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최대 제약 클러스터, K-바이오 혁신 산파 역할"
국경 없는 오픈이노베이션 전초기지 '일본 쇼난 아이파크'
2024.01.25 06:01 댓글쓰기



[기획 상] 윤석열 정부 들어 한일(韓日)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그동안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의 경제 협력은 민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하지만 정부가 제약·바이오 기업 간 징검다리 역할을 맡으면서 양국 간에 협력이 급물쌀을 타고 있다. 일본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인 쇼난 헬스 이노베이션 파크(이하 아이파크)는 국경을 넘어선 바이오 협력 플랫폼이자 한일 오픈 이노베이션 요람으로 주목받고 있다. 양국 간 신약 개발 협력의 상징이 될 전초기지를 찾아간 이유다.[편집자주]


<글싣는 순서>

①[르포] '국경 없는 오픈이노베이션' 전초기지, 쇼난 아이파크를 찾다

②[인터뷰]  韓日 기업과 '쇼난 아이파크' 

지난 18일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에서 나리타익스프레스를 타고 2시간반가량 이동하자 가나가와현 후지사와시에 쇼난 아이파크가 나왔다.


정면에는 가시오강(kashio river)이 흐르고, 좌측으로 멀리 후지산이 보이며 우측에는 쇼난 가마쿠라 종합병원(Shonan Kamakura General Hospital)이 자리잡고 있었다. 


쇼난 아이파크는 2020년 매출액 기준 세계 10위인 일본 다케다제약이 사내 연구센터를 대학, 외부 기업 등에 개방해 만든 오픈 이노베이션 거점이다. 


이곳은 22만㎡(약6만6000평) 부지에 연면적 30만6000㎡ 규모로, 사무공간 400개와 연구실 1500개가 구축돼 있다. 생명과학 분야에서 일본 내 최대 규모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입주 기업은 113개사이며 멤버십 회원사는 52곳이다. 지난 2021년 기준 1,700건의 공동 연구와 2022년 100건의 논문 발표, 13건의 신규 법인 설립 등의 성과를 거뒀다.


2023년 설립된 아이파크 인스티튜트(iPark Institute)는 다케다제약, 산업 인프라 펀드 투자기업(IIF), 미쓰비시가 주요 주주로 참여해 설립됐으며, 아이파크 전반의 업무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기술 교류 및 연구 협력을 포함해 제약 기업 외에 벤처 캐피탈, 컨설팅 회사 등 다양한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후지모토 도시오(Fujimoto Toshio) 아이파크 인스티튜트 대표는 "아이파크는 국경을 초월한 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하며 "혁신성과 창의성을 갖춘 스타트업에게 도전의 기회를 주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韓 바이오 스타트업 활성화-日 연구 역량 갖춘 빅파마 보유"


아이파크 인스티튜트는 한국 바이오벤처와 스타트업을 '매력적인 파트너'로 평가했다. 일본뿐만 아니라 글로벌 빅파마의 시선도 한국 바이오 기업들에 꽂혀 있다. 


최근 몇 년 간 계속된 기술수출 계약이 이를 방증한다. 레고켐바이오는 작년 12월 얀센에 ADC 기반 신약후보 물질을 2조2400억원에 기술수출한 바 있다.


앞서 11월에 오름테라퓨틱스는 BMS와 최대 23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 외에도 크고 작은 회사들이 잇달아 기술이전 성과를 내놓고 있다. 


아이파크는 유망한 기술을 보유한 한국 바이오벤처들이 아이파크에 입주하게 된다면 임상 능력을 갖춘 빅파마들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신약 개발 역량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적극 어필했다.


반대로 일본은 한국 스타트업의 입주로 바이오 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익이 된다. 개방형 협력은 양국 기업들에게 모두 '윈윈(win-win)' 전략인 셈이다. 


후지모토 대표는 "한국은 바이오벤처나 스타트업에 강점이 있고, 일본은 글로벌 빅파마가 있고 연구개발에 강점이 있다"며 "두 나라 기업이 협력한다면 첨단 바이오 신기술 개발 및 글로벌화 촉진에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상훈 이사장 "한일 인적 교류, 공동 연구과제 발굴 등 중요"



한국 정부기관도 기술력은 갖추고 있지만 규제에 막힌 우리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연구하고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기회를 열기 위해 발로 뛰고 있다.  


지난 19일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하 KBIOHealth)은 아이파크 인스티튜트와 바이오헬스산업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KBIOHealth는 아이파크와 인력 교류, 상호 간 분사무소 설치 등의 분야에서 협력할 방침이다. 정부기관이 일본에 인력 교류를 위한 교환사무실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중소벤처기업부는 아이파크 인스티튜트와 '첨단바이오 벤처·스타트업 혁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차상훈 KBIOHealth 이사장은 "두 기관의 금번 협약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인력 교류"라며 "그 이유는 혁신이든 연구개발이든 모든 일은 결국 사람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상반기 각국 기관에서 5명씩 인력을 교류하는데, 이들은 일본 내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향후 한국과 일본이 협력할 공동 연구과제를 찾는 일을 하게 된다"이라며 "아이파크 입주를 희망하는 국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일도 한다"고 덧붙였다.  


차 이사장은 "아이파크는 한일 간 협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두 나라가 공동 개발한 첨단 바이오 분야 기술 및 제품은 한국 기업 혼자서는 뚫기 어려운 독일 등 유럽과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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