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빠진 독 물붓기 의국비' 멍드는 전공의
2006.06.27 21:39 댓글쓰기
부산 K대 병원 정형외과 레지던트 1년차인 P씨는 3개월간의 짧은 의국생활 끝에 최근 퇴직을 결심했다. 인턴때부터 이어져 온 진료와 관계없는 선배들의 부당한 심부름과 반복되는 폭행은 차치하고라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의국비 착취는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3개월간 P씨가 의국비 명목으로 부당하게 착취당한 금액은 약 2000만원.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다. 컴퓨터 구입 등 의국 자재비 금액을 포함, 담당 교수 교통비 및 선물 등의 잡비, 심지어 벌금 명목의 금액도 100만원 이상을 차지했다.

지방 사립대병원을 중심으로 공공연히 자행돼 오는 고질적인 전공의 의국비 착취 문제가 또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생활비 명목으로 부담하는 의국비 치고는 액수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레지던트 1년차 사이에서는 "차라리 입국시 의국비 1000만원을 한번에 걷는게 낫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로 그 정도가 심각하다.

무엇보다 특정한 규정 없이 필요시마다 걷어들이는 마구잡이식 착취는 열악한 수련환경과 빡빡한 타임 스케줄로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 일선 전공의들의 마음까지 힘들게 하는 고질적 문제라는 지적.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이혁)에 따르면 정확한 집계는 어려우나 부당한 의국비 착취는 전공의 사회에서는 공공연한 현실이다. 올해만도 의국내 돈 문제를 비롯해 폭력 등으로 접수된 전공의 민원이 4건째다.

전공의라는 불리한 위치를 고려해 쉬쉬하는 의국 분위기를 감안하면 피해자는 몇배 이상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방 사립대병원의 경우 진료 외 부당한 업무 지시와 금전적 갈취를 당연시 여기는 분위기가 하나의 문화로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진료과별 편차도 심해 인기과로 통하는 피부과, 성형외과, 정형외과의 경우 정도가 더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성형외과는 1주일에 100만원의 의국비가 든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한 지방병원 전공의는 "레지던트 선발시부터 서울 메이저급 몇몇 병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경쟁없이 지원자가 미리 선정되는 시스템"이라며 "이들을 선발할 때 입국비 등을 고려해 가정형편이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전공의는 "담당 교수 개입 없이는 개선 안되나, 지방 사립대병원의 고착화된 문제라 교수들도 개입하기 어렵다"며 "알지만 묵과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 악순환은 되풀이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같은 의국내 부당한 금전 착취를 감시할 시스템 및 관리감독 체계는 전무한 실정이다. 전공의협의회를 비롯해 의협, 병협 등에서도 이를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

전공의협 이 혁 회장은 "의료계 단체에서 바로잡아야 할 악습임에도 이를 관리감독할 체계가 부재해 일부 지방병원에서 하나의 문화로 정착된 것이 사실"이라며 "이는 또 제도화된 피드백이나 개선 시스템이 없어 개별 사건으로 그치는 사례가 많다"고 소개했다.

이 회장은 "이번 지방 K병원은 조만간 실태 파악에 나서 개선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금전적 착취를 비롯해 도를 넘어선 의국내 폭행 등 구태의연하게 답습되는 전공의 문화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