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안전 지킴이 필터주사기 '실효성' 논란
품목허가, 여과 성능시험 의존···'편의성 or 안전성' 딜레마
2016.12.09 05:41 댓글쓰기

유리입자의 인체 유입을 막기 위해 사용되는 필터주사기를 놓고 최근 임상현장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안전장치에 대한 막연한 신뢰가 자칫 환자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우려다.
 
주사제인 유리앰플 사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유리가루 체내 유입 문제는 의료계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그 위험성이 제기돼 왔던 사안이다.
 
실제 1886년 개발된 유리앰플은 무균적 보관이 용이하고 일회량 단위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지난 100여 년 간 널리 사용돼 왔다.
 
하지만 절단 시 생성되는 유리가루들이 불가피하게 주사액으로 들어가는 고질적 한계점이 늘 지적돼 왔다.
 
고온밀봉 과정에서 팽창했던 앰플 내부 공기가 다시 대기온도로 냉각되면서 약간의 진공이 발생하고, 개봉 시 미세한 유리가루들이 주사액에 혼입되는 게 문제다.
 
유리가루의 인체 유입 위험성은 여러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됐다. 미국 위스콘신의과대학 동물실험 연구가 대표적이다.
 
연구팀이 토끼에게 유리조각으로 오염된 정맥주사를 매일 투여한 결과 32일째 폐 모세혈관에서 유리조각이 발견됐으며, 폐 모세혈관과 정맥 충혈, 혈전 및 무기폐 소견을 보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4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연구용역을 통해 앰플 주사액에서 검출된 유리조각의 최대 크기가 870으로 보고된 바 있다.
 
사람의 폐 모세혈관 지름이 10인 점을 감안할 대 폐색전증과 같은 심각한 질환이 유발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유리조각의 인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게 바로 필터주사기. 주사기로 약물을 흡입할 때 필터가 유리조각을 걸러줘 인체 유입을 막아주는 개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지난 2002년부터 각 의료기관에 필터주사기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중환자실, 암환자, 중증 수술환자 등에게 사용을 권장했다.
 
하지만 일반 주사기 대비 필터주사기 가격이 10배 이상 높아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아직까지도 대중화 되진 못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일부 대형병원과 종합병원들을 중심으로 필터주사기 사용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일단 상대적으로 유리조각 혼입 위험에 더욱 취약한 중환자나 암환자 등을 대상으로 사용 중이다.
 
문제는 병원들이 환자안전을 위해 사용하는 필터주사기를 놓고 최근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제품에서 필터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일부 대학병원의 경우 자체 실험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다른 제품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현재 임상현장에서 사용되는 필터주사기는 일체형과 분리형으로 구분된다. 일체형은 주사바늘 내에 필터가 부착돼 있어 약물을 채취 후 투여까지 한꺼번에 이뤄진다.
 
하지만 분리형은 약물 채취용과 주입용 바늘이 각각 다르다. 주사액 채취시 필터가 달린 바늘을 이용하고, 이후 새 바늘을 교체해 인체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물론 주사액 채취와 주입이 동시에 가능한 일체형 필터주사기의 편의성이 월등하다. 주사바늘 교체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자상사고 위험도 적다.
 
그러나 최근 일선 임상현장에서 일부 일체형 필터주사기의 경우 여과 기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실제 한 대학병원이 표준모래입자를 혼합한 주사액으로 자체 시험을 실시한 결과 일부 일체형과 분리형 필터주사기의 여과율 차이가 확연했다.
 
이들 제품 모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은 주사기였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필터주사기 허가 및 품질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필터주사기 허가는 민간 연구기관의 필터성능시험 결과에 의존하는 구조다. 제조사가 자사품질기준에 맞춰 성능시험을 요구하면 연구기관이 그 적합성 여부를 확인해 주는 방식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환자안전을 위해 사용하는 필터주사기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보다 철저한 허가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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