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장고(長考) 끝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새 정부서 우여곡절 시계탑 입성…내부 우려 잠재울 '경영능력' 입증 절실
2023.03.06 12:03 댓글쓰기

윤석열 대통령의 선택은 김영태 교수였다. 무려 ‘9개월’이란 장고(長考) 끝에 내린 결정이지만 내부는 느낌표보다 물음표 일색인 분위기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지난 5일 제19대 병원장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영태 교수(1988년 졸업)가 임명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임기는 2023년 3월 6일부터 2026년 3월 5일까지 3년이다.


심장혈관흉부외과에서 병원장을 맡는 것은 제4, 5대 병원장을 역임한 이영균 교수(1982~1986) 이후 37년 만이다.


이로써 김영태 신임 병원장은 지난해 5월 임기 만료 이후 9개월 동안 추가 임기를 수행해 온 김연수 병원장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오늘(6일)부터 서울대병원을 이끌게 된다.


장장 9개월 만의 신임 집행부 출범을 앞두고 서울대병원 내부적으로는 기대와 환호보다는 우려와 탄식이 가득한 모습이다.


사상초유 대통령 반려 사태, 역대 최다 후보자 출마(11명) 등 후임자 인선 과정에서 설왕설래가 끊이질 않으면서 현행 병원장 선출방식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서울대병원장은 9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선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완전한 간선제 방식으로 치러진다.


이사회는 서울대학교 총장, 교육부·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 차관, 서울의대 학장, 서울대병원장, 서울대 치과병원장, 사외이사 2명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된다.


이들 9명이 서류심사와 면접을 토대로 투표를 진행해 2명의 최종 후보를 선정하는 만큼 사실상 이사진의 선택이 사실상 9부 능선인 셈이다.


교육부장관이 올린 2명의 후보 중 한 명을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정작 서울대병원 교직원들은 각 후보 비전이나 전략도 모른채 신임 병원장을 맞이하는 상황이 반복돼 왔다.


차관급 예우에 국내 최고 의료기관 수장이라는 타이틀까지 상당한 영예의 자리지만 교황 선출방식인 콘클라베에 비유될 만큼 그 과정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있다는 지적이 계속된 이유다. 


특히 이번 제19대 병원장 선출 과정에서는 최종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작용했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면서 선출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됐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8월 치러진 병원장 선거 당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가 각 후보들의 정견발표 자리를 마련한 바 있다.


간선제에서 직선제로의 급진적 변화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조직원들이 각 후보의 비전과 전략을 평가해볼 기회를 갖자는 취지였지만 지난 2월 재선거에는 이 마저도 열리지 않았다.


서울의대 한 교수는 “각 후보들이 어떤 운영 철학과 비전을 갖고 있는지는 사전에 파악할 기회조차 없다”라며 “내부 구성원들이 투표로 직접 선출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장 선출방식 개선 여론 팽배

지나친 대통령 영향력 행사에 반감

“경영능력 의문부호, 스스로 입증해야”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는 직선제까지는 아니지만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참여해 후보자들에 대해 철저하고 엄격하게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병원장을 선출한다.


존스홉킨스병원의 경우 경영진을 포함해 의사, 간호사, 행정직 등 다양한 직능으로 구성된 선임위원회가 꾸려지고, 이들에 대한 면접도 공개적으로 진행된다.


일본 도쿄대병원 역시 병원장 선임위원회가 각 후보들의 자질을 평가하는 구조다. 선임위는 여러 관계자들을 후보자 인터뷰에 참여시킨다. 최근에는 온라인으로도 중계한다. 


미국이나 일본의 유수 대학병원들은 적어도 서울대병원처럼 밀실에서 병원장을 선출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우여곡절 끝에 시계탑 입성한 김영태 교수의 경영 능력에도 우려가 적잖다.


당장 객관적으로 조직 운영 능력의 바로미터인 보직 경험만 놓고 보더라도 김영태 교수는 병원장 지근거리에 위치한 적이 없었다.


심폐기계중환자실장, 암진료부문 기획부장, 중환자진료부장, 전임상실험부장, 흉부외과장, 흉부외과학교실 주임교수를 역임했지만 집행부로 보기에는 힘든 보직이라는 평가다.


경쟁 후보였던 김병관 교수가 보라매병원장을 연임하고, 현재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을 맡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내부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굵직한 보직 경험이 부족한 만큼 함께 병원을 이끌어 갈 집행부 구성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서울대병원 교수는 “조직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함께 호흡할 집행부 역할이 절대적이지만 적재, 적소에 인재를 배치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품이 좋은 분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경영은 또 다른 얘기”라며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스스로 입증해 내는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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