 있다”며 “방치돼 있는 시스템을 유지해 보고자 노력하고 있는 이들에게 격려는 해 주지 못할망정 상실감마저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선진국, 의료기관·인력 지원 활발


의료계는 수년 전부터 공적 서비스 특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정작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재난의료시스템 문제를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발표한 ‘국내외 재난의료체계 의료인 및 의료기관 재난대비/대응체계 운영 방안 비교 연구’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는 재난의료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민간병원 간 체계적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에 대한 정부 지원도 많은 편이다.


미국은 우선 국토안보부가 중심 역할을 진행하며 FEMA(연방재난관리청)이 실제 대응하는 기구로서 기능한다. 


보건부 또한 재난 대응 기구로 질병관리본부 및 ASPR (Office of Assistant Secretary for Preparedness and Responses) 산하의 NDMS(National Disaster Medical System) 시스템 등을 운영하고 있다.


NDMS에는 약 1900개의 민간병원이 자원해 계약을 맺고, 병상 제공, 치료를 제공하며 환자 치료비용의 110%를 환급받는다. 또한 NDMS에 참여하는 병원 훈련에 대한 재정지원이 있다.


ASPR에서는 각 주 병원과 의료기관들이 생물학적 테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자금이나 자원을 지원하며, 지역 내 의료연합체(공공 행정기관 포함)를 구성하도록 해서 여기에 40억 달러 이상을 지원한다.


각 주마다 재난의료에 대응할 수 있는 연합체도 구성하는데, 뉴욕시티의 경우에는 65개 병원과 400개 통원치료센터, 73개의 EMS 조직이 연합체를 구성하고 통합 훈련을 운영한다.


보건부에서는 부족한 의료 인력을 정부 지원 자원봉사자로 등록해 관리하기도 하며, 대부분의 의료기관 재난대응체계는 JCI 평가기준 등에 의해 체계적으로 유지된다.


이밖에도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다양한 의료인 대상 재난 대응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으며 응급의학과 전공의 교육과정 중에서는 재난의학 펠로우 과정이 15개 이상 대학에서 운영된다.


재해가 많은 일본의 경우에는 중앙과 지방에 재해대책본부와 상시 방재회의가 있으며 정부가 재난 관련 연구 및 교육을 지원한다.


또한 재난관리를 위해 정보통신체계를 별도로 운영해 보건소, 지역의사회, 재난거점병원, 의료관계자, 행정, 정부기관 등이 공유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다. 


의약품 공급 확보 또한 후생 노동성 방재 업무 계획 아래 도도부현에서 책정해 별도 관리한다. 방재회의에 의사회, 치과의사회, 약사회, 간호협회 등 의료관계 단체 대표 및 전문가 참여를 촉진하는 것도 특징이다.


지역재난거점병원 및 기간재난거점병원, 재난의료협력병원, 지역의사회, 지역 2차 응급의료기관과 협력한 재난 대응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재난거점병원, 재난의료협력병원은 응급긴급구호와 지원을 맡으며 일본의사회와 지역의사회는 재해의료센터를 도와 진료소를 운영하고 의료구호반을 유지한다.


기관뿐만 아니라 의료진 지원도 존재한다.


일본 재난의료지원팀은 현장 뿐 아니라 의료기관 환자치료 업무를 지원한다. 항공이송과 라이프라인 구축 등을 교육받는다.


또 의료관련 종사자 중 재난의료 코디네이터를 교육 양성해서 정보공유 및 의료기관 협력, 의료자원 공유 등의 업무를 맡는다.


연구팀은 “일본 재난의료지원팀(JDMAT)은 5년간 2회 갱신 과정을 반드시 이수해야 하고 지도자 과정도 별도로 있다”며 “환자 분류 및 응급처치 외에도 의료지원을 위해 필요한 환경을 만들고 통신 및 현장 훈련을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DMAT, 인력 공백으로 대응 역부족”


이에 반해 우리나라 DMAT 현실은 참담하다.


서울의료원 응급의학과 최동선 과장은 “DMAT는 신고 후 10분 이내 출동 개시를 목표로 하는데 대부분 병원 내 근무자가 출동하는 방식”이라며 “비번 인력이 병원으로 복귀할 때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난거점병원 대부분은 의료기관에서 기존 근무하고 있는 인력이 재난의료지원팀 등 특수한 상황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


24시간 대응해야 하는 응급실 인력을 넉넉하게 확보하고 있는 의료기관은 거의 없다. 따라서 재난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의료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일 해당 기관이 응급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중이었다면 즉각 대응은 더욱 어려워진다.


자연히 의료진 개인에게 책임을 부담하는 체계가 될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서 의료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또한 최 과장은 “대부분 DMAT 출동 시 환자 이송 등에 대비해 병원 내 구급차로 출동하게 되는데 서울 권역응급의료센터 중 많은 병원들은 구급차 운영을 위탁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위탁업체의 구급차 운전기사가 들어올 때까지 시간 지연이 발생할 수 있어 구급차가 아닌 일반 승용차 등을 이용해 DMAT가 출동하는 경우도 있다”며 열악한 현실을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모바일 상황실을 운영하며 소방청 및 재난거점병원 등과 함께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몇몇 의료진의 밤샘으로 유지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지원은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이미 마련돼 있는 의료인프라는 개인 몫으로 방치한 채 문제가 발생하면 민·형사상 엄중한 책임을 묻는 현실이 된 셈이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송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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