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업무 끝나면 퇴근하고 병원서 자지 말라’
고대안암, 침대 대폭 축소 등 제도 정착 관심···외부 방 25만원 지원
2017.06.19 05:25 댓글쓰기

고대안암병원이 전공의 근무 환경 개선 일환으로 야심차게 진행해 온 ‘전공의 퇴근을 위한 숙소 없애기’ 사업에 일부 전공의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고대안암병원은 전공의특별법 시행에 맞춰 이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전공의 숙소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전공의들이 병원에 남아 있게 되면 전공의특별법에 규정된 80시간 근무를 초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숙소를 없애고 근무가 끝난 전공의들은 모두 퇴근시키겠다는 방침인 것이다.
 

현재 고대안암병원에는 총 240여명의 전공의가 있고 이들의 수면 등을 위해 약 180여 개의 침대가 있었는데 이를 70여개 수준으로 줄일 예정이다. 새롭게 마련된 공간은 전공의 공부방 및 휴게실 등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당직자는 키오스크에서 침대 자리를 배정받아 휴식할 수 있게 된다. 키오스크는 ID카드 등을 태그해 자리를 선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도서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인시스템이다.
 

고대안암병원은 지난 10일 내부 공사를 시작, 약 70여명의 전공의들이 병원으로부터 지원금 25만원을 받고 본격적으로 병원 밖에 거주지를 구하기 시작했다. 

"저년차 전공의 입장 반영 미흡" 등 일부 불만 제기
 

하지만 제도 시행 취지에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병원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쪽이 있는 반면 일부 전공의들은 오히려 복지 측면에서 더 안 좋아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한 전공의는 “최근 고대안암병원 전공의 숙소를 없애는 공사가 시작됐는데 전공의들 사이에서 약간의 불만 섞인 말들과 오히려 쉴 곳이 더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공의가 휴식을 취할 침대는 키오스크를 배정 받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저녁부터 아침까지 한정돼 있어 낮 시간에는 별도의 휴식을 취할 수가 없다“며 “낮 시간은 휴게실 의자에서 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전공의들은 안암, 구로, 안산 3개 병원 로테이션을 도는데 병원에서 짧게는 2~3달만 지내면 되기 때문에 외부에 방을 별도로 구해 비용을 지불하는데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대안암병원은 집을 구했을 때 25만원을 지원해 주고 있는데 금액이 현실적이지 못하고 이 같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는 “고대안암병원 주변 월세 값이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70만원 되는데 25만원 지원금은 부족한 느낌이 있다”며 “회의에 3~4년차가 주로 참석해서 1·2년차들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샤워실이 사라져 교수 샤워실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 집으로 퇴근했을 때 논문 검색 등이 어려워진다는 점 등을 들며 정확한 의견 반영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고대안암병원 이헌정(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교육수련부장은 이를 전면 반박했다.
 

그는 “1년 넘게 전공의들에게 의견 수렴을 받아 왔다”며 “다만 전공의들이 바빠서 해당 내용에 크게 신경 쓰지 못했을 수는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다수의 전공의들이 3개 병원에서 로테이션 근무로 인해 외부에 집 구하기가 부담스러워 병원서 생활하는데 위생의 문제도 있을 수 있고 각종 전염병에 취약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아직까지 의료계에는 선후배간 관계 및 불합리한 상명하복 문화가 남아 있는데 전공의들의 숙소 생활 방식이 남아 있다면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헌정 교수는 "전공의들이 당장 숙소가 없어져 불편함을 겪을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고 전공의들에게는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이번 결정은 전공의특별법 취지가 무색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며 전공의들 근무 환경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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