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방사선 이용 암 치료법 개발 英 옥스퍼드대 한인 교수
문이정 종양학과 교수…암세포 사멸 기작 연구에 한국 연구진도 참여
2023.10.13 08:49 댓글쓰기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정상 조직의 피해는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만을 치료할 수 있는 페롭토시스(ferroptosis·철 의존 세포 사멸) 효과를 연구하는 동시에 항암 치료에 저항성을 나타내는 비소성 폐암에 대한 치료 방법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종양학과 문이정(43) 교수는 방사선 생물학, 방사선 종양학 연구의 권위자 중 한명이다.


그는 현재 이 대학에서 초고속 방사선 치료 방법인 '플래시(FLASH) 방사선'을 이용해 새로운 암세포 사멸 기작(생물의 생리적인 작용을 일으키는 기본 원리)인 페롭토시스와 중입자 및 플래시 방사선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에는 이익재 강남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와 정영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IGIST) 뉴바이올로지 교수가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올해 보건복지부 글로벌협력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문 교수는 미국 스탠퍼드대 방사선 종양학과에서 박사후과정과 리서치 사이언티스트를 거쳐 2021년 3월 옥스퍼드대 종양학과의 그룹리더로 자리를 옮겼다. 연구와 대학원생 강의, 석·박사생 지도 등을 수행한다.


"정상 조직 피해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만 치료 페롭토시스 효과 연구"

 

최근 방한한 문 교수는 1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FLASH 방사선은 짧은 시간 안에 (밀리세컨드) 방사선 에너지를 조사함으로써 암세포에는 기존의 방사선과 동일한 세포 사멸 효과를 주는 반면, 정상 조직의 독성을 보호해주는 효과는 기존의 방사선 보다 현저히 크기 때문에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며 급부상하는 분야"라고 말했다.


그는 박사과정 때부터 방사선 종양학과에서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방사선 종양학과 방사선 생물학을 연구했다.


현재 연구하는 페롭토시스에 대해 그는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들은 분열과 성장을 하지만, 항상성 유지를 위해 철저히 조절되는 '프로그램된 세포 사멸'도 겪는다"며 "페롭토시스는 세포막에 존재하는 지질, 특히 고도 불포화 지방산(polyunsaturated fatty acid, PUFA)의 산화(lipid peroxidation)가 증폭되면서 독성에 이르는 과정을 일컫는다"고 소개했다.


페롭토시스는 기존에 알려진 다른 세포 사멸 기작과는 다른 특이점이 있으며 특히 항암치료에 저항성을 나타내는 암세포나 침윤, 혹은 전이성을 지닌 암세포를 선별해 죽이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페롭토시스가 암세포에서 특히 어떤 유전자에 의해 촉발되고, 진행되는지 생물학적 연구를 하고 있으며 이 유전자를 통한 표적 치료제 개발과 환자 선별을 위한 지표 사용을 목표로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페롭토시스의 한계는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유도제의 부재라고 지적한다.


그는 "현재 페롭토시스 연구에 사용되는 많은 물질은 독성으로 인해 임상으로 적용이 어렵다"며 "우리는 이미 임상에서 사용되는 방사선 치료로 유도된 페롭토시스 효과를 통해 실제 환자 치료 적용에 한 걸음 더 앞서 다가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암의 생물학적 특이점에 대한 연구와 이를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하는 과학자가 되겠다"고 희망했다.


문 교수는 암의 미세환경에 초점을 두고, 암의 저산소증(tumour hypoxia)에 의한 암 전이 및 대사 작용 조절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화여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그는 국립암센터에서 1년간 연구원 생활을 거쳐 미국 듀크 대 방사선 종양학과 박사, 스탠퍼드대 방사선 종양학과 박사 후 과정을 밟았다.


이 교수 남편 이제형 박사는 실리콘밸리와 한국에서 벤처사업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 박사의 누나는 이진형 스탠퍼드대 종신 교수이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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