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낮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는 대학병원
2011.07.22 03:00 댓글쓰기
[기획 하]그렇다면 실제 병원에서 체감하고 있는 손실율은 어느 정도일까. 데일리메디가 입수한 한 대학병원 경영현황 자료에 따르면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지난해 총 4000여억원의 의료수익(매출/재무제표상 표기)을 거둔 이 병원은 늘어만 가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마이너스 2%의 손익률을 보이며 60여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주요 항목별로는 응급실, 수술부 운영에 따라 손해가 컸다.

지난해 응급실을 운영하면서 적자가 100억원을 넘겼고, 수술부는 14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 밖에 중환자실 90억원, 분만장 11억원 등으로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표2 참조]

진료과별로는 전체 24개 진료과 가운데 9개 진료과가 적자였다. 각 진료과별 적자규모는 공개돼지 않았지만 손익률은 대체로 마이너스 25% 안팎에 머물렀다. 보험수가는 낮고 환자들의 재원일수가 길어 병상회전율이 낮은 과가 특히 그랬다. 이 병원의 경우 성형외과, 재활의학과, 피부과, 산부인과, 신경정신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가정의학과가 그 대상이다.

가장 손익률이 낮은 곳은 성형외과로 마이너스 50%를 밑돌았다. 성형외과의 경우 대학병원에서 주로 재건성형, 수지접합 등과 같이 수가가 낮은 항목을 위주로 하다 보니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이 병원 한 관계자는 “개원가에 비해 대학에서는 아무래도 운신의 폭이 좁다보니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미용분야를 하는 것도 대학병원으로서의 역할과 맞지 않아 고민이 크다”고 설명했다.

재활의학과 역시 대학병원에서 크게 수익을 내지 못하는 과다. 대부분의 행위가 보험수가에 묶여있는 재활의학과는 평균 재원일수가 전국 평균 18일을 훌쩍 넘어 51.8일(한국병원경영연구원 2009년 통계)에 달해 병원의 수익성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병원 또한 이 때문에 마이너스 29%의 손익률을 기록, 여관비 수준의 입원비만 받으면서 힘들게 운영 중이다.

이 관계자는 “1인당 재원일수가 평균 7~8일 정도다. 이에 따라 수익의 70~80%가 처음 이틀 동안 나오고 나머지 5일부터는 채산성이 크게 떨어진다”며 “적자를 보고 있는 대부분의 과가 원가 대비 수익이 1을 기준으로 0.6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입원료, 수술료 등의 수가가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환자를 내칠 수도 없는 병원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앞서 거론됐던 것과 같이 대학병원 특성상 정책 및 공공성의 목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시설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것도 병원 적자를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그는 “수가를 현실화하는 게 가장 중요한 해결책이지만 한정된 재원만을 강조하는 정부 방침상 점점 사정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대학병원에서도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 좋은 과만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빛 좋은 개살구’ 불과한 경영현황
이 같은 사정 탓에 병원계에서는 “저수가 체제 아래서 병원경영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자조 섞인 푸념도 터져 나오고 있다. 대한병원협회 산하 한국병원경영연구원이 최근 전국 240개 병원의 경영지표를 취합해 발표한 ‘2009년도 병원경영통계’에 따르면, 의료수익에서 차지하는 원가비중이 워낙 높은 탓에 이익실현 규모는 형편없다.

의료수익에서 인건비·관리비 등의 비용을 뺀 의료이익은 전체 평균 4억 7000만원선으로, 이를 다시 법인세 등의 비용을 차감하면 당기순이익은 1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즉, 100병상을 기준으로 전국 240개 병원이 실제로 손에 거머쥐는 돈은 연간 1억원 꼴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이들 병원은 지난 2009년 총자본순이익률 1.2%, 의료수익순이익률 0.6%를 거두는데 그치면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 수밖에 없었다. [표3 참조]

특히 병원계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역시 마찬가지 모습을 보이면서 적잖은 충격을 줬다. 국내를 대표하는 재벌그룹을 배경으로 뒀지만 이익을 남기기는 커녕 기업이었다면 지속 가능성마저 불투명한 수준이다.

국세청이 최근 공표한 이들 병원이 소속된 재단의 손익계산서를 보면 서울아산병원을 운영 중인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지난해 의료수익으로 1조 3486억원, 의료외 수익 159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법인세 비용 등을 차감하고 난 당기 순이익의 경우 1억원에 불과, 전체 매출액 1조 5000억원에서 가운데 이익실현율은 고작 0.006%에 불과했다.

삼성서울병원을 산하에 두고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의 경우는 더했다. 최근 3년간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을 정도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지난해 의료수익 9200억원, 의료외 수익 950억원을 합쳐 1조 1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의료사업 부분에서만 500여억원의 적자를 내며 18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들 병원 관계자는 “병원이 진료부분으로 돈을 번다는 것은 옛말이 됐다. 덩치가 커짐으로써 매출 외형이 늘면 손실 규모도 따라서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수가현실화란 해법은 나와 있지만 정부에서 이를 받아줄리 만무하니 의료 외적인 부분에서 또 다른 수익원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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