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수사 확대···병원 "전담인력 부족 등 어려움"
경북대-영남대 연구, "재고관리 집중돼 현장 오남용 모니터링 사실상 힘들다"
2023.09.19 06:25 댓글쓰기

최근 경찰의 마약범죄 수사가 의료기관 전방위로 확대되며 의료기관 마약류 의약품 처방·오남용 관리 실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의료기관들은 약사 등 전담인력 부족으로 마약류 재고관리·보고에 업무가 치중돼 정작 오남용 모니터링을 충실히 수행하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최근 경북대병원·칠곡경북대병원·계명대동산병원 약제부서와 영남대학교 약학대학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 도입이 의료기관 약제부서 마약류의약품 관리업무에 미치는 영향 및 업무수가 제안' 연구를 병원약사회지에 발표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18년 5월 도입된 NIMS가 의료기관 내에서 실질적으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IMS는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 사례가 다수 발생하지만, 마약류 취급 권한을 가진 이들이 관리 내역을 조작하더라도 적발이 쉽지 않아 보고 대상자 범위를 확대하고 취급 내역을 구체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연구팀은 한국병원약사회에 등록된 의료기관 중 상급종합병원 20개소, 종합병원 14개소 등 총 34곳의 마약류 관련 직무를 분석했다. ▲마약류 처방 접수·조제·투약 ▲관리 ▲보고 ▲모니터링 및 교육 등이다.  


마약류 처방 100매 당 업무 1.2시간~11.2시간 소요 


조사 대상의 일일 마약류 처방 평균 매수는 상급종합병원 976매, 종합병원 300매였다. 


마약류 처방 100매 당 업무 평균 소요시간은 4.6시간으로, 최소 1.2시간에서 최대 11.2시간 등 평균 10시간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의료기관 1일 마약류 수행에서 최소와 최대 시간 차이는 9.3배, 인력 비율 차이는 18.6배였다. 


이와 관련, 연구팀은 "의료기관별 인력 및 소요 시간의 큰 편차는 업무 표준화를 통해 마약류 관련 업무의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약사 인력은 '보고' 업무에 상당한 시간을 쏟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개별의료기관의 관리·보고·모니터링 및 교육업무 평균 소요시간은 100매 당 112분이었다. 


보고 100건 당 마약류 관리 시간은 상급종합병원 평균 3시간, 종합병원 평균 4.4시간으로 나타났다. 실제 NIMS보고를 의료기관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해 활용하는 곳은 28개소(82.4%), 상용프로그램을 쓰는 곳은 6개소(17.6%)였다. 

또 조사에 참여한 의료기관의 약 80%가 의료기관 내 마약류 안전 사용을 위한 위원회 등 조직을 갖추고 있었지만 실제 개최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마약류 관리를 위한 필요인력 산정이 현재 업무량 기준으로만 산출된다면, 제한된 인력마저 NIMS 운영을 위한 행정업무에만 치중된다"며 "이에 업무범위가 최소한의 조제·투약, 재고 관리와 보고에만 국한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관련 전담인력을 배치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설득력을 얻는다. 


연구팀은 "NIMS 운영은 유통과 사용의 투명화로 불법 유출을 근원 차단하고 급여 외 비급여 마약류까지도 투약현황을 점검하기 위함인데, 의료기관 NIMS가 약품 수량 관리에만 집중되면 오남용 원인 분석 및 교육, 환자 안전활동 등 필수업무 도입은 지지부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국내서도 최근 의사가 마약류 처방 발행 시 '마약류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으로 환자투약 내역 확인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공포됐지만 약사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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