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학계에서 실제임상근거(Real-World Evidence, RWE)가 신약개발 임상시험에서 부수적 지표를 넘어 주요 지표로 떠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RWE를 활용한 단일군 임상이 새로운 트렌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주영 성균관대 약대 교수는 지난 17일 온라인으로 열린 ‘의약품 개발을 위한 실제임상근거 활용’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단일군 임상건수가 총 433건으로, 9년간 매년 증가하면서 약 10배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RWE란 실제임상자료(Real-World Data, RWD)를 수집‧분석한 문헌을 말한다. RWD는 의약품이 시판된 뒤 효과를 볼 수 있는 현실 자료를 뜻한다. 대표적인 RWD로는 건강보험 청구자료, 병원 진료기록, 환자보고성과, 시판 후 의약품 조사 자료 등이 있다.
RWE는 임상시험 분야에서 특히 주목하고 있는 정보 중 하나다. 희소 질환으로 환자 자체가 부족해 대조군을 확보할 수 없거나 코로나19처럼 팬데믹 상황에서 위약 투여군을 설정하기 어려운 경우 RWE를 활용한 단일군 임상시험을 대안으로 사용해야 하는 이유다.
제약사에게 RWE는 특히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다. 임상시험의 문턱을 대폭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는 유리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RWE를 의약품 급여 평가에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최근 밝히면서 RWE가 제약사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비롯해 향후 신약 임상시험 및 개발에 RWE와 RWD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신주영 교수는 이날 “미국은 2016년 신약개발에서 비교군으로 활용하거나 새로운 적응증을 추가하는 데 RWE를 활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21세기 치유법안’을 통과시켰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올해 말까지 RWE 기반 허가심사체계를 위한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가다실을 비롯해 RWD를 이용해 추가적응증을 획득하거나 신약개발에서 허가를 받은 사례는 다수 존재했다”며 “미국의 RWE 활용 법제화는 RWE를 좀 더 일반적인 표준으로 가져가겠다는 뜻이다. 면역항암제를 비롯한 첨단바이오의약품 영역에서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만큼 향후 RWE 활용 임상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신 교수 외에도 여러 전문가들이 RWE/RWD 관련 최신 의견을 나눴다. 연사로 참가한 김태은 건국대병원 임상약리학과 교수는 RWE를 통해 의약품 유효성을 검증하고 허가자료로 활용하려는 국내외 사례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미국 외에도 유럽은 2025년 중장기적 접근 전략으로 RWD를 활용할 계획을 밝혔다”며 “영국에서도 지난해 10월 허가를 위해 RWE를 활용하는 무작위 임상시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밝혔다. 일본에서도 약물감시 분야를 중심으로 RWE를 도입하고 있는데, 정부 주도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7년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도 총회에서 관련 가이드라인 개정을 승인해 지난 10월부터 다양한 임상 디자인과 데이터 소스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보다 세부적인 임상규제 가이드라인에 대한 개정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김민걸 전북대 의대 교수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임상시험에서 외부 대조군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임상에서 대조군을 활용하고 이중맹검법을 사용하는 것은 위약효과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코로나19 등 급성 감염질환에 대해서는 위약효과가 개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이를 과학적으로 규명해 향후 규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상인 강원대 의대 교수는 RWD와 RWE를 활용한 임상 가이드라인 및 백신 임상시험 설계에 대한 지견을 공유했다.
박 교수는 “이제 RWD와 RWE를 유효성 검증, 적응증 추가 및 의약품 신허가 등 임상 분야에서 대조군으로서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며 “특히 백신의 경우 대조 백신 수급에 제한이 있고 비노출 집단 모집이 어려운 데다 장기 추적 결과에 한계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RWE를 활용한 임상이 본격적으로 대두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