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창업주 김정주 별세···'장애아 눈물 닦아준 기업가'
의료계 애도, 2014년 푸르메재단 200억 기부·첫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기여
2022.03.03 12:26 댓글쓰기
김정주 넥슨 창업주./푸르메재단 백경학 상임이사 페이스북 캡처
"김정주 이사는 늘 마음 한구석에 어린이에 대한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가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장애어린이와 부모 눈물을 닦아준 기업가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백경학 푸르메재단이 지난달 27일 유명을 달리한 고(故)김정주 넥슨 창업자를 기리며 이 같이 말했다.
 
넥슨 창업자 김정주 NXC 이사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이 전해지면서 의료계에서도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그가 평소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이어온 사회공헌 활동이 재조명받고 있다. 
 
고인은 평소 경영 활동과 관련해서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했다. 그러나 넥슨 사회공헌 활동 중 하나인 어린이재활병원 행사에는 꾸준히 얼굴을 비췄다.
 
실제 '은둔의 경영자'라 불리는 그를 만나려면 '넥슨 어린이재활병원' 행사에 가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사회공헌 활동엔 적극적이었다.
 
지난해 4월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5주년 기념식에서 고인은 "이곳이 기적의 병원인 것 같습니다. 최선을 다해 더 많은 기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열심히 돕겠습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정주 넥슨 창업주와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푸르메재단 백경학 상임이사 페이스북 캡처
어린이를 아꼈던 故 김정주 이사, '도와달라' 한마디에 200억 기부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는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준비되지 않은 이별' 제목의 글을 올리며 고인을 떠나보낸 비통한 심정을 전했다.
 
김정주 이사와 푸르메재단의 인연은 지난 2011년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백 상임이사는 "2011년 가을 어느날 김정주 이사는 당시 함께 일했던 이철재 대표가 재단에 큰 기부를 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자신도 장애어린이를 위해 무언가 하고 싶다며 전화를 걸어 했다"며 김 이사와 첫 만남을 회상했다.
 
김 이사는 당시 청바지와 하얀 운동화 차림으로 나타나 '마음 한구석에 어린이에 대한 미안함이 자리잡고 있다'며 푸르메재단이 짓고있는 어린이재활의원 건립비로 1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고인의 기부는 여느 대기업의 보여주기식 기부와는 달랐다.

김 이사는 기부에 그치지 않고 부인 유정현 씨, 그리고 임직원과 함께 매주 푸르메 재활의원을 찾아와 병원 내 장난감 소품을 설치하는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이후 김 이사는 백 상임이사 부부를 제주도 자택으로 초대했다.

이 자리에서 백 상임이사는 김정주 이사 부부에게 어린이 재활병원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병원건립비 400억원 절반을 기부해달라는 요청을 어렵게 꺼냈다.
 
백 이사의 갑작스러운 요청에 김 이사 부부도 적잖은 당황을 했지만 두 달 뒤 김 이사는 "병원을 어떻게 짓고 운영할지 구체적인 계획서를 보내달라"며 기부 뜻을 전했다.
 
김정주 넥슨 창업주와 푸르메재단 인연./푸르메재단 홈페이지 캡처
하루 500명, 5년간 35만명 어린이 치료
 
고인의 후원으로 힘을 얻은 어린이재활병원은 시민 1만명과 기업 500개 참여로 2년 뒤 기적처럼 세워지게 됐다. 지금까지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서는 하루 500명, 5년간 35만명의 어린이가 재활치료를 받았다.
 
백 상임이사는 "김정주 이사의 결단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나라에는 어린이재활병원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제 김 이사는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개원 이후에도 매년 자비로 3~5억원에 달하는 병원발전기금을 기부해왔다. 
 
지난해 6월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발전기금 30억원을 약정하고, 12월 1차 발전기금으로 15억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백 상임이사는 "모두가 그를 국내 IT산업, 특히 게임산업을 이끈 선두주자라고 말한다"면서 "저는 그가 우리 사회에 소외된 장애어린이와 부모님의 눈물을 닦아준 기업가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2016년 4월 서울 상암동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이후, 2018년 넥슨재단을 설립했다.

이후 국내 최초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경남권 어린이재활병원 지원 등 서울을 넘어 지방에도 어린이재활병원을 만들고 운영하는데 열정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넥슨이 200억원을 기부해 설립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병원
고인이 남긴 마지막 선물...첫 독립형 어린이완화의료센터

내년 3월 문을 여는 서울대학교병원 넥슨어린이완화의료센터(가칭)도 고인의 열정이 깃든 곳이다.
 
실제 이 센터는 넥슨의 100억원 기부로 건립이 추진됐다. 센터는 연면적 978㎡ 4층 건물이며 병실 16개와 놀이 프로그램실 등이 들어간다. 아이가 1주일 또는 2주일 입원하면 병원 측이 보호자를 대신해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동안 보호자가 휴식을 취하는 국내 첫 시도다.

센터는 오는 3월 11일 첫 삽을 떠 내년 3월 문을 연다. 기공식에는 고인이 참석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고인을 향한 애도 물결은 각종 SNS에서도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은 소아 재활 불모지 한국에서 처음으로 탄생한 소아 재활 전문병원이다"면서 "넥슨 푸르메병원은 나에게 기업 기부가 가져오는 임팩트를 깨닫게 해준 계기였고, 장애아를 둔 가족에게는 희망의 싹과 같은 존재였다"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푸르메재단도 지난 2일 김정주 창업주 별세를 애도하며 "고인의 뜻을 기려 장애어린이 재활치료에 더욱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강지원 푸르메재단 이사장은 "모두가 고개를 저을 때 김 이사께서 손을 내밀어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도와주셨다"며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어린이가 꿈을 펼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고인 뜻에 따라 장애어린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NXC는 "유가족 모두 황망한 상황이라 자세히 설명드리지 못하는 점을 양해 부탁드린다"며 "고인은 이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으며, 최근 악화한 것으로 보여 안타까울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용히 고인을 보내드리려 하는 유가족 마음을 헤아려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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